우이령을 넘고 영봉, 백운대를 거쳐 위문으로 하산,
문밖만 나서면 늘 있어왔지만 새롭게 만나는 꽃들과의 대면은 새봄이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모처럼 참석하는 우리 마을 산악회 등산 가는 날, 날씨까지 한몫 보탬이 되어 주었다. 지난겨울 유난히 많이 내린 눈이 대지의 동맥과 정맥뿐 아니라 모세혈관까지 다 돌아 나왔는지 아름다운 봄을 탄생시키고 그 봄은 아티스트가 되었다. 산 입구부터 연분홍 바탕색에 연두색으로 채색하며 설치미술 같은 봄 풍경을 끊임없이 파노라마로 이어가고 있었다.
요즘은 길을 테마로 관광상품을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지는데 그런 유행의 상품이 아닌 6.25 전쟁 당시 피난민이 공포와 불안으로 걸어가야 했던 우이령길을 걸으면서 지금은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걷는 소풍길 같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었다. 개방 당시보다는 마사토를 깔아서 한결 걷기에도 편했고 전날 비까지 와서 새 생명이 뿜어내는 향긋하고 신선한 공기도 좋고 촉촉한 발걸음의 느낌이 무척 좋았다. 그 좋은 길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걷는다는 게 또한 얼마나 즐거움인지는 모두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
4.5킬로미터를 걷고 나서 다시 산을 오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도 모두 기분 좋게 영봉 코스로 오르면서 활짝 피어있는 진달래밭을 오르다 보니 먼저 핀 꽃잎이 더러는 떨어져 누운 꽃길이 마치 소월시의 한 구절 속을 걷는 것 같아 지르밟지 않으려고 고이 걸어가야 했다. 영봉에 오르니 사방에 보이는 장엄한 산세들이 한눈에 들어와 한국화의 본바탕에 들어선 느낌이었는데. 그런 중에 영봉이 우뚝 솟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봉우리가 아니어서 어느 게 영봉인지 몰라 궁금한데 회장님의 재치 있는 위트가 "영~봉이 아니어서 영봉"이라고 해서 그럴듯한 이름이 재미있기도 해서 웃고 넘어가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전날 잠을 3시간 정도밖에 못 잤지만 산속에는 수면 중에 취할 수 있는 편안한 신체리듬을 맞추어 주는 그 무엇이 다 있는지 몸은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가뿐한 상태가 되는 건 수면보다 산을 오르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산행코스는 무척 길게 잡혀서 힘들 만도 한데 어린 아이나 처음 오신 봄처녀들이 무사히 하산할 수 있어서 고마웠고 많이 걸으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음을 어제는 충분히 알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