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둘레에 있는 16개의 문 중에 대문이 달린 성문이 6개, 암문이 8개, 수문이 2개다. 이 중에서 수문 2개는 유실되고 터만 남았다. 수문, 대서문, 중성문, 중성문암문(시구문), 중성문수문터, 가사당암문, 부왕동암문, 청수동암문,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용암문, 백운동암문(위문), 북문, 서암문(시구문)
일 년에 단 한 번이라도 스스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한 해를 허송세월 한 건 아닌 것 같다. 작년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왔을 때가 그랬고, 이번에 북한산 14 성문 종주를 하고 나서 참 대단한 일을 해내었다는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 또한 그러하다. 그동안 수없이 북한산을 오르내렸지만 하루에 성문을 다 돈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마을 산악회에서 성문 종주가 있어서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 참석하는 여성회원이 나밖에 없어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가족 같은 분위기여서 불편함이 없고 속칭 은평 누님이라 다들 불편함 없이 챙겨주니 나로선 참 고마운 일이다.
주말에 다녀오고 벌써 3일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종아리가 많이 아프다. 산길을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서 장장 9시간 20킬로를 넘게 걸었다. 그러나 올해 못하면 내년에는 더 할 수 없는 일이니 참석하기를 참 잘한 일이었다. 그동안 여러 코스를 등산하면서 무너진 성곽들을 밟고 다니면서도 한 번도 귀중하다거나 죄스러운 생각을 하지 못했다. 북한산성은 전쟁이 일어나면 임금님이 피신할 수 있는 임시 거처인 행궁을 지키기 위해서 숙종 37년(1711)에 축성되었는데 1915년 대홍수로 인해 유실되었다고 한다. 아래 그림이 보여주듯 임시 궁궐이지만 외전과 내전이 124칸이나 되고 군창이 140칸이며 산성을 수호하기 위한 사찰이 12곳이나 되었다지만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사찰 몇 군데만 남아 있다. 대남문을 지나 백운대 쪽으로 오르다 보면 세 개의 장대 중에 동장대만 현재도 남아 있는데 그곳에서 군대를 지휘도 하고 행궁 안팎을 살피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그곳에 올라도 내려다 보이는 곳에는 수풀만 무성하고 어디쯤이 궁터인지 알 수 조차 없으니 역사도 무상하다는 애달픈 생각이 든다.
이번에 성문 종주를 하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냥 걷기만 하는데도 너무 힘이 들었는데 6개월 만에 어떻게 성곽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또 얼마나 고된 노역이었을까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일이다. 역사는 우리나라 존립의 주춧돌이나 마찬가지인데 요즘 역사가 홀대를 받고 있다니 주춧돌 없는 건축물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부터라도 역사를 소중히 알고 북한산성이 재조명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는 등산을 하면서 무너진 옛 성돌 하나라도 소중히 생각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만히 그날의 행보를 되짚어 본다.
마을사람들과 함께 했는데 나와 함께 종주할 수 있는 여성대원이 없어 나만 홍일점으로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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