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않고 오는 계절은 없다. 기다린다고 더 빨리 오는 계절도 없다.
계절이 바뀐다는 건 그만큼의 세월도 흘러야 되고 자꾸 소중하게만 생각되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고 잃는 것도 있지만 내 얼굴에 주름 하나 더 붙어도 용납될 만큼 봄가을은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황혼의 불꽃같은 단풍이 그렇게 빨리 사그라지는데도 말이다. 사람이 살아 가는데 의식주만큼이나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계절과 그 속에 포함된 날씨인 것 같다. 절기 속에는 어느덧 가을인데, 오고 가는 것에 경계를 두지 않는 자연과 계절의 교차점에서는 `초`라는 글자를 하나 더 붙여서 초봄, 초여름, 초가을이라고 구분을 하기도 한다.
어제는 정기산행이 있는 날인데 하늘만 가을색이지 날씨는 한여름이고 그렇게 많던 물든 어디로 흘러가고 가난한 계곡에 물이 놀다 버린 돌들만이 갈증만 부추기더니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숨어 흐른 물이 고여서 풍족한 오아시스를 만들어 주어 아이 어른 구분 없이 물 만난 고기가 되고, 어른이 되어도 나이를 먹지 않고 잠재해 있던 동심이 여지없이 들어 나는데 그 맑은 물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드는 게 아니라 거꾸로 발끝에서 짜릿짜릿하게 거슬러 목까지 차 올라 어느새 갈증은 사라지고 피로는 물속으로 다 녹아지고 만다.
어제처럼 가시거리가 최대치를 보이는 날엔 집에 있어도 마음은 백운대에 가 있는 날이 많다. 그런데 그 맑고 깨끗한 날에 산에 올라 드넓게 펼쳐진 도시를 한눈에 본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 지그만큼 서울은 언제나 스모그에 싸여 있는 도시다. 그런 서울을 잠시라도 떠날 수 있는 날이 바로 산으로 가는 것이다, 내려오면 또다시 그 공기를 마실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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