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빠르기를 쏜살같다 하는데 쏜살이 아직도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더니만 어느새 내가 표적이 되어 쏜살을 받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너무 빨라한 생애의 한계점에 점점 더 빨리 다가가는 것 같은 이 느낌, 참 서럽습니다. 그래도 지향하는 그 무엇이 있어 계속 흘러야만 하지요.
오늘 정기산행을 마치면서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아볼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니고 겨우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산행조차 참석하지 못할 만큼 바쁘게 살았던 날들에 이루어 놓은 게 무엇인가를 잠시 단상에 잠겨보는 시간은 어떨까요? 몇 번 참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니 참 즐거웠던 시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새해 아침 사모바위에서 해맞이로 시작해서 좀처럼 만날 수 없다는 만월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었던 일이며 진달래 꽃밭 속에서 영봉을 오르던 봄, 한여름 장맛비를 맞으면서도 시원해서 좋다던 여유와 옥색 물빛에 매료되어 풍덩 금지된 장난을 치던일. 둘레길을 걸으면서 담소를 나누던 일, 너무 이른 단풍맞이에서 초록 속에서 어쩌다 한 두 군데 물든 단풍에도 환호성을 질러대던 일들이 파노라마 되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잊을 수 없었던 일은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 저에겐 큰 사건과도 같았던 그날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었는지를 회상하며 깊은 밤 혼자 미소를 지어 봅니다. 젊어서는 꿈을 먹고 살고 늙어서는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는데 저는 그동안의 우리 마을 산악회에서 만든 추억들이 질 좋은 양식이 되어 마음 창고를 채워둔 샘입니다.
이제 삼각산은 꽃과 잎 온갖 씨앗이며 각종 곤충들까지 무수한 생명들을 끓어 안고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 거센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잠들어야 하는 나목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 잠을 깨울세라 조심해서 올라야 하는 우리들의 지각없는 발길조차 말없이 다 받아주시는 삼각산의 신령스러움에 감사드리며 한 해 동안 아무 탈 없이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뿌리 하나 내어 주시며 잡고 올라라 허락해 주시던 그 손길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당분간 날씨가 추우니까 어린 대원들을 볼 수가 없겠지요. 이 겨울이 지나고 나면 한 뼘쯤 커져서 산행을 더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방학도 되고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 어린 대원들, 선물도 많이 받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겨울을 잘 지내고 새봄에 다시 만나요. 그리고 회원님들의 가정에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행복하게 보내시고 연말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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