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가을의 여운

반야화 2010. 11. 29. 11:07

아쉬운 가을이어서 혹시 그 여운이라도 있을까 싶어 혼자 산행을 하기로 했다. 아침에 배낭을 꾸리면서 딸아이 앞에서 혼자 산에 갈 때는 완벽하게 잘 챙겨야 돼 부족한 게 있으면 안 되거든 일행이 있으면 부족해도 옆 배낭에 들어있을 수 있으니 걱정이 없지만 혼자는 나에게 없는 것은 힘들어도 참을 수밖에 없으니까, 가다가 떡이나 사야겠어하고 고구마 한 개와 사과 한 개 커피와 뜨거운 물을 넣고 나서는데 딸이 효도한다고 산 아래까지 차로 데려다주는 바람에 그만 떡을 사는 걸 잊어버리고 어느 정도 올라갔을 때 아차 했지만 그렇다고 내려갈 수도 없어 그냥 올라갔다. 코스를 봉성암, 용암문 대피소를 거처 백운데로 갔는데 아래쪽에는 단풍잎이 마르긴 했지만 떨어지진 않아서 멀리서 보면 아직도 가을의 여운이 남아있어 아쉽기만했던 가을의 정취를 조금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조용히 한해를 뒤돌아 보며 사색이나 하렸더니 웬 바람이 태풍같이 밀어닥치는지 바람 소 리거 너무 커서 위협이 되었다.

 

겨울에는 별로 볼 것이 없다고 생각되지만 그렇지가 않고 잎을 달고 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나무들의 실가지와 회색의 인수봉이  참 잘 어울리는  게 마치 미술시간에 댓생을 한 것 같은 흑백의 운치도 참 재미있었다. 잔가지 위에 첫눈이라도 내려앉기를 기대했지만 아침에 이미 조금 내렸는지 일부가 얼어 있었고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어서인지 모처럼 인수봉이 항상 추처럼 매달고 있던 사람들을 오늘은 다 떨쳐내고 한갓지게 휴식을 취하는 걸 한참이나 감상하다가  백운대 중간쯤에서 내려와 하산하는데 걱정했던 데로 배가 고팠다. 대피소에서 고구마도 조그마한 거 한 개를 커피와 먹고 사과는 추워서 먹지도 못했더니 다리가 좀 후들거려서 하산길이 힘들었지만 참고 집까지 와서 저녁을 평소보다 많이 먹었는지 포만감이 불쾌하게 느껴지는 게 과유불급이라더니 무엇이든지 지나치지 않게 생활하는 중도의 길은 평범한 것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산행을 할 때는 꼼꼼히 챙길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해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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