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위 능선, 문수봉을 거처 응봉능선으로 하산,
마을버스를 타고 출발했기에 연신내나 불광동쯤에서 지하철로 갈아탈 줄 알았는데 차는 자꾸만 가고 몇 명은 졸고 있고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지 무척 궁금했는데 한 시간 이상을 달려서 평창동까지 가는 게 아닌가. 그만큼 달려도 북한산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니 북한산이 얼마나 장대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고 그 둘레가 성곽처럼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서울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수호신인 서울의 진산이다.
며칠 전 때아닌 겨울 같은 날씨가 곱던 단풍잎을 다 말려 놓아서 기대했던 단풍 물결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산은 갈색톤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제 목적지 첫 코스가 나오고 칼바위란 명칭이 좀 섬뜩하긴 해도 묘하게 발 디딜 곳은 다 있었다. 어떤 산봉우리든 그 위에 섰을 때는 봉우리의 위용을 알 수가 없고 지나서 뒤 돌아보면 저기를 지나왔던가 하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거다.
그동안 산행을 하면서도 경험하지 못한 몇 가지가 있었는데 어제로서 거의 다 해 본 것 같다. 산 위에서 보는 일출, 산에서 보는 만월, 산에서 보는 일몰, 북한산을 수없이 다니면서도 늘 지나치기만 하고 오르지 못했던 문수봉에 처음으로 올라 봤는데 자연이란, 같은 곳이라고 해서 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 모든 것을 글로 표현을 한다는 건 무척 제한적이고 생각대로 만족하게 표현할 길이 없어 언제나 아쉽고 다시 찾고 하는 것 같다. 우뚝한 문수봉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모습은 아파트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야산이 마치 섬같이 보이고 길게 이어진 한강과 멀리 인천 앞바다에 뿌리는 석양빛은 금빛 물결을 이루고 그 금물결 가운데 놓인 어느 대교가 환상적이었다.
그뿐 아니라 어쩌면 스모그 속에 보이는 마천루까지도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일 정도로 어느 것 하나도놓칠 수 없어 마음의 화폭을 여백도 없이 메운 채로 하산을 하는데 지체된 시간에 덤으로 얻어지는 일몰을 보게 되어 어제의 산행은 더없이 행복한 행보였다. 일출과 일몰의 풍경이 같게 보이는 건 생사가 둘이 아니고 오고 감이 둘이 아니라, 오는 것은 즉 가는 것이고 태어남은 곧 죽음이라는 진리를 터득하는 듯이 하루의 순환과 자연의 윤회를 알 것 같은 그래서 미혹함에서 벗어나는 순간 같기도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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