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도 비자림도 몇 번 왔지만 숲은 언제나 들어서면 마음이 편하고 풋풋한 향기도 좋고 새소리도 걷는 걸음걸이에 배경음악같이 들린다. 비자림은 비교적 걷는 시간이 짧은 곳이어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대중교통은 좀 불편하다. 천년이 넘는 나무도 있고 빽빽한 숲엔 쳐다보면 공간이 없다. 나무들이 자꾸만 옆으로 가지를 뻗혀서 작은 틈만 있어도 몸을 밀어 넣어 자기 공간을 만들어 서로 부대끼며 오랜 세월을 푸르게 늙어간다. 한 자리에서 온갖 풍상을 겪어도 꺾이지 않는 나무를 보면 경외심까지 생긴다. 천년이면 제주의 온갖 환난을 다 지켜봤을 텐데 목신이 있다면 아마도 아픔도 있었을것 같다. 나무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인간의 수명이다. 백 년을 산다 해도 열 번은 환생을 했을 이 역사적인 숲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