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터키에서 한 달간의 여정

반야화 2015. 5. 11. 14:25

 

 

 

코스: 샤프란 볼루-(흑해) 트라브존-(동부) 도우 베야 짓-말 라타 야-카파도키아-(지중해) 안탈리아-올림포스-카쉬- 폐티예-

        보드륨-파묵칼레-(에게해) 에페소스-베르가마-부르사-불가리아-이스탄불.

 

와요에서 현장으로 세상을 향한 문을 열다.

천년 전 영국 속담에는 아내를 peace weave, 평화를 짜 나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동안 아내로서 엄마로서 집안의 평화를 짜내고 잘 짜인 평화의 벽걸이를 걸어 두었으니 이젠 나에게 필요한 평화를 짜기 위해 준비된 마음으로 떠난다. 여행은 언제나 와요가 먼저다. 어떤 매체를 통하든 영상으로 먼저 만나고 거기에 자극을 받으면 그곳을 찾고 싶어 진다. 그리고 어디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낄지 준비된 마음으로 가야만 여행이 헛되지 않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면 그냥 와요에서 만족해도 무방하다. 터키는 고대 역사를 꽃피웠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며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 비교적 많은 그곳으로 여행을 하기로 맘먹고 간략히 정보를 익히고 갔다. 배낭여행은 처음이라 두렵고 설레기도 했고 준비해야 할 것도 무척 많았다. 지고, 끌고, 메고, 짐이 나를 누르는 힘겨운 여정이 시작되는 가운데 우리는 지치지 않을 때 우선 먼 곳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흑해 쪽으로 먼저 가기로 하고 첫 일정을 샤프란볼루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가까이 이스탄불로 다가가는 길을 택했다.

 

내가 느낀 터키란, 유서 깊은 역사의 도시이며 인구 98프로가 이슬람이어서 그럴까? 참으로 신비로운 나라였다. 왜냐하면 새벽부터 시작해서 하루에 5번이나 아잔(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일시에 온 나라를 울리지만 아무도 그것을 소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소리에 거부감이 있다면 아마도 그 나라를 떠나야 할 것이다. 일부 여행객은 소음으로 들릴 수 있으나 난 음악으로 들었다. 종교를 떠나 동시에 울려 퍼지는 애잔하고 경건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 동시에 울리지만 약간의 시간차가 있어서 여러 개의 모스크에서 한 음절 씩 주고받으며 입체적으로 울려 퍼지는 그 소리가 참 좋았다. 가사 같은 게 느껴지지 않는 듯 하지만 알고 보면 뜻이 있다."알라는 지극히 크시도다. 우리는 알라 외에 다른 신이 없음을 맹세하노라. 예배하러 오라. 구제하러 오라. 알라는 지극히 크시도다.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느니라."

새벽 5시에 첫 아잔을 듣고 잠에서 깬다. 어느 숙소에 있어도 들린다. 그리고 밤 10시 전 후에 마지막 아잔을 듣고 잠들었다.

 

터키 사람들은 친절하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동지애를 느끼며 반가워하고 사진 찍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한 가지 나쁜 점은 남녀노소가 담배를 너무 피워서 넓은 바깥 공간에 있어도 느껴지는 담배연기에 눈이 매울 정도다. 땅바닥은 온통 담배꽁초 쓰레기 투성이고 사람들은 빵이 주식이고 단 것을 좋아해서 거의가 비만형이었다. 그런데도 곳곳의 쉼터에는 노인들이 많은 걸 보면 장수하는 어떤 비결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터키의 여인들은 검은 부르카와 히잡으로 온몸을 가리고 다니는 걸 보면 멋을 낼 필요가 없는지 그것이 편한지 대부분 자기를 가꾸지 않는 어떻게 보면 불쌍할 정도였다.

 

물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음식점에선 한 가지 메뉴를 시키면 빵은 공짜로 무한 리필이 된다. 빵값과 차이(홍차)는 무척 싼 편이다. 그리고 불편한 점이 많았다. 모든 시스템이 불편하고 느리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단연 살기 좋은 나라다. 통신도 잘 안 되는 나라에서 한 달간을 살다 보니 몇십 년을 되돌아간 듯한 시간들이었다. 북부에서 시작해서 동부를 거쳐 남부, 서부. 흑해, 지중해. 에게해를 다 돌아 거의 일주를 한 셈이다. 기후도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거기서 봄을 맞았으니 아쉽게도 봄의 전령사인 진달래 개나리 벚꽃을 볼 수 없어 올봄은 무척 아싑기도 하지만 터키의 봄은 어딜 가나 파란 잔디와 들꽃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생각하니 여러 곳을 무거운 짐들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풀었다가 쌌다가 하는 것이 참 힘들었는데 이스탄불에선 한 곳에서 계속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좀 쉬어가는 시간이 될 수 있었고 그것도 터키의 랜드마크인 블루모스크 뒤편에 숙소를 정해서 매일 밤 멋진 모스크의 야경을 즐기고 아진을 들으면서 잠을 깨고 잠이 들었다. 이 밤도 아야 소피아와 불르 모스크의 야경이 빛나고 그 사이엔 무지갯빛 분수가 춤을 추며 국적불문의 인파들의 술탄아흐멧 광장의 흥취를 돋우고 있겠지. 이번 여행에서 느낀 시간의 개념인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경험을 찐하게 맛봤다. 일정하게 흘러가는 시간인데도 어떤 때는 더디고 어떤 때는 벌써? 하는 생각으로 마음은 들쑥날쑥해지고 동부를 지나 중부 내륙으로 들어오는 버스 안에서 12시간이 흐를 때는 특히나 24 시간 같은 무게감으로 지루했다. 아마도 그동안 차를 탄 시간이 약 100시간은 넘은 것 같다. 길다, 짧다, 좋다, 나쁘다는 그것이 다 일체유심조의 마음의 작용이 아니겠는가! 행복했던 순간도 불편했던 순간도 다 여행이란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나의 심연까지 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으로 또 다른 추억으로 남겨둔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이 주마간산이 아니었다는 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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