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는 이틀에 나누어서 봤다. 워낙 방대한 규모이기도 하지만 부조를 잘 살펴봐야 하고 일출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 이틀째 되는 날 새벽 4시 반에 미리 예약한 툭툭이를 타고 새벽 공기를 가르며 어제 잠시 스쳐간 그 길에서 보였던 울창한 숲으로 간다. 새벽인데도 공기는 후텁지근하다. 그래도 유일하게 툭툭이를 타고 달릴 때만이 바람을 맛본다. 5시경에 도착해서 긴 다리로 해자를 건너 십자 화랑을 지나니 양쪽에 있는 연못가에는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먼저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아 앉았고 뒤에 온 사람들은 서서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형태로 누가 시키는 사람 없어도 함께 감상을 할 수 있는 품위와 질서를 지키고 있는 듯했다. 다행히 내가 끼어들 자리가 있어서 흙바닥에 앉고 두 딸은 내 뒤에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점점 모여든 사람들이 연못을 빙 둘러싸고 손에 손에 카메라를 들고 해를 맞을 준비 중이다. 그 소란 중에도 모닝커피를 팔려는 호객꾼, 기념품과 머플러를 팔려는 어린아이들이 어설픈 한국말로 "언니, 일 달러"하면서 따라다니는데 잠도 못 자고 나왔을 걸 생각하니 측은했다.
여름이어서 해는 일찍 솟았다. 약 5시경에 중앙탑 왼쪽 하늘이 노랗다가 점점 불그레하게 물들어가고 세계인이 주시하는 가운데 천년의 고요를 깨우듯 해가 솟는다. 겨울이면 아마도 중앙탑 바로 뒤에서 해가 뜰 것 같았다. 모든 설계가 과학적이고 신령스럽게 계획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으니 새해 일출을 생각해서 그때면 해 뜨는 시간이 늦어져서 정 중앙에서 해는 솟고 하늘 아래 바로 비슈뉴가 있다는 듯 그렇게 바로 태양과 닿아지기를 원했지도 모른다. 해가 떠오르니 연못 주변에 있던 사원과 나무와 사람들 모두가 연못 속으로 빠져들어 그 실루엣이 일대 장관을 이룬다. 매일 뜨는 해지만 신비한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본다는 것은 개개인의 역사가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니까. 기다리는 시간에 비해서 해는 빨리 움직여서 높이 오르니 실체와 그림자가 맛닺는 그 신비로움은 사라지고 금방 어디서나 보는 일상의 해가 되고 만다. 그래서 행복은 아주 짧은 순간, 찰나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일출 감상이 끝나고 우리 세 모녀는 냉커피 한 잔씩 마시고 1층 회랑의 부조를 둘러보고 다음날 다시 와서 3층 지성소로 가파르게 올라가서 벽마다 새겨져 있는 압사라의 아름다운 조각품을 본 후 내려와서 전 날 못다 본 1층 회랑의 부조를 작은 딸의 설명으로 자세히 살폈다. 역시 불가사의한 작품이었다.
캄보디아는 전 세계 3번째로 큰 똔레삽 호수가 있고 거기서 흐르는 긴 강은 메콩 강과 합류했다가 메콩강과 두 줄기로 나란히 흐른다. 그렇게 우기에는 물이 많은 나라여서일까 앙코르와트는 물 가운데 흙으로 메워서 그 위에 세운 건축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해자와 숲을 간직하고 있었다. 해자는 우주의 대양을 뜻하고 대양 가운데 세운 앙코르와트의 중앙탑은 우주의 중앙인 메 루산(불교의 수미산)에 힌두교의 절대자인 비슈뉴가 살고 있다고 믿었다. 해자를 건너는 긴 다리는 건널 때마다 번뇌의 사바세계를 넘어서 신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원리다. 해자의 물이 마를 날 없으니 건기에 다른 나무는 타들아가도 해자 주변의 숲은 울창하고 싱싱한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어서 건축과 물과 숲의 조화가 와트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있었다.
앙코르와트의 조감도(박물관에 있는 것)
앙코르와트 일출
일출을 기다리는 전 세계의 사람들
와트를 둘러싸고 있는 해자,
해자는 신화 속에서는 우주의 대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해자의 다리를 건너면 번뇌의 세계를 벗어나 신의 세계로 간다고 생각함.
보리수나무
해자를 건너는 다리
음력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인데
캄보디아에선 국왕의 탄생일이어서 국경일이라고 하니 불교국가와는 맞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다리를 꽉 메우고 있는 인파들이 이어진다.
사원의 중앙탑
힌두 신화에서 말하는 세계의 중심이며 메 루산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수미산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 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은 메 루산의 산맥을 상징,
이곳 지성소에는 절대자인 비슈뉴 신이 살고 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사원 안에서 본 바깥 풍경
3층 지성소로 오르는 계단
춤추는 여신, 천상의 무희들
2층 회랑에 1500여 점의 압사라가 전부 다른 모습으로 줄지어 있다.
표정이며 옷자락이며 그 섬세함이 각기 다른 모습이어서 신비롭다.
나가(뱀의 왕) 위에 앉아있는 불상(박물관 소장)
앙코르시대에 아유타야 왕국이 쳐들어와 불상의 머리를 쳐서 가져간 것.
우리나라의 일제가 저질렀던 만행과 같은 행 위리라.
후대에 조성한 온전한 불상
도서관 측면 문
도서관(제사용 물품이나 귀중품 보관소) 앞쪽
화랑의 천정의 짜임새
사원의 1층 회랑
일층 회랑 벽에는 힌두교 신화의 부조가 있다.
신화의 내용: 인도의 대서사시인 마하 바리타에 나오는 쿠르평원의 전투 장면, 랑카의 전투, 신과 악마의 전투, 천국과 지옥의 심판,
크리슈나(최고의 신으로 숭배되는 힌두교 비슈뉴의 8번째 화신)의 승리, 우유 바다 휘젓기 등이 있다. 이 전투는 친족 간의
왕권 다툼이 내용이다. 부조에는 보병, 기병, 이들을 독려하는 연주자들이 있다.
여기서부터는 우유 바다 휘젖기란 부조다.우유 바다 휘젓기는 여러 부조 중에 가장 뛰어난 예술성이 있고 보는 재미가 있다. 바닷속의 생명체를 아주 섬세하게 다 조각이 되어 있다. 우유 바다를 휘젓는 뜻은, 세계의 멸망과 생성의 과정에서 유유는 양수를 상징하고 유유 바닷속에 암리타라는 감로수를 찾기 위해 천년 동안 뱀의 왕인 바수키의 몸통을 잡고 휘젓는다.
호텔 정원에 있는 향기로운 꽃(풀루메리아)
숙소, 씨엠립에 있는 크메르 맨션 부티크 4성 호텔
호텔 내부의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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