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도 비자림도 몇 번 왔지만 숲은 언제나 들어서면 마음이 편하고 풋풋한 향기도 좋고 새소리도 걷는 걸음걸이에 배경음악같이 들린다. 비자림은 비교적 걷는 시간이 짧은 곳이어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대중교통은 좀 불편하다. 천년이 넘는 나무도 있고 빽빽한 숲엔 쳐다보면 공간이 없다. 나무들이 자꾸만 옆으로 가지를 뻗혀서 작은 틈만 있어도 몸을 밀어 넣어 자기 공간을 만들어 서로 부대끼며 오랜 세월을 푸르게 늙어간다. 한 자리에서 온갖 풍상을 겪어도 꺾이지 않는 나무를 보면 경외심까지 생긴다. 천년이면 제주의 온갖 환난을 다 지켜봤을 텐데 목신이 있다면 아마도 아픔도 있었을것 같다. 나무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인간의 수명이다. 백 년을 산다 해도 열 번은 환생을 했을 이 역사적인 숲을 새소리를 들으면서 붉은 화산 흙을 밟노라면 사그락사그락 눈밭을 거는 듯한 소리도 참 좋다.
짙푸른 그늘에 여유롭게 쉬어가면 몸도 마음도 다 정화가 되고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 우리의 만남도 그 정이 절정에 이른다. 생활이 고달프면 잠시만 시간을 내어서 제주의 숲에 쉬어가면 한결 가벼워지는 심신이 되어 온 가족까지도 다 주부의 기분에 따라 밝아지는 환경이 될거라 믿는다. 안주인이 아프면 온 가족이 아프고 집안이 어두워지기 때문에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여행은 참 필요한 것이다. 더구나 혼자 흘쩍 떠나 아무 생각 않고 많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라면 그것이 보약이고 세러피다. 외로울 때도 숲은 친구가 되어주기 때문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숲은 잘 보존되어야 한다. 오늘도 내 마음은 싱싱하고 푸르른 오월로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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