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한라산 영실코스

반야화 2015. 1. 29. 13:12

오!!

비행기에서 한라산 백록담을 보는 순간이다. 구름 위로 솟은 백록담의 장관은 좀처럼 보기도 힘들고 포착하기는 더 어려운데 드디어 봤다. 행운의 순간이다.

 

추자도 올레 이틀을 마치고 쉬지 않고 다시 한라산으로 가는 체력 넘치는 우리들이다. 그동안 함께 했던 산행의 저력을 발휘하는 거지. 한라산의 설경은 영실코스가 좋기 때문에 그리로 갔더니 상고대가 없다. 자주 가다 보면 같은 곳이라도 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번엔 상고대보다 흑백의 기암들이 이채롭다. 우리 셋은 체력이 같아서 함께 여행하기에 딱 어울리는 친구들이다. 이렇게 셋이서 한라산을 오르다니 이번엔 기회가 아주 좋다. 나뭇가지에는 눈이 없어도 바닥에는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눈길 숨구멍 한참 밑에 계단이 보일 정도다.

 

한라산의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한다. 바람은 적당했고 하늘도 푸르더니 우리가 간식을 먹으면서 백록담 남벽 사진을 찍었는데 잠시 뒤에 구름이 가리더니 다시는 드러내지 않고 바다에서는 계속 구름을 만들어 위로 위로 밀어 올린다. 어떤 일이든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윗세오름 드넓은 평원이 눈으로 덮이니까 더 넓어 보였다. 한 가지 색으로 바탕색이 되었고 거기에 알록달록 등산객의 다채로움이 흰 바탕을 채색할 뿐 다른 색은 없다. 어리목으로 하산하는 중에도 몇 번이나 뒤 돌아봤지만 구름이 더욱 짙어질 뿐 남벽은 간 곳이 없다. 우리는 다행히 잠시라도 보았으니 뭐 미련을 버려야겠지 하면서 하산하는데 울퉁불퉁한 돌길이 눈으로 다 메워져서 하산길은 미끄럼을 타듯이 내려왔다.

 

어리목 중간쯤에 왔을 때는 구름이 아니라 구름 같은 안개가 몰려와서 또 다른 그림이 되어준다. 나목들의 데테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속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은 나목들과 더불어 수묵담채화의 운치를 자아냈다. 자연이 만들어 낸 조건들이 다 그림이 되고 작가를 만나면 예술이 되기도 하는 신비로움이 있는 산의 몸짓이다.

 

한라산까지 제주의 일정은 끝나고 6박 7일의 시간을 빈틈없이 즐기고 돌아오니 피로가 몰려왔다. 그동안의 여행후기를 남기는 일도 만만치는 않구나. 혼자 갔을 때는 좋은 곳에서 메모를 하면서 다니니까 집에 와서 작성하기 쉬운데 이번엔 그러지 못해서 한꺼번에 사진만 보고 기억을 살려서 쓴다는 게 힘들었다. 이렇게라도 내 기억력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겨우살이 열매

 

하산 중 안개가 심하다.

 

 

 

 

 

 

작은 가지를 품고 있는 종이 다른 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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