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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20코스

비가 온다. 잠시 오는 비라면 별 문제없겠지만 하루 종일 온다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지만 일정에 여유가 없으니 오늘은 우중 올레가 될 것 같다. 지난번에도 하루 종일 비를 맞아서 비옷을 입어도 몸은 땀으로 젖고 신발까지 젖어서 불편했는데, 그러나 높은 곳에서 하시는 일을 낮은 내가 어찌 피할 수 있으리. 훗날 언젠가는 나의 날개를 접어야 할 때가 오면 하나씩 꺼내보며 웃을 수 있도록 이것 또한 노후준비로 마련하는 거라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때가 온다 해도 난 후회하는 일 없이 나의 낡은 몸까지 잘 써먹었으니 어떤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 해도 다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현재에 충실하기로 맘먹는다.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현재에 충실하라는 어느 스님의 말씀이 지당하다는 생각이 든..

제주의 사계 2015.09.30

제주올레 21코스

코스: 터미널. 제주해녀박물관, 연대 동산, 면수동 마을회관, 낮 물발 길, 별방진, 석다원 해안도로, 토끼섬, 하도리 해수욕장 종달리 해안, 바람과 함께 가는 날, 여행이란 가고 싶을 때 가고 머물 만큼 머무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이다. 그런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지금의 내가 너무 좋다. 이제부터 제주올레 26코스를 다 섭렵해 보려 한다. 오늘부터 거꾸로 시작해서 21코스부터 돌기로 하고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일주 회선 버스를 타고 1시간 15분 정도 걸려서 상도리 해녀박물관에서 제주의 매서운 바람 맛을 보면서 바람과 함께 가는 날이다. 바람이 뒤에서 밀어줄 때는 가뿐하게 걸었지만 바람이 앞을 막아서니 바람에 저항하며 밀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걷는 길에는 당근밭과 ..

제주의 사계 2015.09.30

제주 비양도

제주 한림 쪽을 걸으면서 가까이 보이던 비양도를 드디어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날이다. 올레 14코스를 역으로 걸으면 비양도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일찍 출발해서 9시 배로 들어가서 3시간 놀다가 12시 배로 나왔더니 바로 올레 14코스를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가는데 배로 15분이면 닿는 곳이다. 내려서 둘러보니 가파도 보다도 좀 작은 것 같고 마을도 바닷가에 조그맣게 형성되어 있었다. 날씨가 참 좋다. 그래서 바다는 더욱 푸르고 섬 전체가 아름답게 보인다. 먼저 비양봉에 올라 등대에서 바다 건너의 풍경을 감상하고 한 바뀌 돌아서 조용하고 한갓진 동네를 천천히 돌면서 몸도 쉬어가고 마음도 쉬어가는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낸다. 날씨가 좋은 계절이어서 배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갑판에서 맑은 ..

제주의 사계 2015.09.24

한라산 초가을 백록담

제주에 와서 한라산을 오르지 않고 떠나면 뭔가를 빠뜨린 것 같아 마음이 허허롭게 된다. 그래서 팍팍한 일정에서 하루를 빼서 가장 좋은 날에 오르자며 남겨 두었던 날이 하필이면 구름이 가장 많은 날이다. 일기예보도 믿을 수 없게 하는 곳이 한라산이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한라산의 얼굴이니까 아마도 정상에 설 때쯤이면 우리를 위해 백록담은 보여주겠지 하는 믿음으로 부지런히 올랐더니 감사하게도 잠시 구름을 걷어주셨다. 사계절을 올랐지만 오늘처럼 더 크게 더 넓고 가깝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다. 갈 때마다 눈 덮인 흰색이거나 검은색만 봤는데 초가을의 백록담은 어느새 소복이 가을의 정취를 담고 있었으며 바닥에 풀들까지도 노랗게 가을을 담아내고 그 위로 운무까지 내려앉아 효과를 주니까 가을 수채화의 한 폭이 완성이 되..

제주의 사계 2015.09.24

제주 토끼섬의 문주란 자생지

이번 여름에 올레길을 걷다가 길가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문주란꽃을 난 처음 보았다. 신기하게 사진을 찍으니 옆에 제주도민이 구좌읍 하도리 토끼섬에 가면 자생지가 있다고 해서 그때부터 마구 마음이설레기 시작하고 어떻게 가는지 몰라 열심히 검색을 해봤더니 쉽지가 않다. 해안에서 50미터 떨어져 있어서 물이 빠지면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사람도 있고 물이 찾을 때 낚싯배를 오만 원 정도 지불하고 갈 수 있다는 사람, 그런데 토끼섬이 올레 21코스에 들어있는 걸 알았다. 분명 처음으로 걸었던 21코스를 혼자 갔을 때 못 봤는데 그러니까 어디를 가든 정보를 알고 가면 놓치는 게 없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혼자서 처으으로 올레란 걸 걸으면서 21코스에서 놓친 게 많아 이번에 토끼섬도 볼 겸 재도전을 했다. 제대..

제주의 사계 2015.08.20

가야산 국립공원의 남산 제 1봉(천불산)

가야산 국립공원, 국립공원의 권역에 들기가 어디 쉽더냐! 인간은 출세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자신을 다지고 더러는 비법도 필요하지만 산은 무위자연의 모습으로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지만 입신양명한 풍채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킬만하게 세상에 그 모습이 드러나게 되고 한 번 드러나면 유명세를 치르곤 한다. 그런가 하면 변방의 산들은 비록 국립공원의 권역에 들지 못한다 해도 인간처럼 시기 반목하지 않고 저마다의 특색으로 사계절의 그림을 담아내면서 또 다른 사랑을 받고 있으니 우리는 자연에서 사람됨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곳 저 빼어난 수려함에 세상의 때를 묻히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도 산은 너그러이 인간의 발길을 허용하고 다 받아 안아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

등산 2015.08.19

삼척 덕항산과 환선굴

청산의 품으로 시야엔 경계가 없고 청산의 품에 노니는 마음도 경계가 없네. 돌고 돌아도 님의 품 안, 가 없는 그대 지부 해함의 심성이여라. 헤매다 지칠 때면 산마루에 그늘지어 쉬어가라 나뭇가지 흔들어 바람까지 주시니 잠시 감은 눈 속에 비몽사몽 청산의 품이었네. 황혼으로 치닫는 인생 쓸쓸함만 가득한데 님의 정수리로 지는 해는 황혼조차 아름다워라. 넓고도 깊은 님이시여 청산이시여 무수한 발길 온갖 희로애락 다 받아 땅에 묻어 주시고 행복함은 잎새마다 새겨 주시니 어버이인들 이 보다 자애로울까 님의 품 안 찾아든 날 하많아 이제 그만 돌아가라 내치시어도 어느새 그 품에 깃들어 있네 청산이시여 내 발길 끊어지고 내 인생 다 지거든 청산 자락 기슭에라도 한 끝 내어 고이고이 받아주오. 너무 이쁜 솔나리를 만나..

등산 2015.07.29

괴산 칠보산

코스: 떡바위-청석재-칠보산 정상-마당바위-삼거리-살구 나무골-쌍곡 주차장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괴산으로 간다. 마니아들은 어떤 악조건에도 구애받기를 원치 않는다. 자칭 산 마니아인 나도 천둥 번개라는 예보에 낙뢰까지 염려하면서도 그 생각 속에서 뛰쳐나와 행동으로 전환하는 깨나 용감함을 아직은 잃고 싶지 않음이다. 나와 같은 대원들을 한 차 가득 태우고 가는 도중에 언제나 총대장님이 마이크를 잡는다. 대장님의 지당한 말씀 속에는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아름다움에 대한 강조다. 아름다움이란 말은 사물이나 행동과 내면까지 그 영역이 무척 넓게 쓰이는 말이고, 감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에 부딪칠 때 흔히 대명사처럼 쓰이는 어휘인데 그 넉자가 포용하고 있는 뉘앙스가 너무 좋고 그 말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등산 2015.07.22

속리산 국립공원의 대야산

코스: 삼송리-농바위골-암릉 슬랩-중대봉-대야산 정상-대문바위-밀재-용추계곡-대야산 주차장. 미지의 세계를 동경할 때는 그곳에 어떤 극한의 어려움이 있어도 "~싶다 싶다"하다가 결국에는 실행에 옮기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에겐 산행도 그와 비슷하다. 작년 여름에 청화산과 조항산을 등산하고 멀리에 우뚝하게 돋보이는 산이 있어서 물어보았더니 대야산이라고 했다. 그때 후기를 쓰면서 "저산에 가고 싶다, 갈 거야, 언젠가는 가게 될 거야" 그렇게 쓴 기억이 나는데 드디어 가게 되었고 그만큼 동경해왔기 때문에 그 산이 어떤 험로가 있는지는 불문에 부치고 ~~ 싶다에서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며칠 전 어느 나른하고 무료한 날 혼자 가만히 공상에 잠기어 여러 잡다한 생각을 했다. 사람이 한평생을 어떻게 하면 ..

등산 2015.07.15

금대봉과 대덕산

코스:두문동재-금대봉-고목나무 샘-분주령-대덕산-검룡소-검룡소 주차장 태백산맥에 있는 금대봉과 대덕산에 가는 날이다. 이곳은 자연생태 보호지역이기 때문에 탐방이 까다로운 곳이어서 미리 신청하고 인원을 제한적으로 출입시키는 곳이다. 그만큼 보전해야 할 가치가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계절마다 야생화가 많이 피고 계곡에는 특이 어종과 수서곤충(물속에서 사는 곤충)이 많고 특정 식물과 다양한 조류 등이 서식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무엇보다도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있는 곳이어서 더욱 잘 보존해야 하는 곳인 것 같다. 금대봉은 1418미터의 높이지만 두문동재까지 1200미터를 차로 오르는 곳이어서 금대봉의 높이는 오를 때는 느끼지 못하는 곳이다. 태백산맥에는 거의가 1000미터가 넘는 산들이 둘러치고 있어서 맑은 ..

등산 201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