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286

공원의 봄축제

서울대공원과 올림픽공원서울대공원 내 동물원둘레길이다. 바깥 굵은 빨간 선이 산림욕장길 7킬로미터이고, 안쪽 가느다란 빨간 선이 동물원둘레길 4.5킬로다. 놀며 쉬며 걸으면 약 두 시간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여서 꽃길을 걷고 담소를 나누기에 멋진 길이다.떨어져서 피는 꽃. 시들은 꽃, 이제 곧 지고 말 이쁜 것들을 좀 더 이쁜 모습 보고 싶어 물에 띄운 모습.천지가 새로 개벽을 해도 봄이 계절의 여왕자리는 굳건할 것 같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허공엔 먼지 한 톨 없이 맑은 찬지간에 내가 있고 내 안에는 푸르름으로 가득 들어찼다. 내 안에 들어찬 찬란한 봄과 푸르름이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가득한 날이다.개별꽃서울대공원 둘레길에 산벚꽃은 키가 나무커서 목을 꺾고 올려다봐야 하늘을 가린 꽃을 볼 ..

living note 2023.04.20

분내

친정아버지 생각하면 분내가 난다. 그 향기 얼마나 진했길래 이 나이 되도록 아직도 진하게 남아 봄마다 그리워도 볼 수 없었던 그 꽃 분내. 어느 날 아버지 지게에는 분꽃나무 가지가 따라왔었지. 나뭇가지 하나가 풍겨주던 분꽃 여운이 이리도 오래도록 남아 그리움 끝에 장승처럼 서 계시는 친정아버지가 세상 끝 저 멀리에서 꿈결처럼 이끌었나 우연히 분내에 이끌린 그곳에서 분꽃나무 무더기를 보았네. 그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같은 향기에 스며들어 차마 발길 돌리지 못하고 꽃을 어루만지며 아버지 향을 맡고 있었네. 세상 끝 별이 되신 아버지와 마주 보는 염화미소 같은 이 행복함이여.꽃은 또 지고 분내만 남겨지겠지 떠나가는 연인처럼.

living note 2023.04.12

여의도 둘레길

물이 있는 곳에서 봄색이 먼저 짙어질 것 같아 걷고 싶은 길을 여의도 길로 정했지만 가는 길이 만만찮다. 출근시간을 피하려고 약속시간을 늦게 잡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구나 9호선 급행을 타야 하는 노선이라면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그 북적임이 싫지 않는 것은 일터로 가는 인파가 그만큼 많다는 좋은 징조로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한 생각이 든다. 여의도 샛강역에서 출발해서 둘레가 8킬로인 여의도를 다 걷고도 공원에서 놀다가 봄물을 온몸에 흠뻑 적시고 돌아왔다. 여의도가 어떤 모양으로 섬의 형태를 띠고 있는지 궁금해서 무척 돌아보고 싶었는데 이름 그대로 샛강이 졸졸 흐르고 가느다란 개천에 한강 물줄기가 막힘이 없이 한바뀌 돌아서 다시 한강으로 나가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여의도란 지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living note 2023.03.20

매화투어 (양산통도사)

2023.2.20.통도사,경주,울산을 두루 돌며 매화를 찾은 여행. 해가 바뀌고 첫 여행을 매화투어로 시작한다. 매화라면 광양을 먼저 떠올리지만 난 양산 통도사 홍매를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다. 더구나 자장율사가 처음 심은 자장매라는 말에 그리운 듯 2월을 기다리다 때 맞춰 달려갔다. 통도사가 너무 유명한 사찰이다 보니 언젠가 찾은 적이 있는 곳이라 착각을 했는데 이번에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가는 길이란 걸 알았다. 늘 가까이 살았는데 어째서 처음 볼까, 너무 익숙한 이름에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것 같은 통도사. 명산에 명찰이 있는 법이지. 울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찾아가는 길에 오른쪽에 야산 뒤에 장벽 같은 우뚝하게 둘러치고 있는 산 아래 통도사가 있겠구나 짐작했더니 역시 산이름이 영축산인 그 아래..

living note 2023.02.25

매화투어(경주와 울산)

3박 4일간의 여정으로 통도사로 바로 갔다가 경주에서 숙박을 하면서 울산까지 둘러본 일정. 경주 양동마을이 매화와 잘 어울릴 것 같은 풍경을 보기 위해찾아 갔더니 시기가 이른 지 매화가 드문드문 피고 있었다. 양반과 사군자, 그중 매화를 늘 가까이했을 것 같은 사대부들의 생활상이 연상되어서 갔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면 상상했던 풍경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쉬웠다. 양동마을의 풍경은 반상이 분명한 가옥의 배치가 잘 드러나 있는 곳이다. 가장 높은 곳에 기와집인 종택이 있고 밑으로 내려올수록 아랫대와 주종들의 작은 초가집들이 있다. 매화나무 역시 종택이나 양반집 앞에만 있지 초가 앞에는 없다. 신경주역사 구 경주역, 경주의 중심에서 수많은 발길이 스쳐가고 고도의 풍경을 추억으로 실어 나르던 경주역이 이번..

living note 2023.02.24

봄을 찾아나선 길

행여나 나보다 먼저 와 있을 봄을 찾아 길을 나섰더니.... 잠든 숲 외줄기 한적한 길을 가는데 독살스런 한기도 깊은 가슴속엔 봄을 품고 있었네. 다시는 녹지 않을 듯 독기 어린 차가운 맘 거두니 금방 봄을 잉태한 만삭의 겨울이 여린 봄을 해산하는 걸 보면 악도 선도 둘이 아니란 생각을 자연에서 배운다. 산천의 첫 딸 같은 생강나무 꽃이 만삭이 되어 있고 노란 봄의 태동이 진통을 시작하네.

living note 2023.02.17

국립현대미술관(이건희 컬렉션)

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지는 겨울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면 겨울도 길다. 그렇다고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마땅찮아 실내에서 즐길만한 것이 바로 문화를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으로 모여드는 것 같았다. 딸과 함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가서 이건희컬렉션을 보고 다음날은 삼청동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1 전시실에서 이건희컬렉션,이중섭 미술을 봤다. 이 특별전시회의 주제는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이다.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에 포한된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카미유 피사로, 클로드 모네, 폴 고갱, 피에르 오귀스트르누아르, 호안 미로의회화 7점과 파블로 피카소의 도자 90점을 소개하는 전시회다. 이들은 미술중심였던 파리에서 스승과 제자, 선배..

living note 2023.01.18

한강트레킹

2023년. 1월, 새로운 시작은 한강변을 걷고 한강을 가로지르며 서울을 중심으로 해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도보여행이 되도록 중심에서 의미 있는 새해 첫출발을 한다. 이촌공원에서 압구정까지 십 킬로 넘게 걸었다. 서울에서 오늘처럼 투명한 날씨에 걸어보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며칠간 먼지 속에서 답답하게 갇혀 지내다가 투명해진 하늘 아래 한강의 흐름을 따라 걸으니 칼바람도 싫지 않았다. 한강을 가로지르면서 느낀 점은 서울을 남북으로 지키고 있는 진산이면서 외사산인 관악산과 북한산이 높이 솟아 수호하고 있는 것이 잘 보이고 대도시 중앙을 동서로 흐르는 한강의 광폭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세계적인 수도 서울의 터가 너무 좋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시야가 맑아서 남산과 겹쳐 보이는 멀리 북한산이 선명히 보인다. ..

living note 2023.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