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301

스님의 개인전을 다녀와서....

휴정스님의 서원(誓願)이 된 뜻깊은 팔순기념 개인전을 축하드리고 와서 지난 세월을 돌아본다. 구도자의 목적이라면 견성성불일 것이다. 말만 들어도 너무나 버거운 그 길을 간다는 건 필부필부들에겐 상상 너머의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다. 그런 구도의 길도 있지만 휴정스님처럼 주지스님이 된다는 것은 포교를 목표로 하고 중생을 깨우쳐 함께 손잡고 부처님의 뜻을 알 수 있는 불도로 이끌어 주는 것도 성불 못지않은 큰 보시라고 생각하며 나 또한 그 길로 들어서서 불자가 되었다. 주지스님으로서의 본분을 지키시며 수많은 인연들을 불도로 이끌어주신 지 어언 40 년을 넘기고 은퇴를 하시고도 그 길의 미련을 못 버리시더니 언젠가부터 또 다른 길을 찾아서 일탈 같이 세상 속으로 나가시더니 용감하게도 일반인들의 사는 맛을 접하..

living note 2023.09.24

경주,부산,울산으로 가을 여행.

첫날 경주, 경주에 가면 첨성대 일대는 꼭 들려본다. 시내에서 가깝고 걸어서 반월성 옛성길과 일대를 걷기에 참 좋다. 사계절 색다른 꽃들이 피어 있고 그 꽃들은 인제나 첨성대와 한 폭에 다 들어가는 그림으로써 사진 찍기의 명소다. 반월성은 발굴이 거의 된 것 같기도 한데 언제나 옛 모습으로 돌아올지 갈 때마다 덮여 있는 성터가 눈에 거슬린다. 발굴 전에는 파란 초원이 좋았는데 요즘은 성 둘레를 걸어보고 한결같은 등 굽은 소나무들과 고목이 되어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 성터를 지키는 나무들이 좋아 걷다 보면 성 아래 해자를 잘 정리해 두었고 남천과 월성교를 건너고 교동마을을 거쳐서 황리단길로 걸으며 가장 아름다운 고도를 다 볼 수 있는 짧지만 이쁜 코스다. 축제의 계절인지 반월성에서 어떤 축제가 있는 듯했지만..

living note 2023.09.24

가을맞이 대공원길

고난의 행군과도 같던 지루하고도 버겁던 여름이 드디어 끝자락까지 거두어들이는 것인가. 촉촉하게 젖은 땅에서 가을향기가 올라오고 나뭇잎은 무더위를 견뎌낸 흔적들이 애처러울만큼 말짱한 게 없다. 떠나가는 이의 뒷모습은 언제나 쓸쓸한데 붙잡고 싶은 사람이어야 향기를 남긴다. 그러나 여름의 뒷모습은 잘 가라는 말 외에 붙잡고 싶은 마음조차 없으니 향기 없는 계절이다. 가을은 안에 있으니 밖에 나가나 다 좋다. 집에만 있어도 쾌적함이 좋고 밖에 나가면 숲 속을 걷기에도 참 좋다. 그러나 가을이라는 말은 계절을 넘어서는 함의를 생각하면 그 속에는 인생행로가 들어 있어 기울어가는 내 생의 가을처럼 쓸쓸함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고 한해살이가 이룬 거 없이 시간만 거두어들이는구나 싶은 생각에 더욱 쓸쓸함이 파고든다.어느새..

living note 2023.09.13

공기처럼 당연했던 바다

늘 있는 바다, 마르지 않을 바다여서 고마운 줄 몰랐어. 마치 공기처럼,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 걸 너무 늦게, 이제야 그 존재가치를 느끼고 감사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농사가 없으면 당장 양식 걱정을 하면서 그 양식옆에 함께 차려졌던 찬은 왜 걱정하지 않았을까. 배추만으로 김치가 될 수 없는데 양념걱정은 왜 안 했을까. 바다는 끊임 없이 내어주고 원하면 언제든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여러 가지 해산물과 기본으로 바다에서 구해야 되는 걸 구매목록에 넣고 보니 너무 많다. 멸치만 해도 용도별로 가지 수가 이렇게 많았다니, 디포리, 다시 멸치, 고바멸치, 가이리멸치, 지리멸치 이 중에서 다시 멸치와 조림용으로 가이리를 샀고 멸치젓, 새우젓 김, 다시마, 오징어, 삼치팩, 소금 등등을 샀다. 기..

living note 2023.08.25

뜨거운 단상

입추도 지나고 풋밤이 영글어가는 가을의 문턱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더워는 점점 심해지니 아직은 여름의 정체성이 더 짙어 그 문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한동안 여름의 문 뒤에서 서성이게 될 것 같다. 사계절을 석 달씩 사등분으로 나누면 정확하고 뚜렷하던 우리나라 계절이 이제는 봄가을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여름과 겨울은 기세 등등 하게 영역을 넓혀가며 다른 계절을 침범하고 있다. 너무 습하고 더워서 집안을 피서지로 생각하고 지내다가 뒷산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노란 망태버섯이 궁금해서 갔더니 작년보다 좀 늦게 갔다고 어느새 망태버섯은 피었다가 노란 치마는 이미 낡아서 쭈굴쭈굴하고 과감하게 아예 벗어버린 것들이 흉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렇듯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데 그때를 놓치고는 ..

living note 2023.08.08

의왕 왕송호수 연꽃

한여름에 피는 연꽃, 모든 꽃이 피기를 거부하는 이때 연은 제철을 맞아 진흙을 덮어버린 초록 위로 긴 꽃대를 피워 올리며 여름에도 꽃을 보는 즐거움을 준다. 빛이 따스해야 꽃이 피는 것처럼 물속에 사는 연은 물이 빛만큼 따스해야 꽃을 피우나 보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연을 보면서생긴 말이 아닐까. 이른 아침에 달려간 호수에는 초록바탕 위로 진리의 꽃을 피워놓고 한바탕 뜨거운 향연을 벌이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간밤에 내린 비로 연잎은 물을 담아 바람에 굴리며 과유불급의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빗물을 가득 채우지 않으며 물을 담고도 꼿꼿이 설 수 있을 만큼만 채운다. 더 담기면 잎을 기울여 쏟아버린다. 필요이상이면 오히려 못 미치는 게 나은 줄을 아는 꽃이다. 버릴 것은 없고 배울 것만 있는 연꽃, 바탕..

living note 2023.07.08

공원의 봄축제

서울대공원과 올림픽공원서울대공원 내 동물원둘레길이다. 바깥 굵은 빨간 선이 산림욕장길 7킬로미터이고, 안쪽 가느다란 빨간 선이 동물원둘레길 4.5킬로다. 놀며 쉬며 걸으면 약 두 시간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여서 꽃길을 걷고 담소를 나누기에 멋진 길이다.떨어져서 피는 꽃. 시들은 꽃, 이제 곧 지고 말 이쁜 것들을 좀 더 이쁜 모습 보고 싶어 물에 띄운 모습.천지가 새로 개벽을 해도 봄이 계절의 여왕자리는 굳건할 것 같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허공엔 먼지 한 톨 없이 맑은 찬지간에 내가 있고 내 안에는 푸르름으로 가득 들어찼다. 내 안에 들어찬 찬란한 봄과 푸르름이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가득한 날이다.개별꽃서울대공원 둘레길에 산벚꽃은 키가 나무커서 목을 꺾고 올려다봐야 하늘을 가린 꽃을 볼 ..

living note 2023.04.20

분내

친정아버지 생각하면 분내가 난다. 그 향기 얼마나 진했길래 이 나이 되도록 아직도 진하게 남아 봄마다 그리워도 볼 수 없었던 그 꽃 분내. 어느 날 아버지 지게에는 분꽃나무 가지가 따라왔었지. 나뭇가지 하나가 풍겨주던 분꽃 여운이 이리도 오래도록 남아 그리움 끝에 장승처럼 서 계시는 친정아버지가 세상 끝 저 멀리에서 꿈결처럼 이끌었나 우연히 분내에 이끌린 그곳에서 분꽃나무 무더기를 보았네. 그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같은 향기에 스며들어 차마 발길 돌리지 못하고 꽃을 어루만지며 아버지 향을 맡고 있었네. 세상 끝 별이 되신 아버지와 마주 보는 염화미소 같은 이 행복함이여.꽃은 또 지고 분내만 남겨지겠지 떠나가는 연인처럼.

living note 2023.04.12

여의도 둘레길

물이 있는 곳에서 봄색이 먼저 짙어질 것 같아 걷고 싶은 길을 여의도 길로 정했지만 가는 길이 만만찮다. 출근시간을 피하려고 약속시간을 늦게 잡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구나 9호선 급행을 타야 하는 노선이라면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그 북적임이 싫지 않는 것은 일터로 가는 인파가 그만큼 많다는 좋은 징조로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한 생각이 든다. 여의도 샛강역에서 출발해서 둘레가 8킬로인 여의도를 다 걷고도 공원에서 놀다가 봄물을 온몸에 흠뻑 적시고 돌아왔다. 여의도가 어떤 모양으로 섬의 형태를 띠고 있는지 궁금해서 무척 돌아보고 싶었는데 이름 그대로 샛강이 졸졸 흐르고 가느다란 개천에 한강 물줄기가 막힘이 없이 한바뀌 돌아서 다시 한강으로 나가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여의도란 지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living note 2023.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