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피는 연꽃, 모든 꽃이 피기를 거부하는 이때 연은 제철을 맞아 진흙을 덮어버린 초록 위로 긴 꽃대를 피워 올리며 여름에도 꽃을 보는 즐거움을 준다. 빛이 따스해야 꽃이 피는 것처럼 물속에 사는 연은 물이 빛만큼 따스해야 꽃을 피우나 보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연을 보면서생긴 말이 아닐까. 이른 아침에 달려간 호수에는 초록바탕 위로 진리의 꽃을 피워놓고 한바탕 뜨거운 향연을 벌이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간밤에 내린 비로 연잎은 물을 담아 바람에 굴리며 과유불급의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빗물을 가득 채우지 않으며 물을 담고도 꼿꼿이 설 수 있을 만큼만 채운다. 더 담기면 잎을 기울여 쏟아버린다. 필요이상이면 오히려 못 미치는 게 나은 줄을 아는 꽃이다.
버릴 것은 없고 배울 것만 있는 연꽃, 바탕이 검어도 너무나 아름답고 명징한 꽃바다를 이루어서 보이지 않아도 넓은 잎 아래서는 저서생물도 키우는 배려심까지 있다. 꽃 피우는 것만으로도 교훈을 주는 연과의 교감은 견뎌내기 어려운 계절의 한 철을 아름답고도 뜨거운 가치를 느끼게 한다.뜨거워야 피니까.
연꽃삼매경에 빠져본 여름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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