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공기처럼 당연했던 바다

반야화 2023. 8. 25. 11:47

백사장과 바다와 하늘, 이 삼색이 어울어져야 제대로 된 풍경이 완성되어 아름답듯이 우리사는 세상도 이와 같아지기를.....


늘 있는 바다, 마르지  않을 바다여서 고마운 줄 몰랐어. 마치 공기처럼,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 걸 너무 늦게, 이제야 그 존재가치를 느끼고 감사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농사가 없으면 당장 양식 걱정을 하면서 그 양식옆에 함께 차려졌던 찬은 왜 걱정하지 않았을까. 배추만으로 김치가 될 수 없는데 양념걱정은 왜 안 했을까. 바다는 끊임 없이 내어주고 원하면 언제든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여러 가지 해산물과 기본으로 바다에서 구해야 되는 걸 구매목록에 넣고 보니 너무 많다. 멸치만 해도 용도별로 가지 수가 이렇게 많았다니, 디포리, 다시 멸치, 고바멸치, 가이리멸치, 지리멸치 이 중에서 다시 멸치와 조림용으로 가이리를 샀고 멸치젓, 새우젓 김, 다시마, 오징어, 삼치팩, 소금 등등을 샀다. 기본이  되는 것 외에도 우리가 즐겨 먹었던 게 한 둘이 아니다. 땅 위에 있는 생명의 숫자만큼이나 바다의 식구들도 너무 많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았다.앞으로 바다는 어떻게 변해갈까. 모든 바다생명에서 독소가 나오고 그 독소는 결국 인간이 저지른 대가가 되어 우리의 입으로 들어오고 나면 인간의 심장에도 독소가 쌓여서 결국에는 인간성을 상실하고 짐승 같은 성품으로 살아가는 게 아닐런지.......

뒤늦게 생각해 보니 세상에 독불장군으로 살아갈 수 없듯이 음식 역시 이것만 있으면 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온갖 양념이 버무려져야 하나의 음식이 된다. 주부라면 다 아는 이 상식이 바다에서 나오는 게 반이다.그런데 그 고마운 바다를 믿지 못하고 불신으로 대해야 하는 내마음이 너무 무겁다.

바다는 먹는 거만 내주는 게 아니다. 우리가 바다에 위로받고 바다에서 즐기는 것 또한 수도 없이 많다 마음이 답답할 때 사람들은 가장 먼저 바다를 떠올리며 존재만으로도 치유가 되어주는 바다다.

한량없이 넓은 아량을 가진 바다라고 해서, 오물을 실어오든  주검을 실어오든 무엇이든  차별 없이 다 받아들인다고 해서 독약까지 받아달라고  하는 인간의 이기가  언젠가는 독이 되어 다 되돌려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태초에 바다에서 생명이 열였듯이 그 생명의 끝도 바다의 마음에 달렸지 않을까.

성난 바다는 결코 인자하지 않다는 걸 알아야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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