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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농암종택

청량산 산행을 마치고 걸어서 농암종택까지 올 계획이었으나 산행에서 쌓인 피로 때문에 택시로 바로 오고 말았다. 평소에 우리가 하던 트레킹에 비하면 거리상으로 가능했으나 이어질 일정을 생각해서 숙소로 바로 왔다. 해 질 무렵에 농암종택에 들어섰더니 농암선생의 17대 종손인 이성원 종손님의 안내를 받아 한속정사로 들어갔더니 이미 따뜻하게 방을 데워놓으셨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우선 여정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근처 대자연가든으로 안내받아 저녁을 먹고 밤길을 걸으며 숙소로 가는데 물소리 풀벌레소리만 들리고 하늘엔 별이 총총한데 폰 플래시로 길을 밝히며 밤 마실길 같은 숨죽인 밤의 정적을 느껴보는 것이 오랜만에 해본 경험이었다. 안동에는 숙박할 수 있는 고택과 종택이 45곳이 있다. 종택이 18개, 고택이 27..

등산 2023.11.06

청량산도립공원(축융봉)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 싶다 싶다고 노래를 부르다 보면 그것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경험을 많이 했다. 이번 3박 4일간의 안동여행도 그랬다. 몇 년 전에 혼자 도산서원에서 이육사문학관까지 걷다 보니 왕모산 밑으로 낙동강이 흐르는 멋진 풍경에 반해 일대를 서성이다가 조금 더 올라가니 단천교에서 시작되는 여뎐길이라고 하는 미완성의 길이 표지판만 있고 공사 중이라고 해서 더 가지 못하고 돌아서며 퇴계선생이 청량산까지 산책을 했다는 퇴계오솔길을 따라 다음에 꼭 걸어보겠다고 마음먹고 늘 그 길을 그리워했다. 그 후로 여태 가지 못하다가 3년이란 시간 속에 여행길이 묶이기도 해서 훌쩍 세월만 흘려보내는 사이 길은 완성이 되었고 그 길은 선비순례길 4코스라는 새로운 테마길이 되었다. 그래서 계획된 여행길에 친..

등산 2023.11.05

가을 스케치(북한산 사모바위 코스)

아름답다는 말의 어원은 자연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변화하는 사계절의 자연 밖에서 아름답다는 말을 찾는다는 건 어쩌면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참 많이 쓰이는 말이지만 사물이 아닌 자연적 현상에서 어원의 본질을 느낄 수 있다. 시월도 막바지, 나는 구월에 가장 쓸쓸함과 허무를 느낀다. 마치 아무도 봐주지 않는 새벽녘 하현달처럼 쓸쓸한 정서에 젖어드는 시기다. 잠시 불그레한 빛을 뿌리다 숨어버리는 맥없는 하현달을 봤을 때도 그랬다. 상현달처럼 차오르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름달처럼 광채가 나는 것도 아닌 이울어가는 하현달은 잠 못 이루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달이어서 더 서글픔을 주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잠시 구월만 잘 넘기면 나에게도 차오르는 상현달 같은 활기가 넘친다. 가을 스케치를 위해 찾아든 ..

등산 2023.10.23

덕양산과 행주산성

올가을은 감사하게도 연일 좋은 날씨가 좋다. 집안에 있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다. 아직은 미세먼지도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는 가을하늘이 자랑거리였는데 언젠가부터 그 자랑거리 하나를 잃어버리고 나니 가을다움이 뭔지도 모른 채 짧은 게절이 다 가버리도록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 날들이 많았었다. 이대로만 가을하늘이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욕심은 아니겠지. 수도권에는 산이 참 많다. 큰 산들은 서울 쪽에 많고 경기도는 야산이 많다. 요즘은 야산트레킹이 좋아서 많이 걷고 있지만 서울의 산은 거의 다 가봤기 때문에 가끔씩 찾고 있는데 이제까지 가보지 못한 산이 하나 있어서 미루다가 드디어 찾아갔다. 바로 고양시에 있는 덕양산이다. 서울에서 상징성이 있는 산길을 다 걸었다.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외사산과 내사..

등산 2023.10.20

도봉산 (오봉에서 첫 단풍을....)

혹한과 혹서를 견디다 보면 다시는 다른 계절이 오지 않을 것 같음을 느낀다. 겨울 뒤에 봄이, 여름 뒤에 가을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투정을 부린다. 계절의 악조건을 견디어 낼 때에는 그것마저 뭔가 쓸모 있음을 찾는다면 나쁜 계절은 없다. 두 번이나 미루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최적의 날을 맞았는데 내 몸 컨디션이 엉망이다. 전 날 밤 잠을 놓쳐버리고 겨우 한 시간 정도 잔 것 같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드러눕고 싶을 정도로 안 좋았지만 내가 만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것이 더 안 될 일이어서 먼저 도착할 친구에게 약을 부탁하고 기어이 그 장소, 그 길을 올랐다. 몸이 안 좋아도 산속에 더 좋은 처방이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 너무 좋은 풍경을 보면 혼자 독락 ..

등산 2023.10.16

소중한 만남(부산에서...)

인연으로 시작해 필연으로 이어나가는 만남이 있습니다. 무수한 스쳐감이 있지만 만남이 아닙니다. 만남이란 이미 알고 지내는 어떤 대면이겠지만 우리의 만남은 인연의 끈 하나를 같은 길을 가는 마음으로 엮어서 지속해 가는 특별한 만남입니다. 어느 해 해외여행에서 여정을 함께 이어가는 길 도중에서 이루어졌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갈 수 있음은 그분이 나누는 정 때문입니다. 묵묵히 내 길만 가던 그 길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눈길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긴 여정을 함께 했는데 우리 일행이 그 시기에 한창 빠져 있던 올레길을 소개하면서 그분의 취향을 자극했나 봅니다. 그 후 돌아와서도 우리와 합류를 원하셨고 거듭되는 그 길의 축제를 함께 즐기게 되는 걸 보면 만남이 오래 유지된다는 것은 선호하는 것이 같아야 되..

living note 2023.10.10

울산 대왕암과 공원

이번 여행은 경주에 머무르면서 울산을 거쳐 부산까지 돌아보는 코스로 짜인 초가을 맛보기 여행이다. 가기 전에 계획된 일정에는 경주 시티투어 차를 티고 동해안코스인 감은사지, 골굴사, 문무대왕 수중릉 등을 돌아보기로 하고 예약을 했지만 15명 이상이 되지 않아 취소 되고 낙심한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울산에서 가보자였다. 내 생각에는 울산에서 부르는 대왕암이 경주 감포에 있는 것과 같은 장소여서 울산에서도 갈 수 있는 줄 알았다.삼국통일 을 이룩한 문무대왕의 호국정신이 깃든 수중릉을 처음 봤을 때는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도 전이었으니 다시 가보고 싶어서 울산에서 시티투어를 타고 대왕암으로 가는데 차 안에서 투어를 안내하는 분에게 질문을 하자 각각 장소도 다르고 명칭도 다르다는 말을 듣고 낭패한 마음과 다른 모..

living note 2023.10.06

스님의 개인전을 다녀와서....

휴정스님의 서원(誓願)이 된 뜻깊은 팔순기념 개인전을 축하드리고 와서 지난 세월을 돌아본다. 구도자의 목적이라면 견성성불일 것이다. 말만 들어도 너무나 버거운 그 길을 간다는 건 필부필부들에겐 상상 너머의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다. 그런 구도의 길도 있지만 휴정스님처럼 주지스님이 된다는 것은 포교를 목표로 하고 중생을 깨우쳐 함께 손잡고 부처님의 뜻을 알 수 있는 불도로 이끌어 주는 것도 성불 못지않은 큰 보시라고 생각하며 나 또한 그 길로 들어서서 불자가 되었다. 주지스님으로서의 본분을 지키시며 수많은 인연들을 불도로 이끌어주신 지 어언 40 년을 넘기고 은퇴를 하시고도 그 길의 미련을 못 버리시더니 언젠가부터 또 다른 길을 찾아서 일탈 같이 세상 속으로 나가시더니 용감하게도 일반인들의 사는 맛을 접하..

living note 2023.09.24

경주,부산,울산으로 가을 여행.

첫날 경주, 경주에 가면 첨성대 일대는 꼭 들려본다. 시내에서 가깝고 걸어서 반월성 옛성길과 일대를 걷기에 참 좋다. 사계절 색다른 꽃들이 피어 있고 그 꽃들은 인제나 첨성대와 한 폭에 다 들어가는 그림으로써 사진 찍기의 명소다. 반월성은 발굴이 거의 된 것 같기도 한데 언제나 옛 모습으로 돌아올지 갈 때마다 덮여 있는 성터가 눈에 거슬린다. 발굴 전에는 파란 초원이 좋았는데 요즘은 성 둘레를 걸어보고 한결같은 등 굽은 소나무들과 고목이 되어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 성터를 지키는 나무들이 좋아 걷다 보면 성 아래 해자를 잘 정리해 두었고 남천과 월성교를 건너고 교동마을을 거쳐서 황리단길로 걸으며 가장 아름다운 고도를 다 볼 수 있는 짧지만 이쁜 코스다. 축제의 계절인지 반월성에서 어떤 축제가 있는 듯했지만..

living note 2023.09.24

탄도항과 누에섬

우리나라를 행정구역으로 나누었을 때 가장 방대한 경기도를 다 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경기도에 둘레길이 생겼지만 워낙 많은 지역이 포함된 길이고 둘레길이 길고 교통여건도 좋지 않으니 아무리 트레킹마니아인 우리들이지만 전체를 완주한다는 건 불가능해서 이번에는 경기도 서해 쪽 트레킹을 처음으로 했다. 탄도항 주차장에 차를 두고 탄도항에서 누에섬까지 썰물 때만 드러나는 시멘트 길이 있다. 제주올레길을 완주한 후에는 주로 산길만 걷다가 오랜만에 서해 쪽을 걸었다. 잠잠할 날이 없는 제주의 바닷길은 맑기는 청옥빛이지만 서해는 그에 비하면 바다의 다른 종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흐린 빛이다. 물빛이 흐리다고 물 자체가 흐린 것이 아니듯이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바탕이 어떠한가의 차이다. 겉보기만으로 판단하는..

카테고리 없음 2023.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