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과도 같던 지루하고도 버겁던 여름이 드디어 끝자락까지 거두어들이는 것인가. 촉촉하게 젖은 땅에서 가을향기가 올라오고 나뭇잎은 무더위를 견뎌낸 흔적들이 애처러울만큼 말짱한 게 없다. 떠나가는 이의 뒷모습은 언제나 쓸쓸한데 붙잡고 싶은 사람이어야 향기를 남긴다. 그러나 여름의 뒷모습은 잘 가라는 말 외에 붙잡고 싶은 마음조차 없으니 향기 없는 계절이다. 가을은 안에 있으니 밖에 나가나 다 좋다. 집에만 있어도 쾌적함이 좋고 밖에 나가면 숲 속을 걷기에도 참 좋다. 그러나 가을이라는 말은 계절을 넘어서는 함의를 생각하면 그 속에는 인생행로가 들어 있어 기울어가는 내 생의 가을처럼 쓸쓸함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고 한해살이가 이룬 거 없이 시간만 거두어들이는구나 싶은 생각에 더욱 쓸쓸함이 파고든다.어느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