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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딸은 나보다 낫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나는 이날을 어떤 마음으로 지내왔을까? 어릴 때는 엄마 가슴에 꽃 한 송이 달아 드리는 날로 생각되었고 성년이 되었을 때는 떨어져 살면서 변변치 못한 선물 하나 부쳐 드리는 것이 고작이었고, 결혼해서는 언제나 시부모님이 우선이고 친정엄마는 함께 보내는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 그랬던 것이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특히 아버지는 왜 그렇게 정을 못 느끼고 무섭게만 생각했는지 만약에 지금도 살아계신다면 최선을 다해 효도하고 싶은데 이렇게 말하는 것도 변명 같기만 하다. 어제는 결혼한 딸이 양가 부모를 함께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는 뜻있는 시간을 갖었다. 난 생각도 못한 일인데 시댁 부모님이 먼저 함께 하자는 제의를 하셨기에 나로서는 더더욱 반가운 일이었다. 인연을 맺은 지..

living note 2010.05.08

마을 산악회를 다녀와서

우이령을 넘고 영봉, 백운대를 거쳐 위문으로 하산, 문밖만 나서면 늘 있어왔지만 새롭게 만나는 꽃들과의 대면은 새봄이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모처럼 참석하는 우리 마을 산악회 등산 가는 날,  날씨까지 한몫 보탬이 되어 주었다. 지난겨울 유난히 많이 내린 눈이 대지의 동맥과 정맥뿐 아니라 모세혈관까지 다 돌아 나왔는지 아름다운 봄을 탄생시키고 그 봄은 아티스트가 되었다. 산 입구부터 연분홍 바탕색에 연두색으로 채색하며  설치미술 같은 봄 풍경을  끊임없이 파노라마로 이어가고 있었다. 요즘은 길을 테마로 관광상품을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지는데 그런 유행의 상품이 아닌 6.25 전쟁 당시 피난민이 공포와 불안으로 걸어가야 했던 우이령길을 걸으면서 지금은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걷는 소풍길 같은 격세지감을 느..

등산 2010.04.25

꽃이 좋아지는 이유

난 야생화를 무척 좋아한다. 야생화, 명칭에서도 강인함이 느껴지고 나약한 뿌리가 어떻게 겨우내 언 땅에서 살아 남아봄이 왔음을 알았는지 양지바른 산기슭에는 한창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어나고 있다. 너무 작아서 무심코 지나가는 발길에 밟히기도 하지만 너무도 예쁘게 꽃을 피워주고 있어 사랑스러운 꽃. 꽃집에 가면 개량종도 많고 외래종도 수없이 많지만 그것들은 잠시만 방심하고 돌봐주지 않으면 죽어 버리는데 야생화는 주인이 따로 없고 주인을 위해 꽃 피우지 않는다. 요즘은 산행을 하면서 자꾸만 눈길이 아래로 향하고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풀꽃에도 다 이름이 있어 어떤 이 가 하나하나 이름을 붙였을까 하고 이름이 생겨난 유래를 생각하기도 하면서 걷는 산행길이 참 즐겁기만 하다. 짧기만 한 봄날에 열흘남짓 ..

living note 2010.04.21

님 만나기 어려워라

북한산 노적봉 코스,바람결에만 전해 들은 님이 오셨다는 기별에 오늘에사 만나 뵙니다. 어인 걸음이 그리도 더디신지요. 남녘에 꽃 진다는 이야기도 풍문이라 여겼더니 봄인지 겨울인지 정체성도 모호한 이 추위에 벚꽃님, 당신 만나기 너무 힘들어 처음으로 만난 당신께  존칭인 님이라 부릅니다. 그리움 끝에 만난 님의 모습은 봉긋이 터질듯한 붉은 가슴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디엔 꽃이 피었다 하고, 어디엔 꽃이 진다고 하는데 난 오늘 처음으로 벚꽃을 보았다. 지난주만 해도 생강 꽃이 전부였는데 그새 북한산 대서문 앞 쪽에 벚꽃이 활짝 피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이쁜 터질 듯 부푼 봉오리가 맺혀 봄을 연출하고 그 꽃그늘 아래 우리들의 찻집에선  커피보다는 향을 마신 듯 봄을 마신 듯 우리들의 즐거움에 놀란 꽃잎이 찻잔..

등산 2010.04.14

새로운 시작

의상능선을 타다. 나의 소우주에는 순환하는 사계절들로 꽉 들어찬 기분이다. 유래 없는 춘설로 계곡에는 여름 같은 물이 그들만의 멜로디로 봄바람과 합주를 하면서 흐르고 더디다고 재촉하던 봄기운도 밑에서부터 꽃을 피우면서 나와 같이 산행을 즐기며 산등성이를 넘는 것 같았다. 2010년 새봄이 시작되고 시산제도 지냈으니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으로 산행을 하게 되리라. 우선, 의상능선부터 다시 시작하려는데 그곳은 북한산에서 다소 험한 코스여서 피해왔지만 지난해 핼리콥터로 돌을 실어 나르고 했으니 위험한 곳이 어떻게 변했나 보고 싶기도 해서 코스로 잡았더니 역시 안전하게 돌계단으로 잘 짜여 있어서 이제는 걱정 없이 누구나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거의 수직상승으로 올라야 하는 의상능선, 용혈봉, 용출봉...

등산 2010.04.06

법정스님의 향기

봄은 오고 꽃은 피는데 스님의 낙화를 어찌 보라시는지요 아름다운 꽃도 향기 없이 지고 마는데 스님의 향기는 너무도 짙어 세세생생 `맑고 향기롭게`로 남습니다. 스님의 말씀 구구절절은 세상에 굴러 다니던 때묻은 말씀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세상을 굴러다니는 법륜이 되어 미혹한 중생의 마음에 큰 울림이 되고 자나 깨나 지니고 싶은 채움이 되었습니다. 모든 걸 다 비워도 그것이 충만으로 되는 건 스님의 향기입니다. 이 혼란한 시기에 진정한 멘토가 되어주실 선지자님 한꺼번에 떠나시니 텅빈 충만을 무엇으로 채워야할지 서운함만 가득합니다. 민주화의 꽃 한꺼번에 낙화되고 정신적 지도자 한꺼번에 떠나시니 혼란한 세상에 우매한 방황만이 감돕니다. 스님의 재가 불씨가 되어 다시 세상에 빛이 되어 주시옵소서! 법정스님을 추모하..

living note 2010.03.15

자연의 모성

진관공원과 북한산 어제 본 것이 꿈의 환영인가,춘설은 그렇게 맥없이 녹아내리고 화폭 같던 공원에는 나목만이 황사에 흔들리고 있다. 생강꽃이 필 무렵인데 혹한 보다 더 많은 눈이 오는 게 변고라고 할 수밖에. 자연이라고 모성이 없겠는가. 앙상하고 헐벗은 母木이지만 자식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따뜻한 모성은 사람과 같은 것이어서, 메마른 엄마나무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지만 몸속에는 고운 꽃과  잎을 다품어 안고 긴 겨울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꿋꿋이 견디어 내고 있다. 그러면서 선뜻 봄 속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마치 부모가 어린아이를 험한 세상 밖으로 내 보내지 못하는 심정으로 춘설을 염려했던 것 같다.  꽃샘추위가 잦아들 무렵 이제는 내어 놓아도 괜찮겠지 싶어 그냥 피게 두었던 철없는 어린 꽃이 ..

등산 2010.03.12

관악산에서

날씨만으로도 기분 좋은 출발이다. 매일 맞이하는 아침이지만 캄캄한 밤과 대비되는 아침으로 보면 천지만물이 밝음으로 인해 깨어나고 햇빛을 양식으로 봄을 맞이하려는 자연에게 땅속 깊이 비춰 드는 아침은 얼마나 더 찬란한 환희로움인지. 이런 맑고 상쾌한 아침에 대자연의 호흡 속으로 들어가는 행복이 얼마만 한 지를 아는 사람은 그 또한 자연이다. 산속, 그곳에 가면 언제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만나고, 빠져들고 그러다가 그 여운으로 다시 찾고 그렇게 보낸 세월이 20년 가까이 되어간다. 참 많은 순리를 배우고 따르며 살아가는 인생이 행복인 거지 그렇게 또 하루를 마무리한다.

등산 2010.02.24

신도림역

신도림역 신도림을 아시나요/거대한 지하 괴물의 뱃속 같은 인천행에서는 누구나 학다리가 된다/한 다리를 감추고 선 산고의 고통 같은 기다림/ 문이 열리면 수많은 옆구리로 아우성 없는 해산을 하고/ 인파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파도의 포말이 된다./ 2분마다 파도가 밀려오고 쓸려가는 신도림의 인해. 가난한 영혼으로 배를 채운 괴물은 하 모니카를 연주하기도 하고 /날 선 목소리로 외치는 짧은 장터가 되기도 한다/ 하모니카 연주가 시작이 되면 모세의 기적처럼 인해가 갈라지고/ 연주자는 유유히 땡그랑 소리를 즐기며/ 그 긴 인해를 가르며 그릇을 채우고 고단한 삶을 괴물에 기대어 밀려오고 쓸려 가는 파도를 탄다. 그래도 이 얼마나 다행이냐/ 아침마다 학다리가 되어도 좋다고 삶을 지고 섰는 이는 갈 곳이 있어 행복이 아..

living note 2010.02.20

눈밭에 서서

이 모양이 어떻게 생겼을까요? 발자국도 아닌 것이 음각과 양각의 무늬가 생겼고 음각에는 단풍잎이 구르다 빠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새하얀 눈밭, 이것은 갓난아기 마음 밭이고 이것은 착한 사람 마음 바탕이고 이것은 욕심 없는 근본이다. 이 순수, 어쩌다 발자국 하나 생기는 것은 세상의 때가 묻음이고 어쩌다 한줄기 길이라도 생기면 욕심의 맛을 알게 되고 어쩌다 마구 밟히면 타락의 세상이다. 새하얀 건 위험한 것 누가 발자국을 남겨 세상의 때를 묻혔는가 누가 길을 내어 욕심을 알게 했는가 누가 드나들어 타락한 세상인가 이것이 인생의 쓴맛이라면 다시 눈밭으로 돌아가리라.

등산 2010.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