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63

한 발 차이가 삼천포로.......

힘 빠진 매미소리도 느려지고 아침저녁은 어느새 서늘함마저 드는데 내일이 처서라니 여름도 다 간 것 같다. 밉다 밉다 해도 헤어질 땐 서운한 게인 지상 정인데 계절도 그와 같다. 비 피해는 많았지만 더위는 작년만큼 심하지 않았는데 막바지라 생각하니 왠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올여름엔 비 오는 날이 많아서 등산을 갈 수 없어 근육들이 너무 느슨해진 게아닐까 싶어 산에는 가고 싶지만 혼자는 선뜻 나서지 질 않아서 딸한테"엄마가 산에 가고 싶은데 같이 갈 사람이 없어, 우리 같이 갈까?" 했더니 "응, 엄마 좋아"라고 한다. 가끔이지만 산에 가는 걸 싫어하진 않는 것 같은데 문제는 엄마를 못 믿겠단다. 저번에도 위험한데는 가지 말자고 하길래 알았어 북한산엔 의상능선만 피하면 문제없어, 그렇게 말해 놓고는 어디서..

등산 2011.08.22

마음의 거리

내꽃밭 도라지 반야화 다가가는 거리는 즐거움에 지척이고 돌아서는 거리는 단장의 천만리라 마음의 거리는 찰나인데 어느세 거기인데 몸으로 가는 길은 왜 이리도 멀기만한지! 마음을 열면 우주를 담을 수 있지만 마음을 닫으면 바늘 조차도 꽂지 못하네 가야할 곳, 열린 마음인 줄 알면서도 내가 닫혔으니 아득히 멀기만한가? 멀어진 마음의 거리는 측량키도 어려워라 침묵하는 마음의 깊이는 내려가도 내려가도 닿을 길 없네. 가늠키 어려운 마음의 거리도 용서 하나로 열고 나면 거리도 깊이도 눈에 다 보이는 걸 그보다 더 가깝고 그보다 더 넓은 건 없다. 열고 살아라 나머지는 다 열고 살아라.

living note 2011.08.09

계곡을 돌려달라

마을 정기산행이 있는 날, 올여름은 유난히 폭우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이라 집 나서는 날 잡기가 겁이 난다. 그렇다고 나서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은 폭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하루살이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시간이다` 그러나 하루살이는 하루 동안 역사를 다 이루고 죽는데 나는 이만큼 살면서 무엇을 이루었는지 쌓여있는 게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나에게도 이제 시간이 가장 귀한 것이라는 인식이 새롭게 마음에 그늘을 만든다. 그래서 폭염 속에서도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고 온 하루였다. 여름에 산행을 하다 보면, 몸에 수분이 다 빠지는 것처럼 땀을 흘리고 나서 하산하다 만나는 계곡에 발 한 번 담그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는 산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장마 끝이라 물속에 뒤섞여 있던 ..

등산 2011.07.25

운해가 감도는 백운대

어제 낮 12시 즘에 갑자기 누가 부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무엇엔가 이끌려 점심을 먹고1시에 출발해서 백운데를 갔습니다 중간쯤에서 먹구름이 밀려와 너무 깜깜하고 무서웠지만 기어이 올라 백운대에 도착했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 풍경을 드디어 보게 되니 하찮은 재주에도 절로 시가 나왔습니다. 누구라도 그랬겠지요. 아!, 백운대 깜깜한 심해 속을 기어 올라 나는 가네, 광명을 찾아. 초록을 삼켰다 뱉었다 하는 구름의 입속을 발버둥처 보지만 허공만 젖고 있네. 헐떡이는 가슴으로 백운대 꼭대기에 앉고 보니 득도라도 한 것인 양 발아래 운해에 떠 다니는켜켜이 쌓여있는 도시가 아집이 배를 채운헌 짐짝 같기만 한데 저걸 버리지 못해 인고의 세월을 무수히 참았던가! 인수봉을 넘나드는 구름이 차마 백운대까지 삼키지 못..

등산 2011.07.10

다시보는 불곡산

창밖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고 연일 비가 내리다가 하루 반짝 들어주는 날 그냥 있으면 곰팡이가 생길 것 같은 축축한 마음을 말리기 위해 틈새를 놓치지 않고 마을 산악회 번개모임으로 양주에 있는 불곡산으로 내달렸다. 땅에 있는 습기가 피어오르는 건지 스모그인지 날씨는 뿌옇고 텁텁했지만 우중에 그만하면 뜨겁지도 않고 산에 오르기에 무난한 날씨였고 막힘없는 도로를 질주하는 것도 밭에서 풍기는 거름냄새도 향기처럼 느껴지는 오랜만에 신나는 산행이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잠시 길 위에서 바라보는 산세는 꼭 북한산로에서 바라보는 이말산과 북한산의 형상과도 흡사했다. 잘 모르고 갈 때는 무조건 정도로 가야 하지만 워낙 꼼꼼하게 준비해 온 리더님의 덕분으로 샛길로 접어들었더니 전에 두 번이나 다녀갔던..

등산 2011.07.03

태풍이 지난 뒤

평화 뒤에는 언제나 희생이 뒤따르는가? 주말에 태풍이 지나고 가장 먼저 진관 공원이 걱정이 되었다. 작년에도 아까운 나무들이 너무 많이 수난을 당했기에 이번에도 그럴 것 같아 오늘 둘러보았더니 작년만큼 심하진 않았지만 학교 뒤에 수로 변에 나무들이 넘어져 길을 막았고 우리 공원의 주종인 참나무들이 새로 자란 순들이 얼마나 많이 부러졌는지 온 산이 시퍼렇게 덮여 있었다. 그뿐 아니라 부러진 가지들이 수로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 앞으로 장마가 계속될 텐데 걱정이 된다. 그런데도 단지 내 수목들은 안전하게 잘 지탱해 준 것이 아마도 산이 막아 주었기 때문일 것 같아 참 고맙고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산을 위해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다만 해를 끼치지 않는 것 외엔.......... 당분간은 그토록 좋아하는 숲 속..

living note 2011.06.28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

고은 시인이 소년 소녀들을 위해 쓴 세상에서 가장 슬기로운 이야기 중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 세상에는 가장 강한 것이 12가지가 있다. 그중 첫 번째는 돌이다. 그러나 돌은 무쇠로 때리면 깨뜨릴 수 있다. 그러면 무쇠가 가장 강한가? 그렇지 않다. 무쇠는 뜨거운 불에 들어가면 녹아 버린다. 역시 불이 쇠보다 강하다. 그러나 불보다 강한 것은 물이다. 불은 물로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보다 강한 것은 무엇인가? 그건 구름이다. 물은 증발하여 구름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구름보다 강한 것은 바람이다. 바람은 구름을 이리저리 날려 버릴 수 있다. 그러나 바람이 강하다지만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러니 바람보다 강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보다 강한 건 두려움이다. 사람은 두려움 앞에서..

living note 2011.06.21

천국에 대한 불가지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노토노트`를 읽고 이 책을 읽기 전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개미`를 읽었었다. 기발한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어릴 때부터 개미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서 결국에는 책으로 펴 낼 수 있었던 작가의 끈질긴 탐구력이 독자들의 호기심까지 발동하게 만드는 유명 작가인데 감히 신의 영역인 천국을 탐험한다는 내용이 궁금해서 읽지 않을 수 없었던 책이다. 타나토 노트란 그리스어로 저승을 항행하는 자란 뜻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듯이 사후세계에도 분명 경이로운 어떤 대륙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고 마취과 의사인 미카엘 팽송과 친구인과학연구소 생물학 연구원인 라울 라조르박이 영적 세계를 탐험하는 내용이다. 과연 우리가..

living note 2011.06.15

5월 정기산행에서

언제부턴가 외출을 할 때면 언제나 주머니에 작은 물건 하나가 만지작 거려진다. 집을 벗어나면 세상의 한 단면이 내 작은 물건 속으로 들어오고 그 세상은 나의 생활의 단면이 되기도 하고, 보이는 것 모두가 내 작은 물건 속에서 보석 같은 한 조각으로 남아 나와 함께 빛나는 순간들이다. 살아갈수록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살아갈수록 세상이 찌그러져 보인다거나 내 마음 밖의 일이라면 얼마나 피폐한 삶이 될까를 생각하면 작은 렌즈 속으로 들어오는 셔터의 찰나는 모두가 순간 수간의 행복의 조각들이다. 꽃잎 하나하나, 아이들의 몸짓, 바람에 살랑이는 작은 떨림마저도 그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건 살아온 시간만큼 세상을 향한 시야가 넓어지고 관용 의심성으로 변하기 때문이리라. 오월을 끝으로 ..

등산 2011.05.29

경주남산 기행

가장 좋은 계절에 가고 싶었던 경주남산, 드디어 오월 중에서도 산행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다 갖춘 날 날아가는 기차를 타고 남으로 가는 길은 살아있는 풍경화 속으로 가로질러 들어가는 느낌이었다.전국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신경이 쓰였지만 난 운좋게도 남북을 오가는 사이에 비는 한 방울도 맞지 않고 비 사이사이를 피해 다니게 되어서 감사한 마음이었다.파아란 하늘에 뭉게구름처럼 파아란 산에 아카시아꽃이 뭉게뭉게 피어 있었고 달려가는 동안 마음이 즐거워서 전 날에 잠은 거의 못 잤지만 바라보는 풍경만으로도 수면효과를 내는 아주 평화롭고 편한안 상태였다.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주는 발을 내딛는 순간 아카시아향이 온 몸으로 밀려 들었다.경주남산에는 시부모님 산소가 모셔져 있기도 하고 그 곳에 살 때 자주 찾아가던..

등산 2011.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