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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각시를 만나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단 한 번의 기억으로 남겨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첫사랑의 추억처럼, 그걸 지키지 못하고 오늘 또 오류를 범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3년째, 첫해 봄에 진달래 능선에서 능선 양쪽으로 진달래가 마치 래드 카펫을 밟고 걸어가는 주인공의 들러리처럼 화려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때 나는 그 길을 선택된 주인공처럼 진달래의 축복을 받으면서 걷는 기분을 느꼈었지. 그렇게 기분 좋은 기억을 담아 오던 밤에는 잠도 이룰 수 없었다. 잠자리에 누워 있으면 낮에 본 그 꽃 길이 깜깜한 밤에도 꽃잎을 열고 그 빛깔로 그렇게 아름답게 피어 있을까, 아니면 달님이 놀아줄까,하는 철 없는 생각 때문에 해마다 봄이면 잊을 수 없는 기억이고 추억인데 차라리 아름답게 남겨둘 걸 작년 봄에도 찾아갔었고 오늘도 찾..

등산 2011.04.20

노루귀의 자태

청, 백 노루귀의 아리따운 자태                                                                       목이 길어서  청순가련미가                                                                       넘치는 순수한 처녀 같다.                                                                       가녀린 목에 솜털이 보송보송                                                                        도시의 세련미를 본보지 않은                                      ..

등산 2011.04.09

청춘은 두 번 온다.

청춘이라고 하면 잠시 왔다 가는 짧지만 아름답고 풋풋한 봄 같은 날들이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청춘은 단 한 번뿐이고 다시 오지 않는다고 아쉬워한다. 그렇다고 `청춘을 돌려다오`라고 외치지 말고 아쉬워하지 말자 청춘은 두 번 온다. 인생 60을 살고나면 60 갑자를 다 끝내고 다시 돌아가 같은 간지로 새로 시작한다. 난 그때를 다시 오는 봄, 청춘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고 삶의 목표를 다 이루고 난 후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봄이라고, 첫 번째 청춘은 이성을 사랑하는데 다 바쳐도 아깝지 않아야 하고 후회 없어야 한다. 두 번째 청춘은 자신과 자연을 사랑하는 데 다 바쳐도 아깝지 않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 난 지금 두 번째 청춘을 만들어 보려  새봄을 기다리고..

living note 2011.04.07

2011년 마을산악회 시산제

장소: 경기도 장흥면 노고산, 삼각산이 바라보이는 곳 (삼각산의 가장 멋진 모습을 보는 곳) 소생하는 자연의 질서가 시작되는 때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언제나 힘 있는 자에 따라 그 질서가 바뀌기도 하지만 자연의 질서에는 다투는 법 없이 순리에 따른 생명들의 질서가 참 경이롭기까지 하다. 모두가 봄이 오면 진달래의 꽃소식을 먼저 기다리지만 진달래는 그 바람대로 잘난 체 생강 꽃보다 먼저 피는 법이 없다. 생강 꽃이 봄물 결의 첫 테이프를 끊고 나면 연이어 개나리 진달래가 따라서 피어난다. 이즘이면 이산 저산에서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지나간 한 해의 감사함을 실어 새해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하나의 절차를 시행하는 산사람들의 경건함을 볼 수 있는데 어제는 우리 마을 산악회도 예외 없이 그 절차에 따..

등산 2011.03.27

파주 헤이리를 다녀와서

지난 주말 딸들하고 봄나들이를 했다.땅속에서 시작된 봄이  느낌으로만 봄이지, 눈에 보이는 봄은 아닌 것 같다. 아직은 가벼운 겨울 옷 하나쯤은 들고 다녀야 하는 날씨지만 혹독한 추위를 견디어 낸 사람들의 마음속엔 벌써부터 계절적인 그것보다는 새로운 희망 같은 마음이 시작될 때 모두 봄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모처럼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라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우리 집에서는 북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먼저 일산에 있는 고양 아람누리 전시관에서 프랑스 작가 장 자크 상페의 삽화 전시도 보고 빵과 커피도 마실 수 있는 일석이조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파주 헤이리로 갔다.  헤이리에 예술인들의 사는 모습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고 뭔가 특별한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지금은 어딜..

living note 2011.03.14

마을 산악회 2월 정기 산행 (파주 감악산)

어제 산행을 한 뒤라 곤히 자고 났더니 아침부터 촉촉이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 그동안 날씨가 추워서  눈이 오래 덮여 있었으니 갈증이 날 때는 벌컥벌컥 물을 마셔야 해소가 되듯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눈 물을 받아 마시기에는 해갈이 되지 못하던 대지의 생명들이 비라기 보다는 비료 같은 물기를 적기에 마시게 되었으니 바라보는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것 같다. 연초에 회의를 거쳐 새해부터는 가끔씩 원정 산행을 하기로 정하고 어제가 그 처음인, 파주에 있는 감악산으로 갔다. 봄기운이 도니 어린 대원들이 여럿 참석하게 되어 반가웠고 그동안에 키도 큰 것 같았다. 총 20명이 참석했고 승용차 4대로 나누어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도 했지만 처음 가는 곳이라 모두들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산 입구로 진입하는 길..

등산 2011.02.27

아름다운 석양

동지가 지나고 두 달이 되었으니 낮이 많이 길어진 것 같다. 며칠 째 날씨도 따뜻해서 아침에 하던 산책을 저녁때 하는데 춥지가 않은데 마침 서쪽하늘에 석양빛이 곱게 물들고 있다. 카메라가 없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생각보다 참 잘 나왔다. 무엇보다 배경이 잡다하지 않고 원하는 것만 찍엇던 것이 깨끗하게 보인다. 초겨울부터 창릉천변을 공원으로 만들고 산책로까지 생겨서  올봄에는 아름다운 꽃길을 걸으면서 매일 석양과 북한산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꽃도 없고 잎도 없는데 가지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나무가 떠나지 않고 기다려 주는데 봄이 꽃을 몰고 올 것이야.

living note 2011.02.23

신묘년 정월대보름 달 잡기

언제부턴가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던 장난, 그릇에 물을 채우고 그릇마다 담긴 달을 한 번에 찍으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늘 마침 가장 큰 대보름 달이 떠 올라 시도를 했는데 카메라가 시원치 않기도 하고 생각과는 다르게 한꺼번에 다 보이는 게 아니라 그릇 하나에만 비추어 볼 수가 있었다. 아마 비출 수 있는 각도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거울을 가지고 달을 담았더니 너무 재미있고 이뻐서 잘라내지를 못하고 다 올려두기로 한다.

living note 2011.02.17

화초의 겨울나기

유난히 춥다는 이 겨울을 추위를 피해 화초를 안으로 들여오니 나와 함께 호흡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무언의 친구가 됐다. 화초는 내 손길에 숨쉬고 나는 화초의 숨결을 마신다. 벌써 몇 해 겨울을 우리는 안과 밖에서 함께 정을 들이며 내 곁을 떠나간 내 자식의 자리를 메워주고 있는 이쁜 것들 아침에는 아무리 추워도 커튼을 열고 맑고 영롱한 아침을 먹인다. 그러나 늘 양식이 부족해 허기진 모습이고 포만감을 주지 못해서 "기다려라, 기다리자" 봄이 너희들을 배불리 먹여줄 때까지. 그렇게 달래며 이 긴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차별을 하는 실수를 저질러 그만 칼라코에를 늦게 들여 나서 추위에 얼마나 나를 원망했을까 싶어 사과를 했다. 너무 미안했다. 칼라코에 "너, 더 많이 사랑해줄게" 약속해. 칼랑코에

나의 꽃밭 2011.01.19

생명력

아침 뉴스 10년 만의 초강력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전국 대부분 지방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은 영하 17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런 한파에 한 생명을 무시한 잘못을 뉘우칩니다. 칼랑코에는 원산지가 아프리카인데 어젯밤 칼바람에 얼마나 놀랐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어제 아침에 환기를 하고 잊어버리고 저녁때까지 베란다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초저녁에 나갔다가 깜짝 놀라서 문을 닫고 꽃은 본채만채 수도가 얼지 않았나 싶어 열어보니 다행히 물이 나오더군요. 그리고는 무심히 꽃에게 눈길도 안 주고 들어왔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칼랑코에 잎 이축 처져있네요. 화분이 크고 이쁘지 않아서 죽으면 내년 봄에 다시 심으면 되지 하고는 내버려 누었는데 추운 겨울에도 꽃이 지지 않고 있어서 나는 그대로 ..

나의 꽃밭 2011.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