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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 정기 산행을 마치면서

세월이 빠르기를 쏜살같다 하는데 쏜살이 아직도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더니만 어느새 내가 표적이 되어 쏜살을 받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너무 빨라한 생애의 한계점에 점점 더 빨리 다가가는 것 같은 이 느낌, 참 서럽습니다. 그래도 지향하는 그 무엇이 있어 계속 흘러야만 하지요.  오늘 정기산행을 마치면서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아볼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니고 겨우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산행조차 참석하지 못할 만큼 바쁘게 살았던 날들에 이루어 놓은 게 무엇인가를 잠시 단상에 잠겨보는 시간은 어떨까요?  몇 번 참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니 참 즐거웠던 시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새해 아침 사모바위에서 해맞이로 시작해서 좀처럼 만날 수 없다는 만월과 일출을 동시에..

등산 2010.12.12

가을의 여운

아쉬운 가을이어서 혹시 그 여운이라도 있을까 싶어 혼자 산행을 하기로 했다. 아침에 배낭을 꾸리면서 딸아이 앞에서 혼자 산에 갈 때는 완벽하게 잘 챙겨야 돼 부족한 게 있으면 안 되거든 일행이 있으면 부족해도 옆 배낭에 들어있을 수 있으니 걱정이 없지만 혼자는 나에게 없는 것은 힘들어도 참을 수밖에 없으니까, 가다가 떡이나 사야겠어하고 고구마 한 개와 사과 한 개 커피와 뜨거운 물을 넣고 나서는데 딸이 효도한다고 산 아래까지 차로 데려다주는 바람에 그만 떡을 사는 걸 잊어버리고 어느 정도 올라갔을 때 아차 했지만 그렇다고 내려갈 수도 없어 그냥 올라갔다. 코스를 봉성암, 용암문 대피소를 거처 백운데로 갔는데 아래쪽에는 단풍잎이 마르긴 했지만 떨어지진 않아서 멀리서 보면 아직도 가을의 여운이 남아있어 아쉽..

등산 2010.11.29

가을이 떠난자리

가을이 떠나갔네,잠시 집을 떠나 있는 동안에 가을은 온 산에 구수한 녹차향만 남겨놓고 머물던 자리를 겨울에 넘겨주고 떠났네. 한차례 화려한 향연이 끝나고 관객도 떠난 뒤 뼈대만 남은 무대장치같은 모습 사이로 쓸쓸한 바람만 드나들고 앙상한 나뭇가지를 칭칭 감고 있는 묵은 넝쿨들이 나무들의 숨통을 조이는 것 같아 다 끊어주고 싶은데도 어쩌지 못하고, 저것도 다 저들이 살아가는 방법이겠지 생각하며 내 마음만 돌리고 만다.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방법이 다양한데 내 마음에 안 든다고 내가 뭐라고 나무랄 수는 없는거야 나무를 감아야만 살 수 있는 넝쿨들이나 감기면서도 인자하게 그 품을 내어주는 나무들이나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에 충실한 것인데 왜 바라보는 내마음만 답답한 것인지........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곱..

living note 2010.11.24

2010 만추의 북한산

칼바위 능선, 문수봉을 거처 응봉능선으로 하산,마을버스를 타고 출발했기에 연신내나 불광동쯤에서 지하철로 갈아탈 줄 알았는데 차는 자꾸만 가고 몇 명은 졸고 있고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지 무척 궁금했는데 한 시간 이상을 달려서 평창동까지 가는 게 아닌가. 그만큼 달려도 북한산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니 북한산이 얼마나 장대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고 그 둘레가 성곽처럼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서울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수호신인 서울의 진산이다.  며칠 전 때아닌 겨울 같은 날씨가 곱던 단풍잎을 다 말려 놓아서 기대했던 단풍 물결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산은  갈색톤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제 목적지 첫 코스가 나오고 칼바위란 명칭이 좀 섬뜩하긴 해도 묘하게 발 디딜 곳은 다 있었다. 어떤 산..

등산 2010.10.31

버리지 못하는 고운 것들

곱다 곱다.너무 고와서 발길에 체이게 둘 수 없는 잎새들무릇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마지막 초라한 모습은 보이려 들지 않는데단풍 너는 이리도 고운 색을 품고마지막에 보이려 기다렸더냐!모체를 떠나는 여행길이 너무 고와서 슬프구나못 본 체 두었다면 한낱 거름이 될 너를내 거실에서 이렇게 이쁜 그림이 되어주는구나이제 영원히 변치 않는 영상으로 나와 만날 것이야내 생명에도 떨겨가 생기거든너만큼만 이쁘게 떠나고 싶다.저무는 나의 가을이 고운 너의 가을 속에서이렇게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living note 2010.10.26

찬란한 아침

창마다 커튼을 드리운 채 깊게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닫힌 창문으로 밀려들지 못하고 부딪친  햇살들이 창을 달구고 있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이 찬란한 아침 풍경을 아주아주 큰 지구라는 보석이 태양빛을 받아서 발산하는 광채다.남으로 난 창문마다 눈부시게 맑고 투명한 아침햇살에 쌓여있는 이 가을 아침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시작이다. 대충 아침을 먹고 앞산 공원으로 마구 내달렸다. 이런 것이 행복이라고 믿는 순간 행복이 별게 아니라는 외침이 가슴 가득히 차 오르고 막 깨어난 싱그러운 숲 속을 거닐면서 가장 잘 어울리는 본 윌리암스의 `날아오르는 종달새`를 들으며 고음으로 치닫는 바이올린 선률에서 종달새의 힘찬 날갯짓을 본다. 조용한 숲 속에서 한가로이 듣는 날아오르는 종달새의 감미로운 선율에 한없..

등산 2010.10.15

가을속의 노고산

경기도 장흥 노고산, 우리나라의 자랑은 아름다운 가을 하늘도 일부분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하늘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파랗기만 하다면 밋밋할 수도 있는데 맑고 파란 하늘에 양털 같은 뭉게구름이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다. 노고산 정상 헬기장에서 보는 풍경은 주변 산들이 동그라미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앉은 모양새인데 그 동그라미 속에서 우리 일행이 마치 들꽃 같은 주인공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어린아이들이 있어 그렇게 보이는 것이겠지만 둘레의 하늘에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라도 하늘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주변에는 구절초의 청초한 순백색과 가을꽃들이 오르내리는 길을 한결 즐겁게 해 주 고삼 각산의 위치가 가장 높게 보이는 곳이라 노고산에서 바라보는 백운데, 만경대, 노적봉이 삼각산으로 명명된 유래를 보..

등산 2010.10.10

둘레길 대신 사패산

어제는 4차 둘레길 가는 날인데 참가 인원이 어른 4명밖에 안 되어서 도봉산 줄기 끝부분에 해당하고 의정부 쪽에 위치한 사패산으로 갔습니다. 둘레길은 3차까지 갔던 사람들이 다시 함께 갈 수 있을 때까지 보류해 두었습니다. 사패산은 별도의 산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부족하지만 거대한 콘크리트 같은 암석으로 되어있어 산이라고 할 만큼 큰 봉우리여서 산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사패산은 그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거기서 바라보는 사방의 경치가 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정부가 내려다 보이고 삼각산도 보이고 산들이 겹겹이 이어져 보이는 풍경이 지리산 어디쯤에서 찍은 사진처럼 보입니다 날씨가 흐리다가 비가 왔지만 붉은 구름띠가 길게 이어져서 피어오르는 운무가 아주 멋지게 보였습니다. 저는 어제 ..

등산 2010.10.03

수난과 평화

높고 파아란 하늘, 가을 자리다. 여름 내내 지독한 산모기의 공격 때문에 공원 산책을 못하게 되었는데 며칠 전에 태풍을 만난 산이 걱정스러워 올라 가는데 숲에 들어서자마자 모기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드는데 까짓것 후유증만 남기지 않는다면 피를 나누어 줄 수도 있지만 한 번 물리고 나면 오랫동안 가렵고 붓고 고생을 하기 때문에 산 모기는 피해야 한다. 그렇지만 오늘은 끝까지 올라가서 공원을 살펴봐야 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서 바라볼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키 큰 나무들이 꺾이고 뽑히고 넘어지고 해서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가 너무 심해서 눈물이 났다. 문을 닫고 걱정 없이 잠든 사이에 아무런 느낌도 없이 잘 잤는데 숲은 태풍을 만나 저토록 상처투성이가 되도록 사..

living note 2010.09.07

8월 정기 산행의 일탈

어제의 빗줄기가 아직도 끊어지지 않았는지 조용한 휴일 아침 창밖에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네요. 어제 산행하고 오신 대원님들 아직 곤하게 주무시고 계시겠죠 산행코스는 짧았지만 비를 맞았고 오랜만에 한 산행이고 뒤풀이 족구까지 하셨다면 그러실 거예요. 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나이가 들어도 잠재되어 있는 동심은 더 성장하지도 상실하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회장님을 비롯한 대원님들이 가식과 속박에서 벗어나 금지된 장난을 치시는 모습에서 누구나 가끔씩은 일탈하고  싶은 욕구가 내재되어있다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 가식만 아니었다면 그 맑고 풍부한 계곡에 뛰어들고 싶었으니까요. 평소에는 비에 맞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하지만 마음 놓고 비 맞을 준비가 되어있어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입은 채로 물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

등산 2010.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