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37

천국에 대한 불가지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노토노트`를 읽고 이 책을 읽기 전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개미`를 읽었었다. 기발한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어릴 때부터 개미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서 결국에는 책으로 펴 낼 수 있었던 작가의 끈질긴 탐구력이 독자들의 호기심까지 발동하게 만드는 유명 작가인데 감히 신의 영역인 천국을 탐험한다는 내용이 궁금해서 읽지 않을 수 없었던 책이다. 타나토 노트란 그리스어로 저승을 항행하는 자란 뜻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듯이 사후세계에도 분명 경이로운 어떤 대륙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고 마취과 의사인 미카엘 팽송과 친구인과학연구소 생물학 연구원인 라울 라조르박이 영적 세계를 탐험하는 내용이다. 과연 우리가..

living note 2011.06.15

5월 정기산행에서

언제부턴가 외출을 할 때면 언제나 주머니에 작은 물건 하나가 만지작 거려진다. 집을 벗어나면 세상의 한 단면이 내 작은 물건 속으로 들어오고 그 세상은 나의 생활의 단면이 되기도 하고, 보이는 것 모두가 내 작은 물건 속에서 보석 같은 한 조각으로 남아 나와 함께 빛나는 순간들이다. 살아갈수록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살아갈수록 세상이 찌그러져 보인다거나 내 마음 밖의 일이라면 얼마나 피폐한 삶이 될까를 생각하면 작은 렌즈 속으로 들어오는 셔터의 찰나는 모두가 순간 수간의 행복의 조각들이다. 꽃잎 하나하나, 아이들의 몸짓, 바람에 살랑이는 작은 떨림마저도 그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건 살아온 시간만큼 세상을 향한 시야가 넓어지고 관용 의심성으로 변하기 때문이리라. 오월을 끝으로 ..

등산 2011.05.29

경주남산 기행

가장 좋은 계절에 가고 싶었던 경주남산, 드디어 오월 중에서도 산행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다 갖춘 날 날아가는 기차를 타고 남으로 가는 길은 살아있는 풍경화 속으로 가로질러 들어가는 느낌이었다.전국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신경이 쓰였지만 난 운좋게도 남북을 오가는 사이에 비는 한 방울도 맞지 않고 비 사이사이를 피해 다니게 되어서 감사한 마음이었다.파아란 하늘에 뭉게구름처럼 파아란 산에 아카시아꽃이 뭉게뭉게 피어 있었고 달려가는 동안 마음이 즐거워서 전 날에 잠은 거의 못 잤지만 바라보는 풍경만으로도 수면효과를 내는 아주 평화롭고 편한안 상태였다.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주는 발을 내딛는 순간 아카시아향이 온 몸으로 밀려 들었다.경주남산에는 시부모님 산소가 모셔져 있기도 하고 그 곳에 살 때 자주 찾아가던..

등산 2011.05.22

꽃밭일기

봄이 되니 꽃이라고 이름 지어진 것들은 다 꽃을 피운다.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나면 못난대로 겨루는 법 없이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뿐이다. 오직 사람만이 그들을 평가한다. 꽃들도 자신을 아는지 워터 코인은 숨어서 꽃을 피운다. 꽃이 꽃답지 못하다고 느껴서일까? 그래도 봄인데 꽃은 피우고 싶었던지 잎은 그릇을 넘처나고 꽃은 잎을 헤치고 보면 다들 붉게 피어날 때 아무도 몰라보게 잎과 같은 색으로 조용히 피어나 향기도 만들지 못한다. 이것은 꽃이 피고 나면 초라해져서 뿌리만 남기고 잎을 제거하면 다시 이쁘게 잎들이 피어난다. 그것도 몇 년 키우다 보니 알게 되었네. 자신을 알고 분수에 넘처나지 않으면 오래도록 꽃 피우는 걸 사람도 배워야 한다.

나의 꽃밭 2011.05.12

운무에 쌓인 북한산 (진관사)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2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어느 절에 이름을 올리고 소속이 되어있지 않다, 소속이 되면 자유롭지가 않기 때문이다. 마음 가는 대로 찾아다니다 보니 며칠 전부터 이번 초파일에는 어디로 갈까를 생각다가 비교적 가까우면서도 정이 가는 진관사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평소 습관 때문에 잠들지 못해 새벽에 가려다가 아침을 먹고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요즘 개발이 진행되면서 진관사 진입로에는 넓은 대지가 조성 중인데 오늘은 그곳이 다 주차장이 되어있고 비가 오는데도 소형 버스들이 끝없이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그래서일까 질서도 없고 장소는 협소하고 온통 어수선한데 이왕 왔으니 법요식이라도 보고 가야겠다고 한참을 기다리는데 조금은 실망을 하게 되었다...

등산 2011.05.10

너무 아름다운 건 슬픔이다.

언 땅에 틈이 생기고 틈새마다 새봄이 피어오르네. 천지 간에  오마던 약속을 지켜 내 앞에 와 있는 봄. 약속과 약속 사이에 일어나는 기다림이 설렘이네. 온다는 시간을 기다리는 건 맞이할 마음을 단장하는 일. 축제는 시작되고, 대지라는 무대에 꽃들이 납신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 순서대로 등장하는 무대. 잎들은 2막을 기다리고 바람은 효과음을 만든다. 나는 구경꾼, 슬픈 구경꾼, 너무 아름다운 것은 슬픔이다 눈에 보이는 건 만남이 아닌데 맘을 나누는 게 만남인데 그 만남을 이루지 못해 이 봄을 전할 수 없어 슬픔이다.머물지 않는 봄 어느새 꽃잎은 눈이 되고 꽃눈 날리는 산책길이 너무 아름다워 슬픔이고 눈물의 꽃비에 젖는다. 노을이 지네 우리의 청춘에도 노을이 지는데 함께 물들어 가자던 사람, ..

living note 2011.04.30

고려산 진달래

절정의 순간고려산은 봄의 절정이고, 진달래는 고려산의 절정이고, 연분홍의 취기는 감정의 절정이었다. 절정으로 치닫는 꽃밭에 향기가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거기다가 꿀맛 같은 향기까지 있었더다면 누가 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겠는가. 술에 취하면 약이라도 있지만 꽃에 취하면 약도 소용없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가는 길은 묵묵히 다가 가지만, 소문만 듣고 가는 길엔 의심하는 마음이 수반 된다. 고려산이라고 들어섰는데 머릿속에 먼저 그림을 그리고 온 탓에 아무리 봐도 특별하지 않은 것 같아서 이말산 진달래보다 나은 게 뭐냐고 투덜거리면서도 이왕 왔으니 정상까지는 가 봐야 무엇이 나올 것 같아 산등성이 하나를 넘고 정상이 보이는데도 진달래는 특별하지 않고 시기가 일러서 그런가 또 실망을 하겠다 싶었..

등산 2011.04.23

노란각시를 만나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단 한 번의 기억으로 남겨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첫사랑의 추억처럼, 그걸 지키지 못하고 오늘 또 오류를 범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3년째, 첫해 봄에 진달래 능선에서 능선 양쪽으로 진달래가 마치 래드 카펫을 밟고 걸어가는 주인공의 들러리처럼 화려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때 나는 그 길을 선택된 주인공처럼 진달래의 축복을 받으면서 걷는 기분을 느꼈었지. 그렇게 기분 좋은 기억을 담아 오던 밤에는 잠도 이룰 수 없었다. 잠자리에 누워 있으면 낮에 본 그 꽃 길이 깜깜한 밤에도 꽃잎을 열고 그 빛깔로 그렇게 아름답게 피어 있을까, 아니면 달님이 놀아줄까,하는 철 없는 생각 때문에 해마다 봄이면 잊을 수 없는 기억이고 추억인데 차라리 아름답게 남겨둘 걸 작년 봄에도 찾아갔었고 오늘도 찾..

등산 2011.04.20

노루귀의 자태

청, 백 노루귀의 아리따운 자태                                                                       목이 길어서  청순가련미가                                                                       넘치는 순수한 처녀 같다.                                                                       가녀린 목에 솜털이 보송보송                                                                        도시의 세련미를 본보지 않은                                      ..

등산 2011.04.09

청춘은 두 번 온다.

청춘이라고 하면 잠시 왔다 가는 짧지만 아름답고 풋풋한 봄 같은 날들이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청춘은 단 한 번뿐이고 다시 오지 않는다고 아쉬워한다. 그렇다고 `청춘을 돌려다오`라고 외치지 말고 아쉬워하지 말자 청춘은 두 번 온다. 인생 60을 살고나면 60 갑자를 다 끝내고 다시 돌아가 같은 간지로 새로 시작한다. 난 그때를 다시 오는 봄, 청춘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고 삶의 목표를 다 이루고 난 후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봄이라고, 첫 번째 청춘은 이성을 사랑하는데 다 바쳐도 아깝지 않아야 하고 후회 없어야 한다. 두 번째 청춘은 자신과 자연을 사랑하는 데 다 바쳐도 아깝지 않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 난 지금 두 번째 청춘을 만들어 보려  새봄을 기다리고..

living note 2011.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