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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

지리산 종주 첫째 날 거리: 약 40킬로미터 소요시간: 20시간 산행코스 : 성삼재~노고단~반야봉~중봉~묘향대~삼도봉~벽소령~세석대피소~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산리 외줄기 눈길 지리지리 멀기도 하더라신새벽어둠부터 중천에 뜬 해 길기도 하더라. 차라리 날 저물어 지리산 어느 품에 나 깃들고 싶더라. 새벽 4시 반에 출발하여 세석대피소까지 참 지루하고 힘들게 올랐지만 정작 노고단을 어둠 속에서 스쳐 온 것이 아쉬움이었고 그다음부터는 눈길을 조심하느라 발등만 보고 올랐다. 점점 여명이 밝아오고 노루목에서 일출을 본 뒤 날은 밝았지만 발등만 보는 산행은 계속되었어, 살기 위해서 양식을 지고 가는데 자꾸만 뒤를 잡아당겨서 참 힘들게 올랐는데 어느새 세석대피소에 도착하고 일몰 직전이지만 장소가 그걸 볼 수 없도록 되..

등산 2012.02.13

한라산 가족여행

모든 선물이 나에게로 집중되는 것 같은 행복한 날이다. 하늘에서 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주는 것 같은 날이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 가족 한라산으로 가는 날. 새하얀 바탕 위에선 꽃이 되어 보기도 하고, 파아란 하늘 배경에 눈꽃을 그리기도 하고 밤하늘엔 달도 그리고 저녁나절엔 마지막으로 하루를 넘기는 해님까지 배웅을 하고 나서야 우리 가족은 한라산 밑에 있는 숙소로 돌아와 신령스러운 백록담에 소복이 담긴 눈만큼이나 행복을 나눈다. 새벽에 일어나 누룽지를 삶아서 요기를 한 다음 성판악코스로 가는데 주차장엔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전날만 해도 적설량이 많아서 입산통제를 한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다행히 통제는 풀렸지만 참으로 엄청난 눈이 쌓여 있어서 길은 겨우 한 줄로만 갈 수 있도록 튀어져 있어서 추..

등산 2012.02.07

눈오는 날

낮에 내리는 눈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것도 변화된 세상입니다. 나 어릴 때는 눈은 한밤중에 숨어서만 오는 줄 알았지요. 자고 나면 장독대와 초가지붕에 소복이 쌓인 눈만 봤거든요 내 마음 심층 가장 밑바닥에 있는 동심이 뛰쳐나와 눈밭을 뛰어다닙니다. 오늘처럼 따뜻한 방 안에서 넓은 창을 통해 눈 오는 걸 볼 수 있다는 건 겹겹이 세월의 층계가 있는 그 밑바닥 동심에는 있을 수 없었지요. 토굴 같은 초가 안에서 창호지가 유난히 밝게 보이는 정도였지요. 바로 창가에서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눈을 봅니다. 그러고 있으니 눈이 내 눈 속으로 들어올 것 같은데 눈이 흰색이어서 참 다행입니다. 저토록 가벼운 터치가 금세 설경을 그려내고 있네요. 앞뜰 작은 나무 실가지에 쌓이다 만 눈은 매화가 필듯한 봉오리 같습니다..

living note 2012.01.31

무엇을 어떻게 채울것인가.

변한 건 없는데 빼곡히 새로 들어찬 365일을 앞에 두고 새로이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시작이라고 해서 지난 건 다 비우고 새로 채우는 마음그릇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흔히 `비우고 살아라` 말을 하지만 비우고 살라는 것이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지 아무것도 담지 말라는 뜻은 아닐겁니다. 부와 명예,권력같은 것으로 담는 마음그릇은 과욕이 되기 십상이나, 얽히고설킨 인연줄에 메여 사는 세속적인 범부들의 삶이란 무엇으로 채우지 않으면 허기가 져서 살아가는 힘을 잃게 될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채움이란 부,명예,권력이 아니라 부 대신에 여유를,명예 대신에 존재감을, 권력 대신에 사랑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채우되 한 가지로 가득 차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여러가지를 채웠을 때는 한 가지를 잃어..

living note 2012.01.03

나의 트레이너

2011년 송년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마침 금요일 저녁에 눈이 펑펑 내린다. 내면에서 솟구치는 첫마디의 말, 아!! 내일은 눈 산행이다. 산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눈 때문에 망설이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눈 때문에 산을 오른다. 새해가 되고 달력을 한쪽 벽면에 떡하니 걸어두고 나면 그 속에 촘촘히 박힌 검은 악마 같은 숫자는 마치 그만큼의 세포를 갉아먹는 좀 같은데 그걸 내치려는 마음은 없이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삶이 또한 거기에 길들여진 거부할 수 없는 순응의 길이 인생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역행할 수 있는 길은 의지, 그것이다. 나는 그 길을 자연에서 찾았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하루 10시간 정도는 산행을 해도 자고 나면 개운하게 몸이 풀릴 수 있다는 체력이 나에겐 큰 자산이니까. 병약한 ..

등산 2011.12.27

두번째 기록 (3산 종주)

2011년. 떠들썩하게 새 천년을 맞이하고 어느새 11년이나 넘어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생활 속에서 뭔가 이루어 놓은 건 없는 것 같고, 생각나는 건 즐겨 찾던 산행기록 밖에 없다. 숫한 산행 중에서도 올해는 두 가지 기록을 남긴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첫째는 지난 한여름 14 성문 종주에 이어 어제 3 산 종주를 해냈다. 내년에 또다시 기록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대 만족을 느끼는 한 해의 마무리 산행을 멋지게 했기 때문에 한 해를 살면서 후회스러운 일이 있었다 해도 모두 묻힐 수 있을 만큼 내겐 큰 행적이라 할 수 있다.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3 산 종주를 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샛별 보면서 출발해 희미한 하현 달빛을 받으며 어렵게 산길을 찾..

등산 2011.12.18

첫눈과 밤에 본 월식

올해는 유난히 길고 포근했던 가을이어서인지 첫추위에 몸도 놀란 것 같다. 계절은 늘 그렇듯이 서서히 바뀌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정체성을 드러내어 단절하듯 계절과 계절 사이의 경계를 이루어 낸다. 어제께 첫눈이라고 해도 될 만큼 눈발이 날렸으니 산에는 눈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혼자서 느긋하게 이말산을 통과하고 진관사 뒤로 출발해서 응봉능선을 오르다가 낭떠러지지만 자리가 좋아서 메모도 할 겸 빵과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굶주린 청설모 한 마리가 올려다본다. 그래서 빵 한 조각을 뜯어서 던졌는데 그만 바위틈에 끼여서 청설모한테 닿지를 않는다. 배고픈 청설모와 배부른 나 사이에 둘은 빵 한 조각을 사이에 놓고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혼자 나서는 길은 정해진 코스를 가기보다는 가다가 그때그때..

등산 2011.12.11

봉화 청량산을 가다

늦가을, 떠날 건 떠나고 남을 건 남는 갈무리의 계절이며 안으로 거두어들이는 시기다. 새벽에 일아나 분주히 움직이는 덕분에 하루를 포만감이 들도록 채운 날이었다. 집에 있었으면 겨우 책장 몇 쪽이나 너무 기고 티브이 몇 프로를 보고 말 시간을 이용해 경북 봉화에 있는 청량산에 갔다. 거리가 멀어 오가는데 7시간이나 소요되었지만 그러고도 남는 시간을 멋지게 산행을 할 수 있었으니 최대한으로 늘려가면서 쓴 하루였다. 청량산은 이퇴계 선생님이 즐겨 찾아 사색을 하고 산세를 예찬하며 그 감회를 시로 남겼던 곳이라 많이 가고 싶은 산이었는데 오늘 그 뜻을 이루어 찾아갔더니 생각했던 대로 단풍은 이미 지고 없었지만 화려한 색은 가고 은은한 여운만 남아 기암괴석과 정수리에 잔솔들의 푸르름만이 꿋꿋한 선비정신 같은 은..

등산 2011.11.13

친정가는 길에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하기로 하고 친정도 있고 외가도 있는 안동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야지 맘먹고 알람만 믿고 잤는데 그놈이 울지 않아서 그만 늦게 출발을 하게 되어 가는 길이 어찌나 막히던지 나 자신에게 화가 났습니다. 아마 오전 설정이 오후로 돼있는 걸 몰랐던 것 같아요. 하필이면 비까지 내려서 가는 길에 야산들이 단풍이 참 좋았지만 선명하게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웠죠. 그리 멀지 않은 길인데, 예정대로 풍기로 빠져서 인삼을 몇 보따리 사고 안동한우로 점심을 먹고 소수서원으로 갔는데 마침 비도 그치고 해서 즐거운 맘으로 둘러보는데 역시 시간이 부족해서 그것마저 끝까지 다 보지 못했지만 마음은 오백 년을 거슬러 그때의 마음으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은행나무가 오백 년의 역사를 지..

living note 2011.10.31

단풍과 단풍

북한산 단풍길 혼자 집을 나설 때는 편한 길로 산책 삼아 다녀와야지 하고 달랑 떡 하나와 뜨거운 물만 챙겨 집을 나섰다. 혼자니까 아무것에도 구애받는 게 없으니까 가벼운 몸이지만 발걸음엔 무게를 실어 한 발 한 발 아주 천천히 걸었다. 중성문을 지나 노적사 입구로 들어섰는데 집을 나설 때 마음과는 달리 연기 없이 피어오르는 화톳불 같은 단풍길을 보고 나도 모르게 휩쓸려 가다 보니 코스가 점점 길어져 7시간을 걷는 성곽길을 따라 걷게 되었다. 노적사를 살짝 돌아 봉성암 입구로 접어들어 대피소에서 우회해서 대성문까지 갔다가 하산하는데 중간에 반석에 한 잎 떨어져 누운 단풍 같이 앉아서 차도 마시고 책도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걷다 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 같다. 여럿이 가면 지나치면서 함부로 카메라 셔터를..

등산 2011.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