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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채울것인가.

변한 건 없는데 빼곡히 새로 들어찬 365일을 앞에 두고 새로이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시작이라고 해서 지난 건 다 비우고 새로 채우는 마음그릇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흔히 `비우고 살아라` 말을 하지만 비우고 살라는 것이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지 아무것도 담지 말라는 뜻은 아닐겁니다. 부와 명예,권력같은 것으로 담는 마음그릇은 과욕이 되기 십상이나, 얽히고설킨 인연줄에 메여 사는 세속적인 범부들의 삶이란 무엇으로 채우지 않으면 허기가 져서 살아가는 힘을 잃게 될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채움이란 부,명예,권력이 아니라 부 대신에 여유를,명예 대신에 존재감을, 권력 대신에 사랑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채우되 한 가지로 가득 차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여러가지를 채웠을 때는 한 가지를 잃어..

living note 2012.01.03

나의 트레이너

2011년 송년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마침 금요일 저녁에 눈이 펑펑 내린다. 내면에서 솟구치는 첫마디의 말, 아!! 내일은 눈 산행이다. 산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눈 때문에 망설이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눈 때문에 산을 오른다. 새해가 되고 달력을 한쪽 벽면에 떡하니 걸어두고 나면 그 속에 촘촘히 박힌 검은 악마 같은 숫자는 마치 그만큼의 세포를 갉아먹는 좀 같은데 그걸 내치려는 마음은 없이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삶이 또한 거기에 길들여진 거부할 수 없는 순응의 길이 인생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역행할 수 있는 길은 의지, 그것이다. 나는 그 길을 자연에서 찾았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하루 10시간 정도는 산행을 해도 자고 나면 개운하게 몸이 풀릴 수 있다는 체력이 나에겐 큰 자산이니까. 병약한 ..

등산 2011.12.27

두번째 기록 (3산 종주)

2011년. 떠들썩하게 새 천년을 맞이하고 어느새 11년이나 넘어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생활 속에서 뭔가 이루어 놓은 건 없는 것 같고, 생각나는 건 즐겨 찾던 산행기록 밖에 없다. 숫한 산행 중에서도 올해는 두 가지 기록을 남긴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첫째는 지난 한여름 14 성문 종주에 이어 어제 3 산 종주를 해냈다. 내년에 또다시 기록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대 만족을 느끼는 한 해의 마무리 산행을 멋지게 했기 때문에 한 해를 살면서 후회스러운 일이 있었다 해도 모두 묻힐 수 있을 만큼 내겐 큰 행적이라 할 수 있다.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3 산 종주를 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샛별 보면서 출발해 희미한 하현 달빛을 받으며 어렵게 산길을 찾..

등산 2011.12.18

첫눈과 밤에 본 월식

올해는 유난히 길고 포근했던 가을이어서인지 첫추위에 몸도 놀란 것 같다. 계절은 늘 그렇듯이 서서히 바뀌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정체성을 드러내어 단절하듯 계절과 계절 사이의 경계를 이루어 낸다. 어제께 첫눈이라고 해도 될 만큼 눈발이 날렸으니 산에는 눈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혼자서 느긋하게 이말산을 통과하고 진관사 뒤로 출발해서 응봉능선을 오르다가 낭떠러지지만 자리가 좋아서 메모도 할 겸 빵과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굶주린 청설모 한 마리가 올려다본다. 그래서 빵 한 조각을 뜯어서 던졌는데 그만 바위틈에 끼여서 청설모한테 닿지를 않는다. 배고픈 청설모와 배부른 나 사이에 둘은 빵 한 조각을 사이에 놓고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혼자 나서는 길은 정해진 코스를 가기보다는 가다가 그때그때..

등산 2011.12.11

봉화 청량산을 가다

늦가을, 떠날 건 떠나고 남을 건 남는 갈무리의 계절이며 안으로 거두어들이는 시기다. 새벽에 일아나 분주히 움직이는 덕분에 하루를 포만감이 들도록 채운 날이었다. 집에 있었으면 겨우 책장 몇 쪽이나 너무 기고 티브이 몇 프로를 보고 말 시간을 이용해 경북 봉화에 있는 청량산에 갔다. 거리가 멀어 오가는데 7시간이나 소요되었지만 그러고도 남는 시간을 멋지게 산행을 할 수 있었으니 최대한으로 늘려가면서 쓴 하루였다. 청량산은 이퇴계 선생님이 즐겨 찾아 사색을 하고 산세를 예찬하며 그 감회를 시로 남겼던 곳이라 많이 가고 싶은 산이었는데 오늘 그 뜻을 이루어 찾아갔더니 생각했던 대로 단풍은 이미 지고 없었지만 화려한 색은 가고 은은한 여운만 남아 기암괴석과 정수리에 잔솔들의 푸르름만이 꿋꿋한 선비정신 같은 은..

등산 2011.11.13

친정가는 길에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하기로 하고 친정도 있고 외가도 있는 안동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야지 맘먹고 알람만 믿고 잤는데 그놈이 울지 않아서 그만 늦게 출발을 하게 되어 가는 길이 어찌나 막히던지 나 자신에게 화가 났습니다. 아마 오전 설정이 오후로 돼있는 걸 몰랐던 것 같아요. 하필이면 비까지 내려서 가는 길에 야산들이 단풍이 참 좋았지만 선명하게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웠죠. 그리 멀지 않은 길인데, 예정대로 풍기로 빠져서 인삼을 몇 보따리 사고 안동한우로 점심을 먹고 소수서원으로 갔는데 마침 비도 그치고 해서 즐거운 맘으로 둘러보는데 역시 시간이 부족해서 그것마저 끝까지 다 보지 못했지만 마음은 오백 년을 거슬러 그때의 마음으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은행나무가 오백 년의 역사를 지..

living note 2011.10.31

단풍과 단풍

북한산 단풍길 혼자 집을 나설 때는 편한 길로 산책 삼아 다녀와야지 하고 달랑 떡 하나와 뜨거운 물만 챙겨 집을 나섰다. 혼자니까 아무것에도 구애받는 게 없으니까 가벼운 몸이지만 발걸음엔 무게를 실어 한 발 한 발 아주 천천히 걸었다. 중성문을 지나 노적사 입구로 들어섰는데 집을 나설 때 마음과는 달리 연기 없이 피어오르는 화톳불 같은 단풍길을 보고 나도 모르게 휩쓸려 가다 보니 코스가 점점 길어져 7시간을 걷는 성곽길을 따라 걷게 되었다. 노적사를 살짝 돌아 봉성암 입구로 접어들어 대피소에서 우회해서 대성문까지 갔다가 하산하는데 중간에 반석에 한 잎 떨어져 누운 단풍 같이 앉아서 차도 마시고 책도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걷다 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 같다. 여럿이 가면 지나치면서 함부로 카메라 셔터를..

등산 2011.10.23

설악산 주전골

이번 설악산 산행은 아쉬움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단풍을 볼 수 있고 단풍의 명소이니까 떠난다는 날만 받아 두어도 기다려지는 설렘이다. 그런 마음으로 떠났으니 산행 중에 있었던 다른 일들은 풍경 속에 묻기로 한다. 처음에 계획한 대로 다 갈 수 없었고 주전골만 왕복했으니 더 높은 봉우리의 화려한 단풍은 상상만 하고 온 샘이다. 너무 많은 단체이다 보니 출발에서부터 뜻대로 되지 않아서 시간이 지연되고 순수 등산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수의 뜻대로 설악산 맛만 보고 왔다. 그러나 이날 날씨만큼은 너무 청명했기 때문에 바라보는 설악산의 풍경은 마치 2.0의 때 묻지 않은 시력으로나 볼 수 있는 그런 깨끗하고 투명한 하늘과 단풍 이어 서멀 미를 하면서 굽이굽이 돌아쳤던 울렁거리던 오장육부가 정화되는 특효약..

등산 2011.10.20

수락산

오랜만에 수락산을 다녀왔다. 북한산 밑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수락산이 편해서 참 많이 갔었는데 이번에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수락산은 거의가 마사토인데 비가 안 온 지 오래되다 보니 계곡엔 물이 없어 물고기가 헤엄을 못 치고 옹기종기 모여서 앞날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대책을 세우는지 가만히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여름 한꺼번에 비를 다 쏟아부었는지 물이 없으니 걷는 산길이 더 거칠어 보이고 먼지투성이라 재미가 덜하다. 무성하던 나뭇잎도 시들어 볼폼이 없지만 청단풍이나 더러는 곱게 가을 치장을 기다리며 싱싱하게 버티고 있는 듯했다. 그동안 긴긴 여름 뜨거운 뙤약볕을 견디어 내며 우리들에게 녹색물결로 눈을 즐겁게 해 주었으니 참 고마운 일이었지 인생의 황금나무는 초록빛이라..

등산 2011.09.26

북한산 14성문 종주

산성둘레에 있는 16개의 문 중에 대문이 달린 성문이 6개, 암문이 8개, 수문이 2개다. 이 중에서 수문 2개는 유실되고 터만 남았다. 수문, 대서문, 중성문, 중성문암문(시구문), 중성문수문터, 가사당암문, 부왕동암문, 청수동암문,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용암문, 백운동암문(위문), 북문, 서암문(시구문) 일 년에 단 한 번이라도 스스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한 해를 허송세월 한 건 아닌 것 같다. 작년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왔을 때가 그랬고, 이번에 북한산 14 성문 종주를 하고 나서 참 대단한 일을 해내었다는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 또한 그러하다. 그동안 수없이 북한산을 오르내렸지만 하루에 성문을 다 돈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마을 ..

등산 2011.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