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수월봉과 추사기념관

반야화 2013. 3. 1. 17:22

멀리 한라산의 원경을 한눈에 바라보면서 올레 12코스에 있는 수월봉에 가는 길이다. 제주의 서쪽 바다를 가장 넓게 품고 있는 수월봉은 낙조 광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차귀도와 풀력발전소가 있고 해안절벽이 2킬로 까지 이어지고 있는 수월봉에 올라 그 큰 바다를 이 작은 두 눈에 다 넣을 수 있는 높이에서 바라보는 바다를 보면 우선 "저 깊고 넓은 바다가 어떻게 지구 표면에 붙어 있을까 하는 무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절집 일주문에 주련으로 쓰여있는 "입차 문래 막 존 지해(入此門來莫存知解) 이 문으로 들어오면 알음알이를 내지 말라"라는 뜻처럼 생각으로 지식으로 아는 척할 수가 없는 선계의 신비로움을 느낀다. 그런 풍경에 매료되었는지 심하게 미끄러져 더 이상 해안 도로를 걷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가다가 도중에 추사 기념관이 있어 잠시 들렸다.

 

기념관을 따라 추사 선생님이 유배 중에 거닐었을 것 같은 산책코스가 멋지게 펼쳐져 있었지만 선생님은 위리안치의 형벌을 받고 계셔서 어쩌면 탱자나무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셨으리라는 추측도 해본다. 새롭게 복원된 집과 소나무는 세한도의 그림처럼 배치돼 있었고 탱지 나무도ㅜ심어져 있어 유배생활의 축약인 세한도의 감상에 새롭게 빠져들었다. 혹한의 거친 바람과 외로움이 얼마나 컸을까를 현지에서 느껴보니 마음이 아펐다. 이날도 너무 춥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한라산의 원경

 

 

 

 

 

 

수월봉 해안도로              

 

 

 

                                                차귀도

 

추사기념관

                                                   

 

세한도의 그림과 같은 모습으로

기념관을 건축함.

 

 

                                        

                                                                

 

 

 

 

불이선란도를 그리는 추사의 마음,

"고요 속에서 붓을 들고 태허의 텅 빈 시공 속에다 마음 한 자락을 그어갔지, 마음은 오른쪽으로 뻗어가는 숨결이었네, 그 숨결은 한 번 굽이치고 다시 굽 어치고 또다시 굽이치다가 태허 속을 비수처럼 찔렀네, 다음 잎 시귀는 첫 번째의 마음을 싸고돌면서 마찬가지로 세 번 굽이치며, 첫 잎사귀의 모가지 근처까지 뻗어 가다가 몸을 틀어 먼 데 산의 가슴을 찔렀네. 그다음 잎사귀들은 줄줄이 굽이치며 뻗어 오르다가 땅을 향해 고개를 떨어뜨렸네. 그리고 호리호리한 꽃대를 그렸지. 잎사귀들과 상반되게 왼쪽을 향해 뻗어간 꽃대 끝에 봉의 눈도 아니고 흰 코끼리의 눈도 아니고 메뚜기의 주둥이와 활짝 편 날개 모양새도 아닌 꽃 한 송이가 향기를 토해냈네. 그것을 쳐놓고 나는 탄성을 질렀네, 내가 친 것이지만 내가 친 것이 아니었네  "신이 나의 손을 빌려 친 것이네"그 난초는 하나의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었네 자기만 아는 어떤 속병인가를 앓고 난 듯 가냘프지만 가냘프지 않고 외롭지만 외롭지 않고 어떤 세계를 통달한 듯했네 유마거사의 불가사의 해탈의 경지처럼 이것이 `분 이선란`이네. 태허 속에서 영근, 보이지 않은 어떤 생각의 알맹이와 보람과 희한한 세계의 발견으로 인한 환희가 들끊고 있었네 난생처음으로 무지개를 본 소년의 가슴처럼",

 

난 아직 기행문 쓰기에 어설프고 역부족일까 기념관에 이 유명한 것이 없을 리가 없는데 집에 와서 보니 없어서 내가 본 책에서 발췌했다.

 

 

 

 

 

 

 

똥돼지의 집

반대쪽에 화장실이 있고 돼지의 운동공간도 있어

놀다가 인분을 먹었다는 곳

 

 

 

 

추사와 초의선사

 

 

 

 

위리안치지의 탱자 울타리

재현된 것

 

 

기념관 산책길

 

꽃지면 열매 있고
달 지면 흔적 없어라
이 꽃의 있음을 들어
저 달의 없음을 증명하리
있음이면서 없음인 그 무렵의
그것이 실제 그 사람의 참모습인데
탐욕과 미망 속에 허덕이는 자는
자취에만 집착하네
내가 만약 그 사람의 자취라면
왜 세간에 남아 있겠는가
오묘하고 상서로운 모습이 휘날리면서
진리의 빛살이 나부끼고 산봉우리는 짙푸르구나.

 

이 시는 추사 선생님이 금강산 여행 중에 마하연 암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이승을 떠난 한 율사를 위해 읊은 시다. 그러나 추사 선생의 자신의 모습을 읊은 듯한 시. 시에서 느낀 점은 흔적이 있는 것만 인정하고 흔적이 없는 건 부정하는 마음이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듯하다. 기념관을 보기 전에 먼저 본 책이 감상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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