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무엇을 어떻게 채울것인가.

반야화 2012. 1. 3. 16:57

변한 건 없는데 빼곡히 새로 들어찬 365일을 앞에 두고 새로이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시작이라고 해서 지난 건 다 비우고 새로 채우는 마음그릇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흔히 `비우고 살아라` 말을 하지만 비우고 살라는 것이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지 아무것도 담지 말라는 뜻은 아닐겁니다. 부와 명예,권력같은 것으로 담는 마음그릇은 과욕이 되기 십상이나, 얽히고설킨  인연줄에 메여 사는 세속적인 범부들의 삶이란 무엇으로 채우지 않으면 허기가 져서 살아가는 힘을 잃게 될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채움이란 부,명예,권력이 아니라 부 대신에 여유를,명예 대신에 존재감을, 권력 대신에 사랑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채우되 한 가지로 가득 차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여러가지를 채웠을 때는 한 가지를 잃어도 일부를 잃지만, 한 가지로 채웠을 때는 그 한 가지를 잃었을 때는 전부를 잃기 때문입니다.그뿐 아니라 한 가지에는 집착이 따르고 하나뿐인 전부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이 허기져서 일어설 힘마져 남지 않겠지요.예를 들어 누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만 채웠을 때 그 사랑이 떠나간다면 무슨 낙으로 살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마음 옆에 정도 담고 그리움도 담고 이별도 조금 담아 둔다면 유일한 사랑이 떠나간다 해도 정과 그리움으로도 버틸 수가 있고 이미 담겨진 이별로 연습이 되었다면 전부를 잃었다는 절망감은 들지가 않겠지요. 그뿐인가요 자식을 너무 사랑했다가 곁을 떠나면 배신감마저 들 수가 있으니 언제나 이별 연습을 하면서 키우는 것이 상호 의존적인 마음이 아니라 서로가 독립심을 키워 어떤 장애 앞에서도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한 평생 살아내고 보면 어느새 저 높은 피안의 언덕에서 내려다 보면 희노애락의 추억들로 여생을 살면서 편안해지리라 생각이 됩니다.

 

억지로 비우려 애쓰는 삶보다는 과유불급이 되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능력만큼 좋은것들로 고루 채우면서 행복한 임진년이 되시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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