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내리는 눈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것도 변화된 세상입니다.
나 어릴 때는 눈은 한밤중에 숨어서만 오는 줄 알았지요.
자고 나면 장독대와 초가지붕에 소복이 쌓인 눈만 봤거든요
내 마음 심층 가장 밑바닥에 있는 동심이 뛰쳐나와 눈밭을 뛰어다닙니다.
오늘처럼 따뜻한 방 안에서 넓은 창을 통해 눈 오는 걸 볼 수 있다는 건
겹겹이 세월의 층계가 있는 그 밑바닥 동심에는 있을 수 없었지요.
토굴 같은 초가 안에서 창호지가 유난히 밝게 보이는 정도였지요.
바로 창가에서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눈을 봅니다. 그러고 있으니
눈이 내 눈 속으로 들어올 것 같은데 눈이 흰색이어서 참 다행입니다.
저토록 가벼운 터치가 금세 설경을 그려내고 있네요.
앞뜰 작은 나무 실가지에 쌓이다 만 눈은 매화가 필듯한 봉오리 같습니다.
날은 어두워져 가고 내일 아침은 내 어린 동심이 늙은 나와 함께 뛰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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