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다. 어둠의 정적 때문이 아니라 창밖의 나무들이 그 잔가지 끝에서 미동의 떨림도 없이 매달려 있다는 것은 공기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대낮의 소음 속에서 나무만이 고요하고 그래서 땀줄기는 비너스 계곡을 이룬다. 세상이 먼저 깨어나고 그 밝음에 내가 깨어났을 때의 시작은 참 아름다움이었다. 맑고 투명한 빛이 창으로 넘어 들고 살랑살랑 바람결이 가을 맛까지 들더니 한낮이 되니 아침 찬 바람이 여름 열기를 밀어내기엔 아직 역부족인가 보다. 지구는 쉼 없이 돌아 가는데 복지부동하는 내 시간은 죽은 시간으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바늘 같은 솔잎도 흔들리지 못하는데 매미만이 짧은 생애를 열심히 울어대고 있네. 종류도 많은 매미들은 짧은 생명의 운명이 다하기 전에 어떤 결말이라도 맺어야 하고 유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