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288

경주 금선사

경주시 충효동 선도산 금선사 금선사는 경주시 충효동 선도산 자락에 있다. 선도산은 경주의 서쪽에 자리 잡은 높이가 390m밖에 안 되지만 전설이 있는 신라의 진산이다. 그 이유는 선도산 정상에는 `성모 유허비`란 비석이 있고 조금 아래에는 성모 사당이 있다. 그리고 반대편 선도산 자락에는 국보 20호인 태종 무열왕릉 비가 있고, 사적 20호로 지정된 태종 무열왕릉과 진흥왕릉, 진지 왕릉, 문성왕릉, 헌안왕릉, 등 여러 왕릉과 김인문, 김양 등의 묘소도 있는 걸 봐서는 분명 명당자리인 것 같다. 聖母는 성모 마리아란 뜻이 아니라 `성스러운 어머니`란 뜻이며 신라의 건국신화인 박혁거세와 알영부인의 상징적 어머니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도 사당에선 매년 음력 3월 1일에 제사를 지내는데 특이한 것은 제관과 봉찬..

living note 2014.08.13

자연의 원색

**자연에서 얻은 원색** 2012년 2월 13일, 지리산 종주를 하던 날 세석대피소 위에서 일출을 찍다가 우연히 잘 못 찍은 사진에서 태양이 아닌 붉은빛만 찍혔는데 그것에 강한 인상을 받은 터라 수많은 사진 중에서 편집되지 않고 살아남아 오히려 그 빛을 살려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는 "자연의 원색을 모아보자" 하고 저장해 두었는데 한동안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어제 꽃의 원색을 추가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색의 조합이 생겨나고 휘황찬란하지만 이처럼 자연의 빛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우면서도 곱디고운 색이 어디 있으랴? 세상은 이 7가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또한 이 바탕에서 감각기관이 열리며 이 빛과 색과 향기를 받아들여 올바른 심성이 형성되고 결정되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

living note 2014.02.21

후리지아

꽃은 스스로 아름답다 하지 않아도 아름답듯이 향기는 스스로 향기롭다 하지 않아도 향기롭듯이....... 이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꽃이다. 해마다 이맘 때면 프리지어의 향기를 맡고 싶어 진다. 상큼한 봄 맛이 배어있어서 좋고 샛노란 색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고이 스며드는 것 같아서 좋다. 오늘 몸도 아프고 당분간 책 보기를 쉬려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대출 없이 그냥 돌아오는데 정류소 옆 꽃집에 프리지어가 있었다. 그런데 차가 온다는 알림이 10분 남았다. 놓치면 20분을 기다려야 한다. 살까 말까 망설이디가 결국 못 샀는데 그 10분이란 시간을 쪼개서 딱 맞게 써본 일이 없기에, 그런데 꽃을 세 번을 사도 될 만큼 긴 시간인데 그걸 몰랐다. 앞으로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나머지 인생에서..

living note 2014.02.11

입춘대길

입춘날의 광명이 지난해의 때를 다 걷어낸 듯 유난히 맑고 밝고 따사롭다. 더구나 미지근하지도 않아서 매섭게 몰아낸 묵은해의 찌꺼기를 음지에도 남기지 않고서, 갑오년의 새봄이 오려나보다. 입춘이 봄이라는 뜻은 아닐 게다. 아마도 대지의 모정이 땅 속 뭇 생명들에게 젖을 먹이고 나면 그 포만감으로 어린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뜨는 시기일 거다. 입춘이란 말만 들어도 꽃이 연상되지만 그 님은 아무리 목말라도 대지의 품에서 억지로 알묘 조장할 수는 없다. 때를 기다리자. 입춘이 되면 이 늙은 호기심이 발동을 한다. 세상의 소음이 없는 곳에서 청진기를 나무와 땅에 대고 봄의 소리를 듣고 싶어 진다. 어릴 때 엄마 따라 보리밭에 가면 종종거리면서 전봇대에 귀를 대면 윙윙 소리가 마냥 신기했듯이 나무와 땅 속..

living note 2014.02.04

따스한 겨울산책

잘 살면 겨울 속에 있어도 봄같이 살고 잘 못 살면 봄 속에 있어도 겨울을 산다. 날씨도 그와 같아서 오늘은 따스한 빛줄기가 언 땅을 깊이 어루만지니까 동토가 녹아 진물이 나니, 그것은 혹한의 눈물일 거다. 숲길을 간다. 사람이 한 방 들어차면 그 공기는 텁텁하고 메케하고 질식할 것 같지만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 속은 이 얼마나 신선한가! 자연과 인간은 함께 공존해야 하며 사람이 우위일 수는 없다. 숲을 가꾸어 주고 그의 호흡을 얻어 마시며, 탁한 우리의 숨은 그들에게 주어도 마다하지 않아 서로가 호흡을 나누어 마시며 살아가는 관계다. 녹다 만 눈길을 간다. 새하얀 눈길에 처음 발자국을 남길 땐 죄의식을 느낀다. 마치 도둑의 발자국 같아서. 때 묻은 눈길은 대중 속에 나 하나쯤, 맘 놓고 때를 묻힌다...

living note 2014.01.04

지란지교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 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

living note 2013.12.04

고창투어

코스: 새만금 방조제, 변산반도, 고창읍성, 방장산 편백숲, 고인돌 박물관, 미당 시 문학관, 선운사.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길 우중에 출발했지만 별 무리 없이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석정온천에서 눅눅한 심신을 속속들이땀으로 우려내고 난 뒤 근처 숙소에서 세상의 소음은 다 어둠 속에 묻히고 오직 풀벌레들만 잠들지 않은 추분의 밤을 나 역시 잠들지 못하고 그 작은 몸짓의 음악에 취하는 밤이었다. 이튿날, 그 긴 밤을 모질도록 지새웠다. 다행히 비는 그치고 풀잎마다 방울방울 "나 너를 적신다" 하고선 비는 바람이 되었다. 가을은 고창의 하늘에서 나리고, 대지는 그 드높은 하늘의 푸른빛을 받아 황금색 들판으로 가을의 바탕색을 만들었다. 노랗게 물들어 가는 바탕색에 피어나는 꽃무릇, 얼마나 보고 싶었..

living note 2013.09.25

잃어버린 지평선

요즘은 누구를 위한 생활이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시간으로 산다. 그런 뜻에서 정신건강을 위해서 두뇌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두뇌 훈련에 좋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책을 잃고 나서 독서록을 하고 있는데 좋은 내용이 있으면 공개도 하고 공감도 하고 싶다. `잃어버린 지평선`을 읽고 나서, 제임스 힐턴: 영국 문학의 대표적 작가, 샹그릴라(상그리라): 티베트어로 이상향이란 뜻 이 책은 히말리아 산중에 있는 신비의 낙원 상그리라를 무대로 아름답고 환상적 설경이 있는 곳인데 느끼는 사람에 따라 이곳이 낙원일 수도 있고 세속의 눈으로 보면 견디기 힘든 적막강산일 수도 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꿈속 같은 이상향을 그려본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

living note 2013.08.27

책 속에서의 피서

지루한 장마도 거의 끝나가고 아직은 비 때문인지 실내에선 크게 덥다는 생각 없이 지내왔다. 팔월 초 이제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텐데 이럴 땐 집에서 독서를 하면서 내용에 빠지다 보면 더위를 잊을 수가 있기 때문에 난 이 방법을 택해서 조용히 여름을 나기로 했다. 며칠 전에 본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다 이 책은 몇 개의 부제가 있는데 그중에서 `영화의 거장`을 재미있게 보아서 줄거리를 남겨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얼굴 사진만 봐도 장난기가 흐른다. 상상의 대가이며 그는 모든 사물을 대할 때도 만약이란 단서를 붙여서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 상상이 언제나 가능성을 지향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중 `영화의 거장` 부제엔 있을법한 미래란 말을 제시한다. 만약 3차 대전 후가 된다면 지구는 방사..

living note 201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