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287

개망초

법화산 산책 식전에 루비와 산책을 하고 나서 내일도 산에 갈 테니 그냥 있어야지 했는데 날씨가 밖으로 쫓아내네요. 그동안 만지 낀 날들에 뷸평불만이던 마음을 구석구석 뒤져서 한 보따리 싸들고 법화산으로 가서 후 우하고 다 날려 보내고 산뜻한 발걸음으로 산책을 했습니다. 오늘 같은 날은 폐포 속에 맛있는 공기를 차곡차곡 저장해 두었다가 먼지에 숨 막히는 날 호흡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법화산 자락에 있는 경찰대로 내려가는데 선물이란 음악 가사가 딱 오늘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만 준비된 선물 같아"하고 흐릅니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텅 빈 캠퍼스에는 주인이 떠난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 넓은 경찰대 캠퍼스의 숲은 여전히 푸르지만 곳곳에 잡초가 무성하..

living note 2019.06.11

백령도 첫날

코스와 일정:심청각-사곶 천연비행장-두무진-천안함 추모비-중화동 교회-용트림바위-전망대에서 일몰 여행이란 다 비운 텅 빈 마음으로 가서 가득 채워 오는 것,그리고 순간의 행복을 영원으로 정지시켜 저장해두는 앨범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부터 채워 온 행복의 순간들을 풀어내어 기록해본다.백령도,여행자들에게도 많이 회자되지 않는 멀게만 느껴지던 섬이다. 서해 최북단, 어쩌면 너무 멀고 힘들 것 같아서 여행 목록에서 제외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접어두고 있던 섬에 갈 기회가 생겼으니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결정했다. 얼마나 먼지 어떻게 가는지 정보도 모른 채 약속부터 하고 나니 뱃길로 4시간이라니 덜컹 걱정도 되었다. 바람이 심하면 위험하지나 않을지, 멀미가 나진 않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날씨도 좋았..

living note 2019.05.09

백령도 이틀째

코스: 심청각-튤립 단지-콩돌해안-절벽 사곶 풍경-쇼핑 가게에서 마술쇼-쑥 상품 쇼핑-저녁 전 날 가장 먼저 심청각에 갔으나 날씨가 흐려서 북한쪽이 보이질 않아서 이튿날도 아침에 먼저 심청각으로 갔더니 아주 가깝게 보였다. 심청각에서 북한 장산곶을 마주할 줄 몰랐듯이 언젠가는 직접 저 땅에서 심청각을 바라볼 날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인당수 푸른 물결에 그 마음 흘러 보내고 돌아왔다. 걸으면서 곳곳을 봐도 좋을 것을 짧은 거리도 차로 이동하는 것이 오히려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에겐 단점이 될 수도 있었으나 같은 마음이 아닌 여러 사람들이 있으니 차로 이동한다.다시 튤립단지로 갔다. 튤립단지는 간척지를 이용해서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는 꽃단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마침 시기적으로 딱 맞는 튤립 계절인데 ..

living note 2019.05.09

대청도 첫날

코스와 일정:점심-농여 해안(풀등)-옥죽동 모래사막-모래울 해변 트레킹(적송 길)-저녁 후 농여 일몰, 백령도에서 아침을 먹고 준비해서 대청도에 도착하니까 점심때다. 대청도 선진 호선 착장에 도착해서 본 대청도는 마을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산지로 된 섬으로 보였다. 그런데 차를 타고 고개 하나를 넘으니까 산으로 둘러 쳐진 아늑한 곳에 선진동이란 마을이 있는데 거의 숙소로 쓰일 것 같은 반듯한 새집들이 많았다. 우선 점심을 먼저 먹고 숙소로 가서 방배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조금 양보해서 짐을 들여놓고 첫 코스로 농여해변으로 갔다. 백령도 콩돌해변에서 보았던 풍경 속 보석 같은 것들이 아로새겨져 있는데 그 위에 더 멋진 풍경으로 덮어버릴 농여해변 풀등이 등장한다. 제주바다를 몇 바퀴 돌면서 바다 풍경을 많이 ..

living note 2019.05.09

대청도 이틀째

마지막 날, 오전에 삼서 트레킹 서풍받이 해안절벽을 보고 오후 1시 55분 배를 타고 돌아간다. 삼서 트레킹은 대청도 중앙에 있는 삼각산과 이어지는 해안절벽 약 7킬로미터를 걷는 것이다. 이 길 중에서도 서풍받이가 있는 해안절벽 길을 걷는데 아찔하기도 하고 거대한 절벽들이 이어지는 스릴이 넘치는 길이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서풍을 모질게 받아내서 바람에 깎이고 파도에 깎이고 그러고도 아직 멋지게 남아서 섬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절벽 이름이 딱 어룰린다. 그래서 바다는 잔잔하고 물색도 아주 파랗고 길을 걸으면서 잔잔한 바다를 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삼각산에는 이제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는 봄이 시작되고 있엇다.백령도에서 대청도까지에는 분꽃이 흔하게 보였다. 산이라고 다 있는 꽃이 아니다. 등산을 ..

living note 2019.05.09

서울남산 산책

봄을 품고 까맣게 잠들었던 나무들이 깨어나 온 산천에 봄을 드러내고 모체를 벗어나지 마자 잎새들은 금방 숲을 이루어 낸다. 어린것은 다 이쁘듯이 풋풋하고 여린 숲에는 벌레들도 맛보지 않은 윤기 나는 싹들이 봄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는 숲 속으로 산책은 발자국마다 푸른 물이 고이는 듯하다. 봄은 잠들어 있는 것들을 깨워 함께 살자고 하지만 애벌레가 깨어나 성충이 되면 갓 피어난 여린잎이 수난을 당할 텐데 아직은 말짱해서 좋고 남산 둘레길 좁다란 숲 속 길은 복사꽃이 낱낱이 고이 내려앉아 또 한 번 꽃길을 만들어서 발길조차 사뿐사뿐 힘을 빼게 한다. 간밤에 봄비가 씻어놓은 숲이 싱그러운데 심술궂은 먼지가 분칠을 하고 바람은 다 털어내겠다는 듯 세차게 흔들어댄다.

living note 2019.04.25

제주올레정모 경기지부(2차 한강 선유도공원)

봄은 사람을 불러내고 들썩이게 하는 계절이다. 현혹하는 봄의 정취에 끌리지 않는다면 그 무엇에도 유혹되지 않을 마음이기 때문에 어쩌면 다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이어지는 봄날의 피로가 쌓인다 해도 인생의 청춘처럼 너무 짧은 봄날이어서 피로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또한 꽃 같은 시절에서 너무 멀어진 나의 청춘을 꽃에서 보상이라도 받고 싶은 심리도 작용하는지 꽃이 너무 좋다. 좋은 걸 어떡해. 봄의 절정에 정모가 있는 날 4월 13일,이 얼마나 기대되는 날이냐, 장소는 비록 추모공간이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수양벚꽃으로 유명한 곳으로 알고 간다. 동작역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들 모두 나와 같은지 다들 꽃처럼 봄처럼 화색이 도는 얼굴들이다. 같은 길을 걸었던 같은 취향의 모임이어서 더욱 ..

living note 2019.04.15

경주의 봄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 여행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전 날 영취산에서 분홍 물감에 흠뻑 빠졌다가 바로 경주로 내려가서 하얀 물감으로 덧칠을 하고 새로 그리듯이 내 마음은 온통 봄을 그리는 도화지가 되었다. 우선 꽃만 잔뜩 그리고 여드레만에 돌아서서 올라오는데 메마른 가지에 새싹이 돋아 빠뜨린 잎까지 마저 그려 넣은 봄을 완성하고 돌아왔다. 봄은 누구나 마음의 화폭을 펼치고 마음껏 물감을 뿌려서 밑그림 없어도 멋진 유화를 그리는 화가가 된다. 경주의 관문인 큰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파도의 너울처럼 이거리 저 거리에서 꽃물결이 춤추듯 출렁이며 다가온다. 그 길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끊임없는 벚꽃길이 연결되는 길고 긴 꽃띠가 형성되어 있어서 우리는 꽃띠에 메인 채 풀려나지 못해도 즐거운 비명을..

living note 2019.04.06

봄은 정제하지 않은 날것으로 취할 것.

걸러 내야 사는 세상에 걸래 내지 않아도 되는 게 있다. 공기를 거르고, 물을 거르고, 말과 행동까지 걸러 내야 사는 세상이 되었는데 걸러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다면 그 몇몇 중에 꽃향기와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집 밖을 나서면 3월의 바람이 어디선가 고이 향기를 받아서 내 발길에 뿌렸는지 발끝에서부터 온몸에 매화향으로 스미게 해 준다. 향기를 실은 바람길을 따라 산책을 하는데 매화는 보이지 않고 향기만 그윽이 풍겨오는 길을 따라가니 작은 풀포기도 언 땅 뚫고 봄을 가득 담은 대지의 그릇에 담기려는 듯 마구 솟구치는 생명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이 너무 곱다. 산책길 끝에는 매화가 숨은 듯 야산 기슭에 피어서 향기를 숨기지 못하고 세상을 향하여 싱그러운 스프레이를 하는 그곳에는 어느 문중의 묏자리에 하..

living note 2019.03.19

제주올레 경기지부 정모(한양도성길)

그분을 만나러 갑니다. 그분은 나보다 먼저 그곳에 와 있을까요, 그분이 먼저 와 기다림의 고픔을 채워주실까요, 온다고 약속하고 오지 않은 적이 없었기에 그분을 만나는 기다림은 마음껏 설레어도 좋습니다. 그분을 만났습니다.약속을 운명처럼 온몸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그였기에 우리는 만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얀 매화무늬로 수놓은 저고리를 입고 저고리 섶에는 붉은 옷고름을 매었으며 노란 산수유 꽃무늬 치마를 차려입고 옛 성에 서성이다 나를 반겨 주셨습니다. 이쁜 자태에 상큼한 향기까지 지닌 채, 그분의 언저리엔 라인업의 선수처럼 차례를 다투지 않는 들러리도 이쁜 얼굴을 내밀겠지요. 해마다 이즘에는 그분에게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습니다 올해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춘래불사춘`이란 꼬리표를 ..

living note 2019.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