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품고 까맣게 잠들었던 나무들이 깨어나 온 산천에 봄을 드러내고 모체를 벗어나지 마자 잎새들은 금방 숲을 이루어 낸다. 어린것은 다 이쁘듯이 풋풋하고 여린 숲에는 벌레들도 맛보지 않은 윤기 나는 싹들이 봄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는 숲 속으로 산책은 발자국마다 푸른 물이 고이는 듯하다.
봄은 잠들어 있는 것들을 깨워 함께 살자고 하지만 애벌레가 깨어나 성충이 되면 갓 피어난 여린잎이 수난을 당할 텐데 아직은 말짱해서 좋고 남산 둘레길 좁다란 숲 속 길은 복사꽃이 낱낱이 고이 내려앉아 또 한 번 꽃길을 만들어서 발길조차 사뿐사뿐 힘을 빼게 한다.
간밤에 봄비가 씻어놓은 숲이 싱그러운데 심술궂은 먼지가 분칠을 하고 바람은 다 털어내겠다는 듯 세차게 흔들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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