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와 일정:점심-농여 해안(풀등)-옥죽동 모래사막-모래울 해변 트레킹(적송 길)-저녁 후 농여 일몰,
백령도에서 아침을 먹고 준비해서 대청도에 도착하니까 점심때다. 대청도 선진 호선 착장에 도착해서 본 대청도는 마을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산지로 된 섬으로 보였다. 그런데 차를 타고 고개 하나를 넘으니까 산으로 둘러 쳐진 아늑한 곳에 선진동이란 마을이 있는데 거의 숙소로 쓰일 것 같은 반듯한 새집들이 많았다. 우선 점심을 먼저 먹고 숙소로 가서 방배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조금 양보해서 짐을 들여놓고 첫 코스로 농여해변으로 갔다.
백령도 콩돌해변에서 보았던 풍경 속 보석 같은 것들이 아로새겨져 있는데 그 위에 더 멋진 풍경으로 덮어버릴 농여해변 풀등이 등장한다. 제주바다를 몇 바퀴 돌면서 바다 풍경을 많이 봤지만 이런 것은 처음이다. 농여 해안에 썰물 때가 되면 물속의 모래언덕이 드러나는데 그것이 풀등이라고 한다. 멀리서 볼 때는 가느다란 지평선이 아른거리는 것 같은데 가까이 갔더니 그것이 얼마나 넓은 모래벌판인지 또 한 번 놀라는 순간을 맞는다. 넓을 뿐 아니라 단단해서 물결이 만들어 낸 수많은 물결무늬 패턴이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살아있는 멋진 그림이다. 우리는 그 벌판으로 뛰어들어 한없는 대자유를 맛보면서 춤을 추었다. 지형을 보면 양쪽으로 대청도와 백령도가 바람을 막아서서 그 사이에 있는 농여로 서풍이 많이 불어오면서 모래를 날려 모여지는 것 같았다. 모래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눈으로 들어왔지만 우리에겐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쯤으로 생각되어서 우리의 놀이에 방해가 되는 줄도 몰랐다. 그렇게 놀다 보니 다른 사람은 다 빠져나갔는데 너무 좋아서 물이 차오르는 것을 몰라서 개울 같은 바닷물 한 줄기를 건너는데 어느새 무릎까지 차 올라서 조금은 겁이 났다. 강물의 풀등은 강 속에 모래가 쌓여서 풀이 수북이 나겠지만 바다의 풀등은 모래등만 보인다 약 두 시간 동안 물이 빠지는데 그 시간에 숨었던 모래벌판을 뛰어다니니 얼마나 자유롭고 좋던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농여를 보고 나서 옥죽동을 지나 모래사막이라고 하는 곳이데 사막까지는 아니고 세립 모래입자가 날아가서 쌓은 모래언덕에 낙타 모형이 있었다. 잠시 들렸다가 차를 타고 첫날 잠시 쉬어갔던 모래울 해변에 길게 이어져 있는 적송 군락이 있는 해안길을 트레를킹했다. 이 역시 특별한 것은 보통 해안에는 해송이라고 하는 곰솔이 많은데 이곳에는 생육조건이 까다로운 적송이 그것도 고목 같은데 잘 살고 있었다. 소나무들이 어찌나 멋을 부리는지 다 명품이었다 솔밭길이 끝나고 해변으로 내려서서 조용한 바다가에서 처음으로 파도소리를 들었다. 서해는 대체로 바다가 조용한 편인데 백령도도 파도가 요동치는 곳이 없고 잔잔해서 모래울 해변에서만 약간의 파도가 일었다. 그리고 철 지난 바닷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조용한 곳이어서 더욱 좋았다.
저녁을 먹고 다시 농여해변으로 가서 일몰을 본다. 조용한 섬마을의 밤을 떠들썩하게 휘저으며 간다. 해 질 녘 어스름에 보이는 낯선 백령도의 길을 말로 다 그리면서 가 노리니 그럴 수밖에, 바다에 다다르니 너무 어둡지도 않고 사진 찍기에 아주 좋다. 해가 빛을 완전히 잃으면 선명하게 찍을 수 없는데 적당한 빛 속에서 실루엣을 마음껏 담았다. 하늘은 티 없이 맑아서 서쪽에 지는 해만이 쓸쓸히 넘어가는데 우리가 동무를 해준 샘이다.
해를 마음껏 안아볼 수 있고 마음껏 바라봐도 눈멀지 않을 너무 좋은 친구가 되는 순간이 짧기만 했다. 해를 안아 본 사람들은 아마도 다 뭔가를 가득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백령도에서 추진 중인 세계 유네스코 지질공원 후보지가 여러 곳에 있는데 여기는 누워 있어야 할 바위가
무슨 이유로 서 있다. 지질충이 너무 선명하게 잘 드러나 있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지구의 나이와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나이테 바위
멀리서 보이는 농여해변의 풀등이 가늘게 보인다.
해안 따라 걷다가 끝에 있는 바위 옆 개울물 같은 곳을 지나면 광대한 모래벌판이 펼쳐진다.
바위에서 보면 전체가 보인다.
검은 바위 옆으로 개울처럼 물이 흘러드는데
2시간 정도 드러났던 풀등에 밀물 시간이 되어 물이 무릎 위에까지 차올랐다.
아침저녁으론 이 풀등에 일몰과 일출의 풍경이 모래 위에까지
투영된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장관일 것 같다.
다다의 솜씨 균일한 패턴이 너무 이쁘다.
모래울 해변 적송길 트레킹
모래울해변
농여해변으로 일몰 보러 가는 길의 공간과 길의 조화
옥죽동 모래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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