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백령도 첫날

반야화 2019. 5. 9. 16:09

코스와 일정:심청각-사곶 천연비행장-두무진-천안함 추모비-중화동 교회-용트림바위-전망대에서 일몰

여행이란 다 비운 텅 빈 마음으로 가서 가득 채워 오는 것,그리고 순간의 행복을 영원으로 정지시켜 저장해두는 앨범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부터 채워 온 행복의 순간들을 풀어내어 기록해본다.백령도,여행자들에게도 많이 회자되지 않는 멀게만 느껴지던 섬이다. 서해 최북단, 어쩌면 너무 멀고 힘들 것 같아서 여행 목록에서 제외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접어두고 있던 섬에 갈 기회가 생겼으니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결정했다. 얼마나 먼지 어떻게 가는지 정보도 모른 채 약속부터 하고 나니 뱃길로 4시간이라니 덜컹 걱정도 되었다. 바람이 심하면 위험하지나 않을지, 멀미가 나진 않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날씨도 좋았고 멀미도 없이 잘 놀고 온 것에 대해 두루 감사하는 마음이다.

 

아침 8시30분에 출발 백령도에 도착하는데 예정보다 한 시간이 늦었다. 물길 사정에 따라 통상적으로 있을법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용기포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미리 전용버스가 대기해 있어서 바로 늦은 점심부터 먹는데 양식장이 아예 없다는 백령도에는 자연산 회를 먹는 것이 가장 좋은 식단 같았다. 난 회의 진미를 잘 모른다. 자연산은 다 좋은 거란 선입견 때문인지 매운탕이 함께 나와서 맛있게 먹었다. 오후부터 시작되는 일정으로 먼저 백령도의 랜드마크 같은 심청각으로 먼저 갔다. 맑은 날이면 북한 땅이 선명히 보인다는 곳인데 인당수라고 하면 북한 쪽에 더 가까운 곳이고 우리가 다섯 시간이나 배를 타고 온 것에 비하면 북방한계선 넘어 약 15킬로 미터라고 하니 헤엄쳐서도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실존 인물이든 설화든 고전 속 현장에 와서 보니 마치 인당수로 끌려가는 청이를 바라보는 판소리 한 마당의 관객이 된 기분이다. 그런데 날씨가 흐려서 건너편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 코스로 사곶 천연비행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눈을 뜨기도 힘들어서 잠시 머물면서도 우리는 멋진 인증을 하고 차로 이동해서 제2의 해금강이라고 불리는 두무진으로 향했다. 두무진 포구에서 유람선을 타고 넓게 펼쳐져 있는 온갖 형상의 바위군도를 보기 위해 갈 때는 왼쪽에 앉은 사람들이 잘 보이고 오른쪽에 앉은 사람들은 돌아오면서 잘 볼 수 있어서 난 돌아오면서 흔들리는 카메라로 연거푸 셔터를 눌러댔다. 명불허전의 바위섬의 형상들은 모두가 대단한 명품의 절경이었다. 유람선에서 하선해서도 해안선을 따라 잠시 트레킹 하는 곳에도 아름답다기보다는 장대하고 웅장한 거석들이 멋진 모습이어서 백령도를 대표하는 풍경이었다.

 

두무진을 보고 나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서 나머지 일정대로 천안함 추모비가 있는곳을 둘러보고 바로 차에 올라 백 년의 역사가 살아 있는 중화동 교회를 보고 잠시 내려서 천년송도 보고 바쁘게 용트림바위까지 가니까 때마침 전망대에서 일몰을 볼 수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금방 떨어져 버릴 것 같은 해를 손으로 받아내려 애쓰는 사이 해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서 하루라는 시간을 거두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하루를 딱 맞게 짜인 일정대로 움직이고 메밀칼국수로 가벼운 저녁을 먹고 깨끗하면서도 따뜻한 숙소에서 달게 잤다.

 

심청각

 

 

심청이가 환생한 연꽃,

효녀였던 청이가 윤회를 거처 지금쯤은 아버지를 잊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저 연꽃 속에서 일련탁생했을 것으로 믿어본다.

 

모래입자가 너무 고와서 물이 스며들 수 조차 없어 진흙처럼

단단한 해변, 화물용 비행장으로도 사용되었다는 사곶 천연비행장.

 

 

 

 

 

 

 

두무진의 묘한 바위군 도의 절경이 웅장하다.

 

 

 

 

 

 

 

 

 

 

가마우지의 배설물이 유독 한 곳에만 하얗다

 

 

두무진 포구

 

 

 

 

 

 

천안함 추모비

 

 

 

120년이 된 교회,중화동교회라고 하는데

이 작은 섬에 백년이 넘은 개신교 역사가 살아있다는 것이 놀랍다.

 

 

용트림바위

 

 

 

 

천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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