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개망초

반야화 2019. 6. 11. 14:42

법화산 산책

식전에 루비와 산책을 하고 나서 내일도 산에 갈 테니 그냥 있어야지 했는데 날씨가 밖으로 쫓아내네요. 그동안 만지 낀 날들에 뷸평불만이던 마음을 구석구석 뒤져서 한 보따리 싸들고 법화산으로 가서 후 우하고 다 날려 보내고 산뜻한 발걸음으로 산책을 했습니다. 오늘 같은 날은 폐포 속에 맛있는 공기를 차곡차곡 저장해 두었다가 먼지에 숨 막히는 날 호흡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법화산 자락에 있는 경찰대로 내려가는데 선물이란 음악 가사가 딱 오늘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만 준비된 선물 같아"하고 흐릅니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텅 빈 캠퍼스에는 주인이 떠난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 넓은 경찰대 캠퍼스의 숲은 여전히 푸르지만 곳곳에 잡초가 무성하네요.그런 가운데 길섶에는 개망초가 하얗게 피어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나도 꽃입니다. 좀 봐주세요.라고 외치듯 향기를 마구 쏟아냅니다. 아무도 꽃이라고 불러주지 않으니 향기라도 뿜어내야지 한 번 돌아봐 준다는 걸 아는 것 같습니다. 이름에 꽃화자도 얻지 못해서 풀 초자가 들어가 개망초로 불려지는 잡초 속에 자라지만 향기만은 아주 샹큼합니다. 그래서 "그래, 너도 꽃이야"하고 불러 주었습니다. 정문에서 조금 들어가면 비룡지라는 연못이 있는데 이름은 거창하지만 자그마하고 동그란 크기에 한가득 수련을 담고 한창 꽃을 물 위에 띄워 두었습니다. 둘레에는 농익은 버찌가 꽃만큼 이쁘게 달린 가지를 휘휘 드리우고 있는 풍경이 참 이쁩니다. 창포꽃도 노랗게 잠겨 있고 잔잔한 연못은 둘레의 식구들을 다 물속에 반영하며 가득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술 동호회 사람들이 그 풍경을 담고 있는데 각자 다른 모습으로 담습니다. 어떤 이는 전체를, 또 어떤 이는 나무나 수련을, 연못의 풍경은 어느새 도화지 속으로 빼곡히 들어차 물 밖으로 외출을 한 듯합니다. 가까이 산이 있어도 오늘 같은 날만 산책을 하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처음으로 본 튜울립 나무 꽃, 백합나무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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