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첨성대일원,서출지,통일전

반야화 2019. 8. 19. 11:39

경주에 가면 동굴과 월지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일대는 계절마다 다른 꽃으로 덮여 있고 첨성대는 갈 때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듯이 여러 배경 속에 우뚝하다. 여름에는 불국토답게 연꽃이 만발해 있다. 불성을 다 갖추고 있는 연꽃을 대하면 내 속에 불성을 다시 꺼내보기도 한다. 세속의 달콤함에 빠져서 내 속의 불성이 얼마나 퇴락하고 있는지 나를 일깨워보는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연꽃은 불교 교리를 함축하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사랑, 부부연 같은 상징이 되기도 한다. 연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갖추어지기 때문에 인과, 즉 태어날 때부터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의미와, 암수 양성화여서 한 꽃송이에 남녀가 동시에 의탁한다는 뜻으로 이루지 못한 사랑이 있으면 후생에 "일연 탁생"하자는 맹세를 하는 의미도 있다. 하나의 연꽃 속에 함께 태어나자는 맹서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혼자여서 너무 여유롭고 온갖 정념에 빠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내버스를 타고 40분정도 가면 통일전 정류소에 내려서 통일전을 지나 조금만 걸으면 서출지가 있다. 서출지도 역시 정자와 연꽃, 배롱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이번 여행의 테마로 정했다. 연 정 화, 지금 그 세 가지가 서로 어울려서 절정을 이루고 있는 가장 고도다운 모습이다. 그런데 조금 실망스러운 것은 얼마나 가꾸지 않았는지 연못 속에 잡초가 무성하다. 연꽃과 피 같은 수초가 섞여서 상상했던 고운 모습이 아니었다. 먼저 갔던 종오정과 연못 둘레나 형태가 비슷했다. 이곳에서도 둘레를 여러 번 돌며 감상하고 이쁘게 그 모습을 담으려고 애썼더니 남이 보지 못한 나만의 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 수면에 비친 연의 반영이 물결 없는 고요한 수면에 이쁘게 보였다. 무심하면 볼 수 없을 정도로 연잎이 커서 숨어 있는 걸 나만 찾았다는 기쁨이 컸다. 나만 보기 아까워서 다른 사람한테 알려줬더니 놀라워하면서도 그냥 지나쳤다. 전체만 보지 말고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숨은 것도 볼 줄 아는 안목이 있다면 좋은 것인데......

 

서출지에서 한참 놀다가 근처 통일전에 갔더니 역시 화랑정에는 정자와 수련이 가득 채워져 있고 뜨거워서 더욱 좋다는 듯 꽃잎을 활짝 열고 이쁘게 떠 있다.수련도 암수가 있는데 자세히 보면 잎이 둥근 것과 잎이 갈라진 것이 있다. 동그란 잎은 수꽃이고 잎이 갈라진 것은 암꽃이라고 하는 비밀도 간직하고 있는 잠자는 꽃 수련이다. 그 큰 연못가에 나 혼자 벤치에 앉아 있다. 아름다움을 독락 하는 여유로움이 사치로 느껴지는 순간이 너무 좋았다. 전각 안에는 예전에 봤기 때문에 이번엔 연. 정만 보고 간다.

 

4박 5일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날 고속버스 3번 좌석을 예매했다. 3번 좌석에 앉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휴가철 일요일이어서 예매를 하지 않았다면 좌석이 없어서 오지 못할 뻔했다. 만석이었다. 만석의 앞자리에 앉았을 때의 재미를 말하자면, 우선 기사님의 눈을 가끔 본다. 졸음을 감시하는 거다. 그 외 앞이 확 트인 점이 좋고 차들이 추월해가는 속도감을 느끼기도 하고 질서를 확인하기도 하고 멋진 풍경을 스치면 사진도 찍는다. 가사분을 가장 잘 감시할 수 있는 자리인데 좀 이상한 분이었다. 달리다 보면 벨소리 같은 것이 들렸고 아저씨는 말을 하고 있어서 이어폰으로 통화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벨소리는 졸음을 깨우는 주기적인 장치였고 아저씨는 한 번도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으며 그분은 성남에 도착할 때까지 혼잣말을 계속해서 졸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말뿐 아니라 손으로 무엇을 가리키기도 하면서 속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겉으로 드러내 말로 바꾸고 있었다. 자꾸 듣고 있으니 좀 민망하기도 하고 바 정상이면 어쩌나 불안감도 있었는데 그는 멀쩡한 분이고 다만 습관인 것 같았는데 생각해 보니 전에도 이분의 차를 탔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같은 모습이었던 게 생각나서 혼자 웃었다.

 

앞에 앉아서 내가 가는 경로를 살펴보기로 하고 잠시도 눈을 감지 않고 봤다.요즘은 예전에 경부선으로만 다니던 시절에 느꼈던 추풍령 휴게소, 금강휴게소를 볼 수가 없다. 추풍령 고개에서 보이는 풍경이 일품이었는데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경로를 살펴본 결과도 참 재미있었다. 상행선 경주 톨게이트를 지나서 경주터널을 지나면 영천~상주 고속국도 301번을 달리는데 6개 터널을 지난다. 효령 터널, 중구 터널, 불로 터널, 평호 터널, 산법 터널, 군위 터널 그 외 야생동물 이동통로 4개지난다. 영천~상주 고속도로를 지나면 중부내륙 고속도로로 들어서서 상주 김천 지나면 다시 영덕~당진 고속국도 30번 청주~상주 구간에서 13개의 터널을 지난다. 내서 4 터널, 내서 3 터널, 내서 2 터널, 내서 1 터널, 화서 2 터널, 화서 1 터널, 탄부 터널, 수한 터널, 수리티 터널, 회인 터널, 피반령터널, 문의 2 터널, 문의 1 터널이 끝나고 청주 분기점 지나면 경부고속도로 1번으로 들어서는데 여기서부터 전용차선이 있고 그 이유는 여기서부터 막히기 시작하는 구간이면서 터널은 없다. 이 모든 걸 보기 위해서 나는 잠시도 눈을 감지 않았다. 터널이 많아서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시작했다가 정신이 피곤해졌다. 잠시라도 눈 감으면 이름을 모른 체 지나버리기 때문에 지날 때마다 터널 이름을 메모하면서 괴짜 아저씨와 괴짜 승객이 함께 목적지까지 무사히 그리고 재미있게 도착했다.

 

 

 

 

 

월정교, 반월성 옆에 흐르는 남천을 가로지르고 있다.

통일신라 시대에 지어졌던 교량인데 조선시대에 유실되었던 것을 2018년 4월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교량으로 복원된 곳.

궁궐인 월성과 남쪽인 남산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월정교 아래를 흐르는 남천

 

계림숲의 정문에 있는 회화나무,

1300년이상을 살고도 십 분의 일 정도가 살아 숨 쉬는 시림이다. 가지도 아니고 몸통 일부가 남아 있는 게

경이롭기도 하고 신라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시니 감사하기도 한 신목이다.

 

 

 

 

 

 

 

 

동궁과 월지의 연밭

암수 양성화인 연은 씨방이 영글기 시작하면 꽃잎은 지고 수술도 역할이 끝나 없어지는 과정을 본다.

자실은 연자가 들어 있는 방이고 방에는 자식인 씨앗이 있는데 그것이 연자다.

아래로는 서출지의 여름

 

 

물 속에 비친 연꽃인데 자세히 보면 종이 끝을 비벼서 연등을 만든 것과 같은

               주름까지 있는 모습이다. 물결이 일지 않아 그림같이 이뻐서 이거 하나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보람이자 단연 백미다.

 

 

서출지 둘레를 걷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

 

이요당과 배롱나무,연못에 돌로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정자를 지었다.

 

 

 

 

 

 

무량사 돌탑

서출지 옆에 있는 무량사는 대대로 풍천 임 씨 고택을 절로 바꾸어 1972년부터 조계종 사찰로 된 곳이다.

법당인 대웅전은 4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요당의 뒷모습과 담장

****밑으로는 통일전

통일전 흥국문

통일전 서원문

 

 

통일전 화랑정, 전각 안에는 오래전에 봤기 때문에 이번엔

여행의 테마에 맞게 연꽃과 정지만 보고 간다.

 

수련은 물 위에 떠 있다는 뜻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물수자가 아니라 잠잘 수자를 써서 잠자는 연이라고 한다. 낮에는

꽃송이를 활짝 열고 밤이 되면 꽃송이를 닫고 잠을 자는 연이다.

 

화랑정 옆에 있는 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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