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과 배롱나무, 뜨거운 여름에 가장 화려하게 절정을 이루는 꽃이다.
이번 여행은 여름꽃을 만나는 여행이 된 셈이다. 다른 볼일도 있었지만 그것은 잠깐이고 뜨겁다고 가만히 있으면 그 시기에 볼 수 있는 풍경을 놓치고 만다. 경주의 여름, 참 뜨거웠다. 광복절날 태풍이 온다 해서 더위가 꺾이겠지 생각했는데 태풍은 생각보다 거의 느끼지 못했고 그냥 강풍정 도면서 비도 거세지 않고 종일 내렸다. 비가 달구어진 땅을 식혀주고 나면 다니기에 좋을 줄 알았더니 이튿날 습도는 높아지고 볕은 뜨겁고 대구의 더위 맛을 경주에서 당했다. 그런 중에도 좋은 점은 날씨가 깨끗하고 늦여름의 특징인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장 식이 돋보여서 사진을 찍는 재미가 좋았다.
이번에 점찍은 장소는 연꽃과 정자,연정의 둘 사이에 배롱나무가 화사하게 감싸 안으며 멋진 배경이 되어줄 듯한 곳으로 적합한 경주 안압지 연밭, 손곡 마을 종오정, 서출지, 통일전을 보기로 정했다. 8월 16일, 먼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종오정을 찾아가려고 무작정 나섰더니 경주 외곽지역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너무 힘든다는 걸 몰랐다. 터미널 정류소에서 2시간의 배차시간이 난감해서 그 시간을 터미널 아래 서천둔치를 걸었는데 장군교를 지나 다시 서천교를 지나 원점으로 오는데 약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되었다. 서천교를 숱하게 지나다니면서도 바라만 볼뿐 한 번도 강가를 산책해보지 못했는데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서 걸어본 서천둔치는 많이 정비도 되고 하천부지에 주차장도 만들고 잔디를 심어서 시민들이 잘 이용하는 공간이 되어 있고 장군교에는 교각마다 경주를 상징하는 그림을 그려서 전체적으로 멋지게 보였다. 반대편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지난봄에 인파로 가득 찼던 벚꽃길도 한산하고 산책하기에 딱 좋았다. 시간을 얼마나 잘 이용했는지 정류소에 오니 바로 손곡행 버스가 왔다. 그렇게 딱 맞아지니 기분 좋게 차에 올랐다.
손곡 마을은 보문호수를 다 지나서 천군동인데 경주에서 포항으로 가는 첫 마을이었고 좁다란 2차선 길이 푸른 숲으로 우거진 게 너무 이뻤다. 12시 5분에 버스를 타고 약 50분 걸려서 마을 입구에 내려서 마침 동네 어른을 만나 쉽게 찾아갔다. 이 마을엔 현재 아래 마을은 밀성(밀양) 박 씨가 살고 윗마을에는 경주 최 씨가 사는 두 성씨의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등재된 요수 재가 있고 한참 더 들어가서 언덕을 넘으면 논에는 어느새 벼이삭이 다 피었고 종오정 입구에 연정 호수를 지나면 종오정이 있다. 생각했던 데로 연꽃과 정자가 멋지게 어울리는 가운데 둘레에는 배롱나무가 화사하게 받쳐주고 있어서 서로가 벗이 되어주며 가장 뜨거운 시기에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종오정 일원은 경상북도 기념물 제85호. 조선 숙종 때 학자인 자희옹 최치덕 선생이 만년에 정자를 짓고 많은 학자를 배출했던 곳으로, 앞뜰에 석조·석등 대좌 등이 있고 최치덕 선생이 직접 심었다는 300년 된 향나무는 마을 개척 당시에 심었는지 마을의 역사도 300년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250년 된 측백나무가 있다. 건축물은 연당에 있는 종오정과 일 성재, 귀산 서사가 있고 고택체험도 있는데 그래서인지 한쪽에는 고택과 어울리지 않는 신식 건축물이 있어서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연당을 여러 번 돌면서 사진을 찍고 큰 나무 아래 앉아서 한참이나 시간을 보내면서 그 옛날 선생이 이 일대를 얼마나 사랑하고 향유하면서 안빈낙도의 삶을 사셨을지를 떠올리며 나도 잠시 그 흉내를 내면서 고요히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면서 연당의 심연으로 침전되는 듯했다.
경주 서천(형산강)과 장군교
상사화
서천 잔디밭에서 훈령중인 축구부 아이들
장균교에는 경주를 대표하는 전설 화가 그려져 있어서 너무 아름답게 보인다.
하늘에도 강에도 구름이 가득하다.
지난 사월에는 도로 바닥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사람들로 들어찼던
김유신 장군 릉 가는 길목의 흥무공원의 벚꽃길이다.
꽃과 잎의 대우가 이렇게 다르다. 꽃은 기껏 열흘 이건만 푸르른 녹음이 더 좋은 줄을 알아야 된다.
***********
아래로는 손곡마을과 종오정
요수재는 지당 밀성박공 만흥(자흥여 1678~1742)의 독서 강학 지소이다.
밀성 박씨(밀양) 손곡 문중의 문헌록인 유교책판 283장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마을 지붕에 으름덩굴이 익어가고 있다.
연정 저수지, 종오정이 있는 곳이 원래 연못과 정자가 있는 곳이라 해서
연정마을이라고 했다.
능소화의 다른 모습
조선 영조 때의 학자인 문효공 최치덕 선생의 신도비
고택체험도 할 수 있는 곳이어서
신축건물을 지어서 버렸다고 원성이 있었다.
종오정 일원은 최치덕선생의 유적지로 종오정, 귀산 서사, 연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손곡 서당으로 불리다가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
수령 300년 된 향나무, 마을도 300년
마을을 개척하면서 동시에 심은 나무로 보인다.
'living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올레 충남지부 정모에서.... (0) | 2019.09.01 |
---|---|
첨성대일원,서출지,통일전 (0) | 2019.08.19 |
개망초 (0) | 2019.06.11 |
백령도 첫날 (0) | 2019.05.09 |
백령도 이틀째 (0) | 2019.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