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제주올레 충남지부 정모에서....

반야화 2019. 9. 1. 12:46

여름내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시간의 부스러기들을 훌훌 털어내고 나니 무력감이 사라지고 활력이 돌아오는 것과 창을 다 떼어낸 것처럼 살던 공간에 창을 닫고 소음과 단절하는 내 마음에서부터 가을이 전달되는 것 같다. 

 

팔월의 말일이고 여름의 끝자락인 날, 가을을 맞이하는 어떤 의식을 치르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된 것 같은 제주올레 충남지부의 정모를 함께 걷기 위해 떠났는데 그것이 우리들의 가을을 맞는 의식이 되었다.조촐하지만 정감 넘치는 14명의 가을맞이에는 초가을 풍경이 움직이는 배경이 되어서 걸음걸음 아름답게 베어 들었다. 대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면 빌딩으로 가려진 조각난 하늘이 아닌 드넓게 펼쳐진 하늘을 보는 것에서 자유를 느낀다. 더구나 그 하늘에 파란 바다 같은 바탕색에 뭉게구름까지 걸려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무위자연의 선물이 된다.

 

충청남도 예산은 한 번 도 머물러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지부정모를 함께하는 뜻깊은 날의 모임인데 그곳 지부장님의 손님맞이 준비를 세심하게 해 주셔서 존재조차 몰랐던 생태공원의 황새 복원의 장소를 둘러보고 예당호수 둘레길을 걸어보는 멋진 여행이 되었다. 생태공원에는 인간 위주로 변해버린 자연환경 훼손으로 사라졌던 천년기념물 199호로 지정된 황새를 윙컷을 해서 날으지는 못하지만 일단 번식을 하고 새로운 털이 날 때까지 보호하고 있는 과정이 있는 공원이다. 습지도 조성되어 있고 주위에는 넓은 공간에 잘 가꾸어진 환경이 있어서 관광지로도 아주 좋았다 높은 울타리가 있어서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가까이서 자세히 보는 것도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생태공원에서 차로 이동해 예당호수로 가는데 차창으로 스치는 모든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풍경이다. 예당호수는 에산과 당진에 용수를 공급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저수지라고 한다. 예산과 당진의 앞 글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이고 두 지역의 농업용수를 공급했으나 지금은 생활용수와 홍수조절까지 하는 다목적 저수지는 끝이 보이지 않아 바다를 보는 듯했고 40킬로나 된다는 둘레길은 호수를 끼고돌다가 습지 위로도 데크로 길이 만들어져 있는 아주 길고 걷기 좋은 길이다. 다 걸으려면 며칠을 걸어야 될 것 같아서 우리는 출렁다리가 있는 아래쪽에서부터 걸었다. 출렁다리는 이미 소문이 자자해서 알고 있었는데 그 앞에 서니 엄청난 규모였다. 교각 위에 설치된 하늘을 찌를 듯한 중앙 지지대와 연결된 구조물은 세상에서 가장 큰 하프를 마주 붙여놓은 듯했다. 그뿐 아니라 멀리에 보이는 수문과 함께 어우러진 프르스름한 산의 원경이 어우러져 멋진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충남지부장님은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역력히 느껴졌지만 하루를 온전히 채울 수 없는 시간 탓에  다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으니 다시 찾아가는 날이 있을 것 같다. 호수를 어느 정도 걷고 호숫가 이쁜 카페에서 마시는 냉커피로 따가운 가을빛으로 목말랐던 갈증을 짜릿하게 해소하고 되돌아 나왔다. 마지막 코스로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의좋은 형제"의 실제 배경이 되는 예산에서 마침 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잠시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아산 신창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돌아왔다. 이름은 지하철이지만 지상으로만 달리는 차창으로 초가을 풍경을 보면서 끝까지 맑고 투명한 가을을 잘 즐기고 행복한 하루의 추억을 만들고 왔다.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조금 불편한 이동은 있겠지만 시간적으론 짧은 거리 같아서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남겨둔다.

 

초대해주시고 함께 해주신 충남지부 네분께 감사드립니다.

집결지인 윤봉길체육관

 

 

점심메뉴로 나온 정식인데 음식도 맛깔스럽고 특히

막걸리가 일품이었다. 동동주 같은 맛.

예산 생태공원에서....

생태공원의 황새

 

예당호 수로 이동하면서 차창으로 찍은 무한천

 

 

 

예당호의 원경과 수문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예당호 전망대

 

예당호 출렁다리

 

 

 

하프를 닮은 모습

정면에서....

예당호 낚시좌대가 수상가옥이 같다.

 

 

 

 

 

의좋은 형제 효자비

 

 

의좋은 형제의 축제 인형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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