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287

한강 노들섬

가을놀이가 끝나고 겨울 문턱으로 들어오니 멀리보다는 근교 나들이도 참 좋다. 멀리 가서 늘 시간에 쫓기는 걸음에서 해가 빠져도 걱정 없는 한강 나들이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석양에 물든 한강물을 바라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 하루였다. 섬에서 섬을 찾았다.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 선의 형태를 모르고 있었다. 전에 갔던 선유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갔었는데 섬 같지가 않아서 한강대교 위에서 섬을 찾고 있었는데 노들섬 위로 걸쳐진 한강대교를 내려서면 그곳이 바로 노들섬이었다. 조감도를 보면 한강 위에 커다란 유람선 한 척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직접 한강 다리 위에서 보면 도시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노량진에서 한강대교 오른쪽에는 노들 숲이 있는데 공사 중이어서 내려가 ..

living note 2019.11.24

봉화 세평하늘길

봉화 낙동강 세평 하늘길:승부역에서 양원역을 지나고 분천역에 이르는 12.1킬로의 트레일, 세평 하늘길, 참 특별한 이름 하나만으로도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명칭이다. 간혹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지나다니는 길로만 알았던 그 길을 내 두발로 걷게 되다니, 기차를 타면 한쪽 면만을 보게 되겠지만 트레킹을 하면 그 길에 있는 모든 것을 느끼고 보고 만지는 즐거움이 있으니 기차에 비하겠는가. "좋다"라는 말 한마디 드러내면 그 말 속에 자연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그릇에 온갖 것이 다 들어차게 된다. 그래서 세세한 표현을 다 못할 때는 "좋다"라는 말 한마디의 그릇에 다 담아내고 만다. 산이 얼마나 높고 골이 깊었으면 보이는 모든 것을 세평으로 표현했을까, 높고 깊은 산골 역에 근무했던 한 역무원의 눈에 보이는 ..

living note 2019.11.16

사색의 길에서(석성산 통화사)

늦가을엔 홀로 길을 걸어보세요. 혼자가 되면 현재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이 되어서 더 잘 보이고, 더 잘 들리고 지나온 일들에 대해서 한 번쯤 뒤돌아 보고 다가 올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알찬 시간이 되어줍니다. 가끔은 외로워 보는 것도 약이 되고 쓸쓸해져 보는 것도 경험해 보면 옆에 늘 있던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혼자 걷습니다. 지난겨울 친구와 둘이 걸었던 눈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가을이 되면 다시 걷겠노라 생각했던 일이 어느새 그날이 되어 오늘은 혼자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오직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다 보니 깊은 사색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 해의 막바지에서 어떻게 지나왔는지에 대해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집을 나섰지만 주머니엔 이어폰이 들어 있어도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

living note 2019.11.11

2019년의 만추(용인외대 가는길)

가을에 접어들고 ,가을이 얼마나 짧은 지를 알기 때문에 부단히 쫓아다다 보면 어느새 만추는 떠날 채비를 하는데,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젊음에 수없이 빗금이 그어진 그 자리에 또 하나의 빗금이 그어지지만 저항 한 번 못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만추에 느껴지는 자연과는 상반되는 섭리로 저문다. 이렇듯 깊은 상념은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지고 아무 곳에도 이르지 못하는 그리움 같은 것이 자라나면 괜스레 스쳐간 인연들이 생각나서 찻잔을 앞에 두고 정담을 나누고 싶어지는 계절병을 앓게 된다. 혼자여도 괜찮다.차와 마주 앉고 차는 우러나고하루를 열고 하루를 닫을 때도친구 같은 차 한 잔 언 마음을 녹인다 찻잎이 수없이 죽는다찌고 말리고 으깨고 문지르고수없이 죽어 깨알만 해지면향기를 지닌 채 그제야대접을 받으며 고..

living note 2019.11.10

2019년 국제걷기대회

제25회 한국 국제 걷기 대회 하룻밤 사이에 겨울이 대문 밖에 바짝 붙어 서 있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지만 계절이 바뀐다는 것이 한 계절이 다른 계절에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맛보기처럼 꼭 한 번 매운맛을 보여주고 인식시킨 다음에 서서히 사람이 젖어들게 한다. 그래서 더위든 추위든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다. 걷기 대회 행사 전 날 밤부터 초겨울의 매운맛을 느꼈지만 가을의 꼬리를 딱 자르지 못한 마음 때문일까 완전한 겨울채비를 갖추지 않고 나갔더니 한참 서 있으니 얇은 옷 속으로 바람도 데워지고 싶었는지 내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행사란 늘 그렇듯이 각 기관장들의 소개와 인사말 그런 겉치레를 거쳐야 한다. 빨리 걸어서 체온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급해져서 사전 행사가 길게만 느껴지..

living note 2019.10.27

9.28 서울수복기념 걷기(인천 월미도)

6.25 전쟁 당시 9월 18일부터 열흘 동안 3단계 작전으로 서울을 탈환한 9.28일 인천 상륙작전의 성공적인 날을 기념하는 걷기 대회가 인천 월미도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월미도에서 인천 아라뱃길을 통과하고 밤새도록 걸어서 29일 아침 6시 광화문에 도착하는 길이며 총 66킬로 15시간 소요가 되는 거리다. 길은 3단계로 나누어 5킬로. 20킬로 66킬로, 이 중에서 우리는 약 12킬로를 걸었다. 이런 행사를 통하여 잊고 살았던 지난날의 역사와 정세를 한 번 되새길 수 있으니 감사하고 좋은 일이다. 완보가 목적이 아니고 출정식 참석 후 우리는 월미공원을 걷고 공원에 있는 한국 이민사 박물관과 차이나타운, 자유공원을 걷는 일정으로 끝났다. 인천역 앞에 있는 철도 탄생 역의 조형물 월미공원으로 가는 길 이..

living note 2019.10.01

추석 전 고궁나들이(고종의 길,중명전)

서울을 떠나 각 지방으로 떠나는 명절 전에는 서울이 가장 한가하고 조용한 때다. 이럴 때 고궁 나들이는 잠시의 망중한을 즐기기에 딱 어울린다. 큰 딸하고 고궁 나들이는 몇 번째 함께하는 우리 집만의 다른 풍속 같은 것이다. 코스를 고종의 길을 걷고 창경궁 후원을 걸어보는 걸로 정하고 먼저 작은딸 회사 건너편에 있는 명동성당 아래층에서 세모녀가 점심을 먹고 두 모녀는 덕수궁까지 걸어갔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는데 태풍 링링이 지나갔지만 나뭇가지 하나 다친데 없어 보여서 다행이다 생각하며 어느 때보다 한가로운 거리를 걸어 덕수궁 후문을 지나면 미 대사관 관저 담장과 구세군 중앙회관 사이에 작은 쪽문이 있다. 덕수궁 담장의 몇 배를 넘는 키를 자랑하며 일대를 굽어보는 궁궐 안의 역사적은 나무는 푸르른데 그..

living note 2019.09.17

제주올레 충남지부 정모에서....

여름내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시간의 부스러기들을 훌훌 털어내고 나니 무력감이 사라지고 활력이 돌아오는 것과 창을 다 떼어낸 것처럼 살던 공간에 창을 닫고 소음과 단절하는 내 마음에서부터 가을이 전달되는 것 같다. 팔월의 말일이고 여름의 끝자락인 날, 가을을 맞이하는 어떤 의식을 치르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된 것 같은 제주올레 충남지부의 정모를 함께 걷기 위해 떠났는데 그것이 우리들의 가을을 맞는 의식이 되었다.조촐하지만 정감 넘치는 14명의 가을맞이에는 초가을 풍경이 움직이는 배경이 되어서 걸음걸음 아름답게 베어 들었다. 대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면 빌딩으로 가려진 조각난 하늘이 아닌 드넓게 펼쳐진 하늘을 보는 것에서 자유를 느낀다. 더구나 그 하늘에 파란 바다 같은 바탕색에 뭉게구름까지 걸려 있다면 더할..

living note 2019.09.01

첨성대일원,서출지,통일전

경주에 가면 동굴과 월지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일대는 계절마다 다른 꽃으로 덮여 있고 첨성대는 갈 때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듯이 여러 배경 속에 우뚝하다. 여름에는 불국토답게 연꽃이 만발해 있다. 불성을 다 갖추고 있는 연꽃을 대하면 내 속에 불성을 다시 꺼내보기도 한다. 세속의 달콤함에 빠져서 내 속의 불성이 얼마나 퇴락하고 있는지 나를 일깨워보는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연꽃은 불교 교리를 함축하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사랑, 부부연 같은 상징이 되기도 한다. 연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갖추어지기 때문에 인과, 즉 태어날 때부터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의미와, 암수 양성화여서 한 꽃송이에 남녀가 동시에 의탁한다는 뜻으로 이루지 못한 사랑이 있으면 후생에 "일연 탁생"하자는 맹세를 ..

living note 2019.08.19

경주여행 (서천,종오정)

연꽃과 배롱나무, 뜨거운 여름에 가장 화려하게 절정을 이루는 꽃이다. 이번 여행은 여름꽃을 만나는 여행이 된 셈이다. 다른 볼일도 있었지만 그것은 잠깐이고 뜨겁다고 가만히 있으면 그 시기에 볼 수 있는 풍경을 놓치고 만다. 경주의 여름, 참 뜨거웠다. 광복절날 태풍이 온다 해서 더위가 꺾이겠지 생각했는데 태풍은 생각보다 거의 느끼지 못했고 그냥 강풍정 도면서 비도 거세지 않고 종일 내렸다. 비가 달구어진 땅을 식혀주고 나면 다니기에 좋을 줄 알았더니 이튿날 습도는 높아지고 볕은 뜨겁고 대구의 더위 맛을 경주에서 당했다. 그런 중에도 좋은 점은 날씨가 깨끗하고 늦여름의 특징인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장 식이 돋보여서 사진을 찍는 재미가 좋았다. 이번에 점찍은 장소는 연꽃과 정자,연정의 둘 사이에 배롱나무가..

living note 2019.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