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멋진 것을 본 다음 그곳에 다시 가기를 주저할 때가 있다. 다시 갔을 때 처음 본 아름다움의 환상이 깨어질까 봐 두려운 것이다. 고이 간직해두고 언제나 자작나무, 하면 떠오르는 그 모습이길 바랐지만 이번에 무참히 깨어졌다.자작나무 숲에는 처음 같은 선경이 없었다. 나무는 변함없는데 지난겨울 마치 불청객의 방문으로 눈밭에 놀던 백학이 일시에 날아오르는 모습 같던 그런 풍경이 아니었다. 꾹 다물었던 입은 어떤 탄성도 새어 나오지 않았고 탁세와 동떨어진 순수의 흰 바탕은 간 곳 없이 원래의 바탕은 흙이었다는 걸 보여주며 "너는 환상을 본 거야"라고 바로 알려주는 듯했다. 자연에서 실망은 없는 법, 지난번에는 하얀 숲을 보고 갔던 길로 되돌아 나왔는데 이번에는 자작나무 숲을 넘어서 그 일대 임도를 따라 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