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과 늦가을은 정서적으로 잘 어울리는 로맨틱함이 있다.가을에 꼭 봐야 하는 하나라도 놓칠까 봐 여러 곳을 다니다가 가장 늦게 고궁을 찾아 아름다운 가을과의 이별을 하는 어떤 순서라도 작용한 것처럼 조금 늦게 찾았더니 가득 찬 것보다 약간 비어 있는 공간 같은 만추의 풍경으로 대미를 장식했다.빽빽하게 나무를 채웠던 잎사귀를 어느 정도 떨구어내고 드문드문 붉은 잎을 달고 있는 나무를 보면, 떠날 때를 알고 준비하는 아름다운 순리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 한 곳이 뭉클하고 쓸쓸한 느낌이다.궁궐 안은 계절마다 아름답다.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걸 알고도 들어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별도로 다른 세상을 구현해 둔 것 같다. 왕과 왕비, 궁녀 등 궁궐의 대가족을 위하여 사계절을 다 불러들여 바깥세상에서 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