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고요한 어둠 속에 몸을 맡기고 깊은 잠을 자고 난 후 산책을 나갔더니 나무와 바람이 사투를 벌였는지 그 흔적이 길바닥을 덮었고 결국엔 바람이 승리한 겨울의 첫추위를 느꼈다. 바람은 유령 같아서 모습을 감춘 그 힘에 당해내는 것이 없다. 여름엔 고맙기만 하던 바람이 겨울엔 불청객이 되었다. 고마웠던 지난여름을 생각하며 또 한 철 혹한이 오더라도 잘 이겨내야겠지. 첫 만남, 첫추위, 첫 더위, 처음이란 건 무엇이든 낯설고 적응이 어렵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마음가짐에 맛보기 같은 걸 꼭 한번 느끼게 한 다음 본격적은 성격을 보여준다. 첫 만남에서 서로를 탐색하는 기간이 있듯이 본격적으로 닥칠 겨울과의 만남에도 얼마나 매섭게 닥칠지 탐색을 하라는 듯 오늘 처음으로 기온이 영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