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초가을의 색채를 깔아놓았을 것 같은 그 푸근하던 억새의 평원으로 간다. 부산에서 아침 아홉 시 12분이 된 시계를 보고 출발했는데 약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려서 도착했다. 밀양 천황산이 제철을 맞아 등산객이 많이 모였을 줄 알았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줄을 서야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일이어서인지 줄은 서지 않았고 십 분 만에 천황산에 도착했다. 평지보다는 바람이 조금 쌀쌀했지만 걷다 보니 금방 몸이 따뜻해졌다. 오랜만에 천 미터가 넘는 산 정상을 향해가는 발걸음이 즐거웠던 건, 옆에 산을 좋아하는 딸 부부를 동행하고 가면서 많은 걸 함께 얘기하고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마음이 너무 좋아서다. 기억은 변함이 없는데 현상은 늘 변하는 거구나. 표충사를 보고 사자평까지 올랐던 너무 오래된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