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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천황산,제약산

은은한 초가을의 색채를 깔아놓았을 것 같은 그 푸근하던 억새의 평원으로 간다. 부산에서 아침 아홉 시 12분이 된 시계를 보고 출발했는데 약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려서 도착했다. 밀양 천황산이 제철을 맞아 등산객이 많이 모였을 줄 알았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줄을 서야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일이어서인지 줄은 서지 않았고 십 분 만에 천황산에 도착했다. 평지보다는 바람이 조금 쌀쌀했지만 걷다 보니 금방 몸이 따뜻해졌다. 오랜만에 천 미터가 넘는 산 정상을 향해가는 발걸음이 즐거웠던 건, 옆에 산을 좋아하는 딸 부부를 동행하고 가면서 많은 걸 함께 얘기하고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마음이 너무 좋아서다. 기억은 변함이 없는데 현상은 늘 변하는 거구나. 표충사를 보고 사자평까지 올랐던 너무 오래된 기..

등산 2024.10.22

통영의 아름다움

부산, 거제, 통영은 같은 바다를 공유하며 땅을 나누어 각각의 다른 모습으로 국토의 아랫부분을 받치고 있는 해양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장식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를 지나가는 통영행은 말로만 듣던 거가대교를 통과하는데 그 아래 저도를 지난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대교는 40분 만에 두 도시를 연결한다고 한다. 깊은 해저를 지나지만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구간 일부를 투명하게 해서 심해를 느껴볼 수 있게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마음속으로 그리던 통영은 무척 아름다운 풍경인데 어디에서 내가 그린 그림을 만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통영시장을 둘러보고 동피랑으로 올라갔는데 날씨가 너무 뜨거워 한여름 같았다.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비랑(벼랑)이라는 뜻이다. 올라가 보니 서피랑은 마을이 아닌 동..

living note 2024.10.21

가을여행(부산)

가을맞이 여행을 부산에서 시작한다. 부산에는 작은딸이 살고 있다. 멀리 있는 딸을 찾아간다는 것은 마치 키우던 화초를 분양해주고 나서 화초가 잘 크는지 꽃은 피는지를 살피러 가는 것 같다. 나를 떠난 화초는 내 꽃밭에 있을 때보다 더 튼실한 줄기에 무성한 잎을 달고 화사한 꽃을 피우며 만족하고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부산역에 내려섰더니 날씨는 지난여름의 뜨겁던 꼬리를 아직도 다 끊어내지 못하고 가을을 들여놓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가을여행은 설악으로 먼저 갔었는데 반대로 가을이 끝나는 부산에 먼저 갔으니 내가 틀린 거지 부산은 여느 때와 다른 건 아니었을 것 같다. 딸이 있는 부산을 기점으로 그동안 미루기만 했던 통영과 거제를 돌아보고 가을산행의 대미인 영남알프스 중의 한 곳인 밀양 천황산으로 ..

living note 202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