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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영실

왠지 덤으로 얻은 산행 같다. 예정에도 없던 일정을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우리 영실 갈까" 하는 이 한마디에 우리는 산으로 갔다. 2014년 10월 중순에 찾았던 영실풍경이 스치면서 갑자기 변경한 일정이 자칫 놓칠 뻔했던 한라산 영실코스를 가게 되어서 너무 잘 한 선택이었다. 적기보다 약 열흘정도 늦었지만 아직 산 아래는 단풍이 들지도 않았다. 그만큼 높고 낮음이 가을을 맞는 시기가 다르다. 가을은 시간을 먹는 괴물인가, 하루에 며칠을 먹어치우는 것 같다. 가을인가 싶으면 바로 겨울이다. 그러니 마음이 얼마나 바쁜지 따라가기가 힘겨울 정도다. 제주에는 갈 곳이 너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을 제쳐놓고 제주를 논하지 않는다. 어느 카페가 뷰가 좋은지, 어느 식당이 맛이 좋은지는 관심이 없다. 다만 한..

등산 2024.11.01

제주, 삼다수숲길

그리움과 기다림의 대상이 자연일 때가 가장 순수하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그리움은 때론 괴로움이 되기도 하고 기다림은 상처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자연은 어느 누구의 특정 대상이 아니라 그리워하는 자의 대상이 되어준다. 자연은 그냥 있어주기만 한다. 치장하지 않아도 예쁘고 새파랗게만 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그것이 무위의 자연이다. 얼마나 좋은가, 자연의 심성이. 오랜만에 그리운 제주의 숲을 찾아간다. 올레길을 두 번 완주하기 위해서 또는 산과 숲을 찾고 싶을 때 부단히 쫓아다니던 제주를 한동안 가지 못하다가 자연을 대하는 마음이 나와 똑같은 친구들의 만남이 제주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어 제주로 가면 이야기가 참 많아서 좋다. 길지 않은 일정이지만 심신 가득 채우고 오는 여행이다. 제..

제주의 사계 202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