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과 늦가을은 정서적으로 잘 어울리는 로맨틱함이 있다.
가을에 꼭 봐야 하는 하나라도 놓칠까 봐 여러 곳을 다니다가 가장 늦게 고궁을 찾아 아름다운 가을과의 이별을 하는 어떤 순서라도 작용한 것처럼 조금 늦게 찾았더니 가득 찬 것보다 약간 비어 있는 공간 같은 만추의 풍경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빽빽하게 나무를 채웠던 잎사귀를 어느 정도 떨구어내고 드문드문 붉은 잎을 달고 있는 나무를 보면, 떠날 때를 알고 준비하는 아름다운 순리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 한 곳이 뭉클하고 쓸쓸한 느낌이다.
궁궐 안은 계절마다 아름답다.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걸 알고도 들어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별도로 다른 세상을 구현해 둔 것 같다. 왕과 왕비, 궁녀 등 궁궐의 대가족을 위하여 사계절을 다 불러들여 바깥세상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풍경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도록 아름다움으로 채워둔 고궁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여러 전각이 베치 되어 있는데 어떤 것이든 베치에는 뜻이 있고
음양오행의 운행으로 돌아가도록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오랜만에 고궁에 갔더니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일일 궁녀들처럼 이쁜 한복을 입고 인증을 하면서 곳곳에서 고궁을 즐기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고 좋아 보였다. 그들이 고궁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알고 싶은 건 없을지 몰라도 유행처럼 퍼져나간 우리나라 고궁을 아름답게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서 널리 알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시에 궁녀들이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은 사람풍경이 고궁의 풍치를 한결 더 운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서 고요하기만 한 정적보다는 찾아드는 사람이 많은 고궁이 더 좋아 보였다.
경복궁을 꼭 찾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는 복원된 광화문 월대와 향원정의 풍경이 보고 싶어서였다. 내가 이 세상에 오기도 전에 있었던 전설 같은 것을 직접 보고 나니까 광화문이 양 나래를 펼치고 육조거리를 바라보면서 월대에 모인 백성들과 소통하는 자애로운 그 시대의 한 장면이 연상되어서 감개무량한 모습이었다.
경복궁의 가을을 즐기고 나오니 높고 하얀 담당아래는 따뜻한 가운데 시끌벅적한 현실세계에 돌아온 것 같아서 늦가을 한나절을 꿈속 같은 하나의 작은 세계를 둘러본 것 같았다.
멋진 모습이다. 담장과 월대의 완전체가 이제야 격을 다 갖춘 것 같아 자랑스럽다. 넓은 월대에서 백성들이 왕과 만 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근정문
흥예문에서 보이는 근정문
근정전
국가의 중요한 행사나 제를 지낼 때 향을 피우고 시작해서 향을 끄는 것으로 행사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향로.
자경전, 대전이며 고종의 양어머니인 신정왕후가 머물던 곳
용마루가 없는 강녕전, 왕의 침전
왕좌인 당가
경복궁의 향원정, 건청궁 앞에 있는 연못인데 이 풍경이 보고 싶었던 만큼 충분히 아름다웠다.
건청궁
장안당, 고종과 명성황후가 기거했던 건청궁의 사랑채, 건청궁은 양반가의 살림집을 응용하여 사랑채인 장안당과 안채인 곤녕합, 부속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건청궁의 안채인 곤녕합
동십자각, 경복궁의 망루인데 궁과 떨어져 도로 중앙에 있어 가까이 갈 수 없는 섬처럼 서 있다. 원래는 경복궁 담장과 이어져 있었던 것이라고 하니 경복궁의 권역이 저기까지였다는 거.
종묘의 정전으로 가는 길, 경복궁을 둘러본 후 종묘로 갔는데 자유입장이 안되어서 해설사를 동반해서 한 시간 동안 함께한 후 돌아 나와야 하는 시간적 아쉬움이 남았지만 해설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종묘의 가을이 이제 마지막 단풍이지 싶다.
종묘의 정전은 4년째 공사 중이다. 저 장막이 활짝 걷히는 날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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