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한해의 마무리

반야화 2024. 12. 28. 13:00

함께 시작하고 함께 보내는 한 해의 배웅,
단단한 우리들의 우정에는 시작과 끝도 함께한다. 그동안 사계절을 보내면서 매 순간 행복했던 조각들을 같이 들춰보는 재미도 함께여서 더욱 실감 나고 재미는 배가 된다. 새싹이 움트는 걸 보면서 시작한 봄날의 자람과 꽃피고 녹음 짙어지는 여름도, 고운 단풍을 보면서 우리도 단풍이야 하며 지나온 시간은 하얀 눈 속에 묻어두고 새로운 추억 쌓기로 곧 첫발을 내디디게 된다. 그런 의미부여를 하면서 우리는 건배를 했다. 우리들의 새로운 시작은 더욱 건강하게.......

이른 아침 해가 느린 걸음으로 중천에 이르면 그 시간이 너무 좋은데 머물러주는 법 없이 지나가
버리는 하루의 걸음은 너무 빠르다. 그렇듯 한 해도 봄이 오기까지는 차가운 겨울이 지루하지만 봄이 되고부터는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소중한 시간을 얼마나 맛있게 요리해 우리의 마음을 살찌울지 연초부터 계획을 세운다. 봄에는 청송으로 가자고, 깊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한껏 푸르러서 나오자는 계획에 모두가 찬성이다.

해마다 마지막날이라고 정해놓고 외치는 송년인데 시간은 어디로 흘려가는 걸까? 한 해가 지나면 시간이란 게 허공으로 날아가 흩어지는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돌아보니 세월은 어디로  흩어지는 게 아니라 나에게 차곡차곡 쌓이는 걸 발견한다. 어느 날 거울 속에서 엄마를 마주 하고 깜짝 놀라는 내모습에 슬프기도 하지만,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해도 세월의 흔적이 이랑과 고랑처럼 얼굴에 만들어졌지만 우리 세대는 그렇지는 않다. 그때의 어머니만큼 살았지만 늙음의 표상 같이 깊이 파인 자국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이리라.

다 써버린 하루들의 뭉치가 어느새 큰 덩어리가 된 한 해가 바다로 내던져지듯 나의 시간들의 뭉치인 달력을 벌써 버렸다. 지나간 시간에 미련두지 않겠다는 듯이, 이제 곧 새로운 아기해가 떠오를 테니. 매일 같은 태양이지만 마음가짐이 새로우면 새해의 태양은 왠지 신성시되고 바람이 가득한 뭔가  다르게 보이는 태양이다. 언제나 가장 먼저 빌어보는 소원은 건강과 행복이다. 아무것에도 시달리지 않는 시간이 이어지는 것이 행복이라고 정의를 내리며 한 해의 막을 내린다.

시끄러운 밖에서의 모임이 싫어서 집에서 조촐하게 송년모임을 했다.

달콤한 와인 한 잔으로도 우리는 오고 감을 닫고 연다.

짠,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새해에 먹을 떡국까지 저녁으로 당겨 먹으면서 송년과 신년의 차림을 완성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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