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의 축하를 받으며 숙제를 끝내다니, 너무 좋다. 오블완을 끝내는 걸 축하하여도 하듯이 첫눈이 내리는데 그것도 폭설이다. 첫눈 하면 눈이 왔다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온 듯 만 듯하던 예년에 비하면 첫눈이 폭설이 되는 건 처음인 듯하다. 그리고 설경이 이토록 컬러풀한 것도 처음이다. 좋긴 한데 오가는 길이 문제다. 눈의 양면성은 어쩔 수가 없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즘에는 뭔가 돌아보는 시기인데 딱히 진행하고 있는 것도 없고 이루어야 할 목표도 없는 노년이란 무심한 시간만 흘러가고 나도 시간의 물결에 편승해 흘러가기만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해가 바뀐다는 것도 딱히 지난해와 새해라는 구분 짓는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닌,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을 생활이다. 그런데 올해는 아니다. 나에게 숙제를 제시한 티스토리팀에 감사한 생각을 하는 특별한 송년이 될 것 같다.
'오늘 블로그 완성'이란 타이틀로 제시된 글쓰기 3주, 챌린지란 말도 겁이 나는데 작심삼일이 될지도 몰라서 시작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나서 친구들과 걸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할 수 있을 거야, 해봐"라는 격려에 크게 마음을 먹고 처음 부터는 아니지만 일단 시작을 했다. 매일 글을 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평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포스팅을 해왔고 또 내가 다녀온 곳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정도로 했는데 챌린지라는 말만 들어도 겁이 났다.
아직까지 나는 중도포기 같은 건 좋아하지 않는다. 등산을 해도 늘 A팀에 끼어서 하고 B팀을 시시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정상을 찍어야 등산의 완성을 느낀다. 그래서 첫날부터는 아니지만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뒤부터는 빠짐없이 글을 썼다. 잘 쓴다는 건 무리고 그냥 참여한다는데 의의를 두고 했는데 드디어 오늘 완주의 테이프를 첫눈의 축하 속에서 끊게 되어 너무 기분이 좋다. 올해는 뭔가를 이루어낸 것 같은 마무리를 하는 것도 보람을 느낀다.
첫눈 오는 날 오늘완 완주를 한다.
이제까지 이런 설경은 처음이다. 어떤 때 가장 먼저 눈 소식을 전하는 설악산에서 단풍 위에 얹힌 눈을 보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것도 우연히 산행에서 만난 눈이기에 그들의 행운이 부러웠는데 올해는 나도 컬러가 있는 첫눈을 만났다. "이런 맛이었구나"하면서 설악산에서 우연히 눈을 만났던 어떤 이의 행운을 나도 맛보는 날이다.
우리 동네의 눈, 대문밖에만 나갔을 뿐인데 이렇게 이쁜 설경을 봐서 어린아이처럼 신이 났다.
집안에서 밖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