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까치는 부자다.
내 어린 시절에는 감을 겨우 한두 개 남겨주던 게 까치밥인데 이제는 나무를 통째로 준다. 농부는 꽃처럼 바라만 볼 뿐 감을 딸 수가 없다. 후드득 나무를 때려서 따는 대추와는 달리 한 개 한 개를 긴 장대 끝에 매달린 기구를 이용해 돌려가며 따야하는 감따기는 노부부만 사는 시골에는 오히려 근심거리가 되고만다. 농장물로 키운 감이야 일시에 수확을 하지만 밭둑이나 산비탈에 있는 감은 전부 까치들 것이다.
까치라도 배불리 먹으면 감은 충분히 제 살을 보시하고 그것으로 만족할지도 모른다. 까치가 먹고 씨나 흙 속에 박아주면 그것으로 감나무는 할 일을 다하는 거다. 그래서 먹히기를 기다린다.
냉장고보다 저장성이 좋은 자연의 공기는 까치의 밥을 매일 달콤하게 한 알씩 내어준다. 싸울 필요도 없이 넉넉한 시골까치는 눈 덮인 겨울에도 배곯지 않아 다행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간식은 누가 대접하나?
도시사람은 마음껏 가져가라 해도 탐은 나지만 가져갈 방법이 없다. 돈으로만 살 줄 알지 나무에 달린 감을 따서 농부네와 정을 나눌 마음도 없다. 그래서 까치는 더욱 안심이다.
서리 맞은 달콤한 홍시는 까치가 주인노릇하면서 직박구리한테도 주고,물까치한테도 주고, 어치한테도 인심 쓰면서 시골까치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월동준비는 끝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