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상림마을 사람들

반야화 2010. 7. 29. 15:27

 산악회 이야기

뽕나무 숲이 연상되는  상림마을에는 검붉은 오디 향이 풍기는 따뜻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림마을에는 신생 타운이지만 옛날부터 이어져 온 정감 있는 마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는 원주민이 얼마나 되는지 그들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원주민의 근본 심성이 신생마을의 온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제가 보고 느낀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이제 입주가 시작된 지 만 2년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에 마을을 대표하는 어떤 구성원이 되기 이전부터 마을의 화목을 위해 애쓰신 분들이 계셔서, 카페를 만들고 카페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 이주에 도움이 많이 되었으며 마을의 분위기를 이끌어 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14개 단지의 체계가 잡히고 주민대표도 생기고 할 즘에 산아래 마을의 특성을 살려 마을 산악회를 만들었고 지금 회원수 93명이 되는 단체가 되었습니다. 산악회  구성원을 보면 유례가 없는 세대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초등학교 미취학에서부터 오십 대 후반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로 되어있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거리는 아무것도 없는 아주 특별한 산악회입니다. 한 집안 가족이 다 회원이 되기도 하고 부부가 같이 회원이기도 한 완전 가족중심 산악회이지만 저처럼 혼자인 사람도 있습니다.

 

 상림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산악회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은 그 안을 들려다 보니 참 아름다운 모습이 있어서입니다.

탄탄한 가족애로 세계에서 유일한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도덕과 윤리가 무너지고 가정 해체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요즘은 가족이라고 방심하고 있다가는 아무도 모르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부부가 너 따로 나 따로 놀다 보면 서로가 무관심해지고 취미가 다른 데서 오는 대화도 통하지 않을 수가 있지요. 그런데 상림마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같은 화젯거리로 대화를 이어가고 같은 것에 관심을 갖는 회원이다 보니 마음도 한 곳으로 모아져 결국에는 가정이 화목하고 따뜻한 울타리에서 아이들은 교욱 적인 훈계가 없이도 스스로 좋은 터전이 되어주는 부모 밑에서 잘 자라게 되지요.

 

 작은 것 속에 큰 것이 들어 있고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크게 성장할 수가 있습니다. 국가가 크지만 국가는 가정 속에 있고 작은 가정 속에서 큰 국가가 태어나기 때문에 가정이 행복한 나라는 국가가 크게 발전하는 기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뜻에서 보면 상림마을 사람들은 다 애국자이지요.

 

 자연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의 심성에는 악한 마음이 없고 순리를 알게 되고 점차로 자연을 닮아가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할 수가 있다고 봅니다. 회원 중에 어떤 아이는 산에서 체험일기를 쓰기도 하고 나무 이름 꽃 이름을 기록하는 작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서 그 아이의 장래를 저는 보게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회원들 중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가정도 많은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저녁 초대에 갔었는데 노모께서 아들의 손님을 위해 손수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계시는 모습에는 시어머니의 권위가 아니라 가정의 중심 역할을 하시는 것같이 보였고 그 며느리는 모든 공로를 시어머님께 드리는 이쁜 마음씨도 보였습니다."저는 어머님 아니면 아무것도 못해요" 하는 그 말은 어머님의 덕을 보려는 마음이 아니라 어머니께 보람을 드리고 어머니가 힘이 나게 해 드리는 효도심으로 보였습니다.

 

 행복바이러스란 말이 있지요. 상림마을엔 그런 그런 것이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치료제가 없다는데 행복바이러스는 치료가 안 되어 많이 전파될수록 좋은 바이러스입니다. 누구든지 행복해지고 싶으면 은평 뉴타운 산악회로 오세요. 그래서 부부가 행복하고 그 울타리에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그런 가정을 원한다면 산악회로 오세요. 처음 오는 사람도 회장님의 한 마디면 금방 친숙해지는 묘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세대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초보자도 걱정이 없습니다. 심신이 건강한 아이를 원한다면 산악회로 오세요. 그 아이들이 아마 장차는 바위틈에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모진 세파 다 견디어내는 청솔보다 더 큰 인제가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 혼자 가입했지만 저도 예전에는 일주일에 3번씩, 화. 금 요일은 친구와 산에 가고 주말에는 남편과 다니고 주 3회를 다니다 보면 힘들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별로이던 남편이 저에제 세뇌가 되었는지 언젠가부터는 저보다 더 산을 좋아하더군요. 그랬는데 지금은 건강이 나빠져서 혼자 다니니까 좀 외롭기도 하답니다. 진작부터 등산을 했더라면 아마 건강을 잃지 않았을 텐데 산의 맛을 알자마자 그 맛을 잃게 되어서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참고로 산에는 만병통치약이 다 있답니다. 심리적이든 육체작이든 다 치료가 되는 자연의 병원이지요. 여러 가지 나무와 풀들에서 나오는 세러피 효과가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골다공 검사에서 다섯 개의 단계에서 최상위인 녹색 단계에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끝으로 상림마을의 더 많은 사람들이 산악회에 오셔서 행복바이러스를 받아 가시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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