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편리함의 양면성

반야화 2010. 7. 5. 18:28

세상은  점점 편리해져 가는데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 쫓아가야 하는데 능력이 떨어지는 대열에 서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뭔가를 겨우 하나 터득하면 새로운 기능이 생겨버린다. 핸드폰의 문자를 익히고 인터넷을 배우고 겨우 편리한 세상에, 그 대열에 낀다 싶었는데 스마트 폰이란 게 나와서 또 숙제 거리가 생겨버린 것 같다. 편리함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 양면성에 대해서도 배려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딘가에 문의전화라도 한 번 하려면 사람은 안 나오고 기게 가 먼저 말을 걸어온다. 연세 든 어른들은  원하는 항목을 선택해야 되는데 뒤엣걸 들으면 앞엣건 잊어버려 힘들어서 속상하다고 한다. 마음이 급하고 다급한 일이 있으면 짜증이 나고 사람과 대화를 하고픈 생각이 간절해진다.

 

 며칠 전에 너무 당황스러운 일을 당하고 더욱 느낀 게 많은 나의 한계를 자책하는 일이 있었다. 지갑을 잃어버린 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참 바보 같은 나를 발견하고 무척 속상했다. 마을에서 살 수 없는 것도 있기 때문에 연신내에 있는 롯데슈퍼에서 물건을 사고 지갑을 물건과 함께 넣은 체 지하철을 타기 위해 불과 1분 정도 계단을 내려가서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지갑이 없었다. 멀리 간 것도 아닌데 물건 위에 보이게 살짝 얹어놓은 게 화근일까, 당장에 집까지 갈 차비도 없고 각종 카드며 신분증, 뒤처리도 해야 되는데 정신이 없어진다. 그런 중에 좀 떨어진 곳에서 옆집 아저씨가 걸어오는 게 보여서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 염치 불고하고 사정 애기를 한 다음 돈 천 원을 빌려줄 것을 부탁했는데, 이렇게 난감할 수가! 아저씨가 나를 모르는 눈치였다 사정 얘기를 듣고도 " 왜 저한테 그러세요"한다. "아저씨, 저 옆집 아줌마예요" 하니까 제서야 천 원을 주었다, 교통카드 같으면 천 원으로도 집까지 갈 수가 있는데 착각이었다. 자동 발매기에서 티켓을 사야 하는데 그 방식이 전과 달라져서 정신도 없는 데다 조작을 못해서 옆에 있는 학생한테 부탁했는데 학생도 잘 못하는 눈치였다.

 

전에는 돈을 넣고 구간을 선택하면 밑으로 티켓이 나왔는데 요즘은 차비는 현금으로 천 원인데 보증금이란 걸 오백 원이 더 필요했다. 티켓을 사고 바로 옆에서 다시 보증금을 찾는 것 같은데 보증금이 무엇이며 무엇을 보증한다는 건지 번거롭기만 하고 노인들은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까 싶었다. 그러니 오백 원이 부족해서 결국 티켓을 살 수 없어 한참을 난감해하다가 생각난 것이 비상문에서 직원을 호출하는 것이었다. 전에는 역무원들이 티켓을 팔고 해서 그들에게 사정 얘기라도 할 수 있었겠지만 요즘은 창구를 폐쇄하고 겨우 사무실 한 개 정도 있으니 어디로 가야 역무원을 만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행히 비상문이 열리고 차를 탈 수 있었고 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114에 번호를 물어서 카드를 하나씩 정지를 시키고 마음을 가다듬고 또 뭔가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신용카드는 분실신고를 했는데 돈이 제법 들어 있는 직불카드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다시 분실신고를 하고 그렇게 어정쩡한 하루를 보내고 나서 생각하니 날치기를 당한 것 같은데 그들한테 필요 없는 건 며칠 후에 돌아왔으면  하고 바랄 수밖에 없었다. 지갑 속에는 장을 보고 남은 돈 만원이 겉쪽에 들어 있었고 겹쳐지는 깊은 곳에는 팔 만원이 들어있었다. 돈만 꺼내면 나머지는 쓰레기통에 버려지겠지 생각하니 나에게는 소중한 많은 것들이 쓰레기통에 들어가 버려진다는 걸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잃어버린 지 3일 만에 포기하고 있는데 처음 들어보는 벨소리가 인터폰에서 들려서 뭔가 하고 봤더니 경비실에서 연락이 오기를, 지갑을 잃어버렸냐고 어떤 이가 주워서 보관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지갑 속에 입주 당시 주요 기관과 관리실 전화번호를 주었는데 그것을 오려서 넣어두었던 것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바로 전화를 했더니 수색에 있는 분이 지하철에서 주웠는데 연락처를 찾기 위해 이것저것 뒤졌다면서 돈은 만원밖에 없다고 해서 깊숙이에 있는 나머지도 다 있겠구나 생각했다. 이제까지 전화를 받아본 것 중에 가장 반가운 전화였다. 그러나 시간이 밤이어서 이튿날 아침에 수색에서 지갑을 받고는 사례라도 하고 싶었는데 단번에 거절을 하고 가버려서 겨우 커피 하나만 건넬 수 있어서 나중에 감사하다는 문자를 넣어 드렸다. 지갑을 들고 바로 신분증을 쓰러 갔으니 만약에 찾지 못했다면 얼마나 번거로웠을까 생각하니 찾아서 연락해준 그분에게 너무 감사하고 기분 좋은 하루였다.

 

 요즘은 카드 하나로 세상을 살다 보니 그것이 없으면 얼마나 불편한지 실감하는 날이었고 너무 편리하게 살다 보니 그 속에 불편함도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교통카드 하나면 구백 원으로 환승까지 해서 편하게 올 수 있는 집이 이날은 현금 천 원으로는 도저히 올 수 없는 아득히 먼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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