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기온은 고르지 못해서 날 잡는 것부터가 산행의 시작인데 오늘도 너무 좋은 날을 잡았다. 매번 정해진 날자가 아니라 각자의 여건을 고려해서 이왕이면 다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을 잡지만 여행철이 되면 꼭 한 명은 빠지는 날이 있다. 그러므로 겨울 동안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싶다.어느 해는 광교산만 가다가 작년에는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연초에 산문을 열었으니 올해는 광교산행이 많을지도 모른다.
상현역 3번 출구에서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서 중앙공원 속으로 들어가는데 간밤에 내린 빗물인지 눈 녹은 물인지 나목의 실가지에 은방울이 조롱조롱한 것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이쁜 모습에 벌써 파져든다.
편안한 산길이 펼쳐져 있는 광교산 대부분에 눈이 없는데 우리가 가는 길에만 눈이 남아 있는 건 마지 하얀 카펫을 깔아 두고 "어서 와, 오랜만이네" 하면서 반겨주는 듯하다.
너무 이쁜 이 길은 가장 행복한 날 신랑신부가 행진하는 버진로드 만큼 멋지다. 이 좋은 길을 우리만 간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을 그림 그리듯 이어 보는 사진 찍기도 너무 즐거운 시간이다.
그네 같은 젖은 나무에 잠시 앉아도 보고, 특별한 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언제나 대상을 향해, 넌 특별하구나.라고 알게 해 주는 말을 건네고 자연의 친구와 접촉을 한다.
대형 산장에 온 듯 누군가 완벽한 식탁을 준비해 둔 것도 우리를 위한 것 같다.
나무들이 한 면은 젖고 이면은 말라 있는 이색적인 무채색에 안개가 서리면서 이 또한 그림 같다.
경기대역으로 하산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