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충효동 선도산 금선사
금선사는 경주시 충효동 선도산 자락에 있다. 선도산은 경주의 서쪽에 자리 잡은 높이가 390m밖에 안 되지만 전설이 있는 신라의 진산이다. 그 이유는 선도산 정상에는 `성모 유허비`란 비석이 있고 조금 아래에는 성모 사당이 있다. 그리고 반대편 선도산 자락에는 국보 20호인 태종 무열왕릉 비가 있고, 사적 20호로 지정된 태종 무열왕릉과 진흥왕릉, 진지 왕릉, 문성왕릉, 헌안왕릉, 등 여러 왕릉과 김인문, 김양 등의 묘소도 있는 걸 봐서는 분명 명당자리인 것 같다.
聖母는 성모 마리아란 뜻이 아니라 `성스러운 어머니`란 뜻이며 신라의 건국신화인 박혁거세와 알영부인의 상징적 어머니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도 사당에선 매년 음력 3월 1일에 제사를 지내는데 특이한 것은 제관과 봉찬 회원들이 모두 여성이며 박혁거세의 후손인 며느리와 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성스러운 선도산 자락에 금선사가 있고 성모의 혼이 있는 곳이어서인지 금선사에도 비구가 아닌 비구니 스님이 주지로 계셔야 절이 번창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일까 현재의 스님이 계시기 전에는 터는 넓은데 전각은 초라한 대웅전 한 칸에 좌우보처를 모시고 방 두 칸짜리 요사채가 전부였다. 지금은 대웅전을 새로 증축했고 요사채와 식당칸을 별도로 아주 편리하고 크게 증축했다. 그 모든 공사를 건축업자에게만 맡겼다면 지금처럼 편리하게 되지는 못 했을 거다. 본체보다 앞 뒤로 달아낸 칸에 공간 요모조모 어찌나 쓸모 있게 만들었는지 작은 거 하나에서부터 주방 구석구석까지 귀가 막히도록 편리하게 만드셔서 건축가도 놀라고 갈 일이다. 밖으로는 산에서 흐르는 물을 대형 탱크로 모아서 곳곳에 물을 쓸 수 있도록 수도를 연결해 두었고 옹벽은 돌 축대로 만들어 비가 오면 폭포가 되고 밑에는 작은 연못이 되어 있고 연못 가에는 무화과가 주렁주렁 달렸다 작년에는 아침마다 따 먹었는데 올해는 아직 푸르다,
이 절의 역사는 소나무를 보면 알 수 있다. 절 앞 뒤로 멋지게 자란 소나무가 절을 수호하는 듯이 둘러싸고 있어 전각이 더욱 포근하게 느껴진다. 그뿐 이니라 나를듯한 종각에 종소리도 부드러운 대종을 주조하셔서 새벽이면 그 종소리에 선도산의 미물들이 다 깨어난다. 그리고 마당에는 잔디가 심어져 있고 마당 둘레에는 사계절 꽃이 피고 있는데 초파일에 갔을 때는 상사화의 잎만 봤더니 여름에는 그 꽃만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상사화는 절집에 있는 것이 타당한지 비구니의 비련 같은 아린 꽃말이 애처롭다. 사랑이란 것이 영적인 교류라지만 자연이나 어떤 사물이라도 사랑하면 영혼이 깃들고 서로 교류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님은 절에 있는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신다. 그 넓은 터는 빈틈없이 활용이 되어 본전 아래에는 비구니선원이 4동이 들어서 아름다운 비구니 동산을 만들어서 현재 백여 명이나 되는 비구니 스님이 상주하시는 작은 극락정토를 이루셨다.
금선사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주지이신 휴정스님이 20대에 들어오셔서 근 50년간을 절 증축에 힘썼으며 그것도 모두 손수 공사를 관리감독을 하셨으니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감탄스럽다. 그런데 어느덧 고희를 넘으셨고 모든 일손을 다 놓으시더니 요즘은 기억력이 쇠퇴해지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토록 애써 가꾸신 이 터에서 오래오래 건강하시어 성불하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직은 주지 후임자를 찾지 못하셔서 주지를 맡고 계시지만 훌륭한 후임자가 오시면 우리 스님은 선원으로 내려오셔서 참선만 하시고 몸도 마음도 다 쉬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금선사를 떠나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난 아직도 큰 행사 때는 경주로 간다. 내려가면 있고 싶을 만큼 있는 것은 나의 숙소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든 갈 수도 있고, 언제든 반겨주시니 행사가 다가오면 남들보다 며칠 앞서간다. 그 덕에 경주 남산에도 자주 가고, 내가 좋아하는 반월성 산책도 하고, 보문단지에서 거닐 때도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아름다운 경주, 내가 가면 다 내 것이다.
칠보 단장한 부처님
초파일 풍경
2024년 5월 수정
현재 금선사는 휴정스님이 은퇴하시고
지현스님이 주지스님으로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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